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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기업人 - 파워프라자 김성호 대표]‘예쁘자나’로 전기차 시대 열겠다

엔지니어 외길, 20년간 전원공급장치 전문기업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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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0호 정의식 기자⁄ 2014.03.17 14:19:02

▲사진 = 이성호 기자


『지난해 열린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세계 전기차 역사에 한 획을 남긴 전시회였다. BMW와 폭스바겐, 테슬라 등 쟁쟁한 기업들이 저마다 전기차를 내놓았고, 메르켈 독일 총리가 두 차례에 걸쳐 전시회를 찾아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했다.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대세로 확고히 자리잡은 이 전시회에 독자개발한 전기차를 가지고 당당히 참가한 한국 중소기업이 있다. 파워프라자가 그 주인공이다. 20년 역사의 전원공급장치 전문기업을 이끌고 대기업도 진출을 꺼리는 전기차 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는 파워프라자 김성호 대표를 만나보았다.』


파워프라자 김성호 대표는 국내 흔치않은 엔지니어 출신 사장, 시쳇말로 ‘공돌이사장’이다. 1978년 청주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해 1984년 졸업한 이후 엔지니어링 한 길을 걸어왔다. 1993년 창업한 파워프라자는 올해로 20년을 맞은 전원공급장치 전문 기업이다.

그런 김 대표가 유명해진 것은 2010년 전기차 ‘예쁘자나’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완성차 업계의 쟁쟁한 대기업들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전기차 분야에 중소기업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 때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파워프라자는 그해 전기차로 세계를 일주하며 2300km를 달리는 ‘제로레이스’에 도전, 성공적으로 완주했다. 이후 국내와 해외에서 개최되는 여러 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하면서 계속 새로운 모델을 내놨다.

▲예쁘자나 S4와 예쁘자나 3.0 사진 = 이성호 기자


“파워모듈 팔다보니 전기차 만들게 됐다”

예쁘자나는 현재 4호차 ‘예쁘자나 S4’가 개발된 상태다. 해치백 스타일의 예쁘자나 S4는 1회 충전으로 최대 500km를 주행가능하고, 최고속도가 125km에 달하는 귀여운 소형차다. 40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며, 일반 가정용 220V로 충전이 가능하다.

김 대표가 전기차 제작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조금 남다르다. “파워모듈을 팔기 위해” 전기차를 제작했다.

파워프라자는 지난 20년 간 전원공급장치(Power Supply)를 개발, 판매해왔다. 지금도 AC-DC 컨버터, DC-DC 컨버터, OBC(On Board Charger),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배터리 모듈 등 다양한 전원관련 기기들이 회사의 주 수입원이다. 산업용으로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산업용 파워모듈 600여 종을 만든다고 한다.

전기차 개발은 국내의 파워모듈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이 해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절감한데서 시작됐다.

“국내 파워모듈 업체는 이미 몇 군데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만, 중국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많이 필요한데 경쟁력 유지는 어려운 그런 아이템입니다.” 문제는 파워모듈이 근본적으로 ‘을의 아이템’이라는 데 있었다.

▲예쁘자나 S4의 내부 사진 = 이성호 기자


“국내 완성차 대기업들에 팔 수도 있지만, 가격을 거의 못 받습니다. 그래선 이익을 낼 수가 없지요. 중소기업이 살아갈 궁리를 하다 보니 미래를 위해 새로운 판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고부가 파워모듈’을 직접 만들기로 한 거죠.”

김 대표가 생각한 ‘고부가 파워모듈’은 바로 ‘전기차’였다.

“전기차는 파워의 최고봉입니다. ‘100% 파워 시스템’이죠. 자동차 회사들보다 전기는 우리가 더 잘 압니다. 20년간 파워만 만들어온 전문기업이니 전기차는 더 잘 만들 수도 있는 겁니다”

의욕만 있다고 무턱대고 도전한 것은 아니다. 신사업을 준비할 여력은 충분히 있었다.

“작은 회사지만 돈은 벌만큼 벌었습니다. 물론 많이 벌진 못했지만 먹고 살 만큼은 됩니다. 우린 영업부도 없고, 대리점 위주로 공급하는데, 대기업에 직접 하청으로 공급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익이 있습니다. 매출은 적지만, 수익이 있다 보니 그중 상당액을 연구개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작지만 알찬 회사를 일군 김 대표의 자신감이다.

전기차를 만들기로 결심하자 김 대표는 빠른 속도로 개발을 진행시켰다. 하지만 디자인부터 난관이었다. 대형 자동차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에서 쓸 만한 디자인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 학생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맡겼는데, 엔진차의 디자인이 나오더군요. 이건 전기차가 아니니 다시 만들어오라고 요청했는데, 전기차 부품에 대한 구조를 모르다보니 결국 엔진차 디자인을 하더군요”

그 디자인은 결국 사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처음부터 시작해서 다시 모티브 디자인을 만들었다. 완성된 디자인은 유선형의 소형카였다. 하지만 부드러운 루프 디자인은 성형이 어려웠다.

