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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골프 세상만사]박 영감님 터치 플레이는 ‘더티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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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0호 김덕상 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14.10.16 08:53:03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10여 년 전 어느 신문에 골프가 구원의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골프광으로 지내던 중 칼럼을 쓰게 됐고, 또 칼럼을 쓰면서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였기에 필자는 당당하게 골프가 구원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골프 예찬론자로서 신문에 골프 매너 칼럼을 2년간 연재했고, 그 내용을 책으로도 출판했다. 하지만 솔직히 필자도 몇 년 전까지는 스코어에 집착하고, 오로지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교만한 골퍼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지난 30년간 국내외에서 여러 외국인 골퍼들과도 자주 라운드 했다. 주한 외국대사를 비롯해 비즈니스맨, 영국의 할아버지 및 호주의 주니어, 미국의 해군 장병까지 폭이 다양했다. 그런데 그 때마다 느낀 것은 비록 이들의 골프 실력이 시원치 않고, 또 골프 클럽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허름한 것이었지만, 이들의 매너만큼은 참 본 받을만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들은 룰을 잘 지켰으며, 특히 동반자를 배려하는 성숙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자기의 일은 자기가 잘 알아서 하고,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손대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우리 골퍼들의 모습은 어떤가? 일단 라운드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골퍼들이 작더라도 돈 내기 같은 경쟁을 하거나, 사업 목적으로 접대성 골프를 하다 보니 소위 터치 플레이(라이 개선을 위해 볼을 움직이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특히 갑에 해당되는 힘 있는 거래처나 권력자들의 안하무인격인 행동은 가끔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렇지만 이런 터치 플레이는 동반자가 굳게 마음만 먹으면 그래도 참을 수 있는 사정이다.  그런데 힘깨나 쓴다는 사회 지도층 골퍼들은 대체로 과거 룸살롱, 요정 등에서 접대를 받아본 경험이 많아서인지, 그곳의 종업원이나 접객 종사자들과 부적절하고 과도한 스킨십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군림하는 모습으로 캐디에게 신체 접촉을 하는 또 다른 형태의 터치 플레이를 보면, 과거에 양반이 집안의 하녀에게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하던 성추행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몇 년 전에 친지들과 셋이서 동남아로 골프 여행을 갔을 때였다. 방콕 부근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들이 우리 일행을 칭찬했다. 그런데 칭찬을 받았으면서도 기분이 좋다기보다 민망했던 것은 그 골프장의 캐디들이 우리에게 해 준 말 때문이었다. “선생님들은 한국 분들 같지 않아요. 매너도 좋고 우리를 인격적으로 대해 주시네요” 이 말을 듣고 필자는 도대체 한국 골퍼들의 매너가 얼마나 지저분했으면 이런 말까지 듣게 되나 하고 생각하니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다.

한때 엄격한 법 집행을 다뤘던 검사 출신으로 집권당의 대표와 국회의장을 두루 역임한 우리 사회의 최고 지도층 가운데 한 사람이,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민망한 추태를 부리다가 급기야 경찰조사를 받게 됐다. 그는 9홀을 플레이 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캐디에게 성희롱 행동을 했으면서도, 본인은 그냥 딸 같이 귀여워서 별다른 의식 없이 자연스레 나온 행동이라고 변명했다. 이는 자신의 행동이 한마디로 잘못인 줄도 모르고, 자기가 한 행동은 다 용납이 된다는 식의 아주 제왕적인 생각의 결과인 것 같아 보인다.

최근 세계무대에서 한국 골프는 최강국 대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아직 우리가 골프 문화 선진국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골프 대중화와 더불어 골프 문화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었는데, 박 영감님의 그릇된 터치 플레이인 ‘더티 플레이’ 한 방으로 한국 골프 문화가 크게 일격을 맞은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CNB저널 = 김덕상 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KGA 생활체육분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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