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왕진오 기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타자기로 알려진 '송기주 4벌식 한글타자기'가 10월 9일 개관하는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문영호)에 기증됐다.
이 타자기는 그동안 송기주 박사의 아들인 송병훈 씨가 보존해왔다. 이후 송병훈 씨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아들인 송세영 씨가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새로운 안식처를 찾게 된 것이다.
송기주 박사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주립 대학과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한국 지도를 최초로 서구식 입체본으로 떠내기도 했다. 송기주 한글타자기는 미국 유학 시절 발명한 것으로 1933년, 언더우드 타자기 회사에서 제작, 판매되었다.
송기주 한글타자기는 모음의 위치'가로 모음(ㅏ), 세로 모음(ㅗ), 중간 모음(ㅢ)'에 따라 각각 다른 3벌의 자음 글쇠와 1벌의 모음 글쇠로 이루어져 글씨 모양이 고르고 아름답다.
또한, 글쇠의 동작이 자음은 부동, 모음은 전진식이어서, 스페이스바와 시프트키의 사용빈도가 높다는 특징도 있다.
송기주 한글타자기는 김준성 타자기(1945년), 공병우 타자기(1950년) 등, 이후의 한글타자기가 발전하는 데 영감을 제시한 효시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타자기를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한 송기주 박사의 손자인 송세영 씨는 “한국전쟁 당시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선 불행하게도 후퇴하던 북한군에 의해 함께 북으로 끌려가셨다. 그 와중에 아버지께선 다행스럽게 탈출하셨으나 할아버지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할아버지와 헤어지신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할아버지가 남기신 이 타자기를 내어보며 그리워하셨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이 타자기를 온전하게 보존하고, 그 의미를 모두 함께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이번에 새롭게 개관한다는 국립한글박물관에 타자기를 기증해 타자기의 가치를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지를 가장 올바르게 이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기증 동기를 밝혔다.
한편, 송기주 타자기는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 ‘한글이 걸어온 길’ 중반부에서 한글 기계화의 대표 유물로서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