▲라보를 전기차로 개조한 피스 0.5톤 전기 트럭 사진 = 이성호 기자


“결국 제가 디자인을 다했습니다. 제로레이스 세계대회에 나가기 위해 부랴부랴 만든 것이 현재의 디자인인데, 의외로 만들고 나니 제법 호평을 받았습니다. 장기적으로 현 디자인으로 갈 계획입니다.”


예쁘자나, 카본파이버 채택한 원피스 차체로 제작

예쁘자나는 전기차다. 엔진이 없다. 모터와 배터리, 바퀴와 이를 연결하고 감싸주는 차체로 구성됐다.

“전기차는 엔진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엔진이 없지요. 엔진은 굉장히 무겁습니다. 무거운 엔진을 넣고 고속으로 질주해야 하다 보니, 차체의 프레임이 엔진 위주로 설계되어 있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으므로 차체 프레임이 엔진이 아닌 배터리 위주로 설계됩니다. 그러다보니 완전히 다른 구조가 나오죠. 완전히 다른 구조가 아니면 전기차가 아닙니다.”

배터리는 크고 무겁다. 차체 프레임에 분산해야 한다. 예쁘자나 역시 ‘테슬라’처럼 바닥에 배터리를 깔아 배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문제는 배터리가 충격에 약하다는 점이다. 차체가 잘 보호해주지 못하면 폭발할 위험이 있다. 지난해 테슬라도 폭발사건을 몇 번 겪었는데, 대부분 하부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강하게 둘러싸야 합니다. 강하게 둘러싸면 무거워집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강한 소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것이 ‘카본파이버(CarbonFiber, 탄소섬유)였습니다.”

고급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의 외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가볍고 단단한 소재. 카본파이버로 차체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예쁘자나는 원피스 카(One-Peace Car)입니다. 프레임이 없고, 플로어가 상하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카본파이버로 제작해 강성과 내구력이 충분하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실현했습니다. 무게는 배터리 포함해 500Kg에 불과합니다. 비슷한 크기 차량의 절반 정도 수준이지요. 예쁘자나가 주행거리 500Km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예쁘자나 S4와 포즈를 취한 김성호 대표 사진 = 이성호 기자


카본파이버는 단단하면서도 변형(bending)이 잘 되지 않는 소재다. 깨져도 부분 보수가 용이하고, 판금도 쉽다.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

“물론 카본파이버는 비쌉니다. 하지만 카본파이버를 활용함으로써 나머지 부품과 소재의 가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예쁘자나의 최신 모델은 ‘예쁘자나 S4’다. 김 대표는 내년 초까지 1대를 더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완성차로 가기엔 아직 많은 보완점이 있다.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솔직히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 컨소시엄으로 가기도 여의치 않고.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인데, 정부는 대기업 위주로 정책과제를 주거나 시범사업을 하는 상황이지요. 어쨌든 나름대로 독자 상용화는 할 것입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 대표의 결심은 확고하다.

해법은 해외에서 찾고 있다.

“해외에서 관심이 많습니다. 투자나 공급 제안도 받고 있고, 기다려주는 소비자들도 많습니다. 내년초에 프로토타입을 하나 더 만든 후 내년 하반기쯤 유럽 시장에 정식 판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해외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국내의 애매한 법 규정이다.

“유럽의 경우 L카테고리라 하여 배터리를 제외한 400kg급 차량에 대한 규격이 있습니다. 규격에 맞추기만 하면 인증시험을 받을 수 있고, 통과하면 판매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국내는 관련 규정이 정해지지 않아서 어렵습니다. 조만간 정부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해외에서 여러 전기차들이 수입되기 때문에 더 늦출 방도가 없습니다.”

전기차는 ‘확고한 대세’라는 걸 김 대표는 해외에서 느꼈다.


“2015년 하반기 유럽시장 진출한다”

“201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갔을 때 BMW가 전기차를 내놓자 그간 전기차에 관심없던 독일에서도 관심이 높아졌고, 전기차가 대세가 됐습니다. 폭스바겐, 테슬라 등 여기저기서 전기차를 가지고 오니 메르켈 총리가 2번 방문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전기차로서는 전환기적인 모터쇼였고, 덕분에 저희도 조명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한 번 더 가려고 합니다. 격년제니까. 올해는 15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에 나갈 예정입니다.”

과거 김 대표가 독일 엔지니어들과 전기차 얘기를 나눌 때면 이들은 세계적 자동차산업대국답게 엔진의 중요성만 설파하며 전기차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랬던 그들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거 의견을 바꾸고 ‘전기차가 대세’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물결은 이미 국내까지 밀어닥쳤다. 완성차 업체들도 저마다 전기차를 하나둘 출시하기 시작했다.

“국내는 현대라는 대기업이 전기차에 그닥 집중하지 않는 바람에 세계적 패러다임에서 많이 뒤처진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독일처럼 대부분의 임원들이 엔진 관련 엔지니어 출신이라 그럴 텐데, 빨리 현대차가 전기차에 제대로 진입했으면 합니다. 사실 파워프라자가 지금 받고 있는 관심은 대기업이 안하다보니 받게 된 관심이기도 합니다.”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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