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9-390호 한병덕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14.08.04 14:37:5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냉방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곳이 급증하고 있다. 실내외 온도가 5~6도 이상 차이가 나는 환경에 오래 노출되다 보니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는 보통 감기가 아니라 호흡기 질환인 ‘레지오넬라증’이라는 감염병이다. 연중 6~8월에 환자가 집중되는 레지오넬라증은 물에서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레지오넬라 폐렴과 폰티악 열(Pontiac fever)의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발열과 함께 폐에 염증이 생겨서 기침, 호흡 곤란 등이 생기는 경우를 말하며 호흡기 이외의 증상도 흔히 동반한다.
폰티악 열은 폐렴은 없이 독감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이 폐렴보다는 덜 심하게 나타나곤 한다.
레지오넬라균(Legionella pneumo-phila)은 물만 있으면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어 대형건물의 냉각탑수·에어컨·샤워기·수도꼭지·가습기·온천·병원 내 호흡기 치료기·분수대 등의 오염된 물 속에 존재한다.
리지오넬라균은 이렇게 작은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져 사람 몸에 들어오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지는 않는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발병 초기에는 기침이 나고 목이 아프며 고열, 설사, 의식혼란, 가슴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더 진행되면 폐렴이 될 수도 있다.
종종 폐렴 이외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심근염, 심외막염, 부비동염, 봉소염, 복막염, 신우신염 등도 일어날 수 있다.
예방법으로는 대형저수탱크 및 냉각탑에 대한 철저한 소독이 가장 중요하다. 냉각탑 내 이끼 및 오물 등을 완전히 제거한 후 새로운 물을 주입하고 소독제 투입해야 한다.
또한 에어컨 설치 시 응결수의 물받이 배관이 막히지 않도록 설치하고, 수시로 점검을 하면서 물받이와 필터는 주 1회 이상 소독하고 청결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런 ‘레지오넬라증’ 외에 여름철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밀폐 건물 증후군’도 조심해야 한다. 시원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 ‘밀폐 건물 증후군’ 역시 흔히 여름철 냉방병의 주요 원인이다.
창문을 열 수 없는 구조가 많은 빌딩에는 환기와 냉난방을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해 환기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담배연기, 가구나 카펫, 페인트나 접착제, 복사기 등에서 발생하는 화학성분들이 실내에 계속 쌓이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냉방병의 가장 흔한 이유는 실내외의 과도한 기온 차이다. 여름의 무더운 외부 기온에 비해 실내 온도가 지나치게 낮을 경우 우리 몸이 그 기온 차이에 제대로 적응을 못해 발생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우리 몸은 ‘순응’이라는 과정을 통해 외부의 온도에 맞춰 적응을 하는데 그 기간은 약 1~2주 정도이다. 그런데 높은 기온의 실외와 냉방이 잘 된 실내에서 지내는 것을 반복하면, 우리 몸이 순응 과정을 반복하게 돼 자율신경계가 지치고 이것이 냉방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여성의 경우 여름철 노출 부위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냉방병에 더 취약한 편이고, 에어컨을 계속 틀면 실내의 수분이 응결돼 습도가 30~40%까지 낮아져 호흡기 점막이 건조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