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미래다 -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디지털 사랑’이 평생의 ‘업’으로
나만의 잡지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서비스 앱 개발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이제 독립잡지 발행자들은 물론 독특하고 차별화된 전자책 콘텐츠에 목마른 독자들에게도 희소식이 생겼다. 머지않아 국내의 절판된 독립잡지들이 오래된 소스를 복원하거나 종이책 스캔부터 재편집 및 전자책 변환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무상으로 지원받아 전자책으로 새롭게 부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는 “현재 나만의 잡지(zine)를 만들고, 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인 스마트폰 앱 ‘진크리에이터(www.zinecreator.com)’와 웹 서비스 ‘픽스토어(www.pixto.re)’를 개발하고 있다.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공유하는 가치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감동을 나누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해서, 모든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역설했다.』
퍼니플랜은 재미있는 모바일 앱과 웹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이번에 사단법인 한국카툰협회를 비롯해 국내 최초 독립잡지 ‘싱클레어’와 제휴해 공동으로 절판된 잡지를 복원하고 전자책으로 변환해 ‘픽스토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독립잡지 발행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독립잡지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2011년부터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남 대표는 한 마디로 ‘장인’이었다. 군대에 다녀온 뒤 학교에 복학했을 때, 그의 눈앞에는 PC통신을 통한 인터넷 세상이 태동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디지털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 진학해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더 공부를 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벤처기업으로 인터넷 라디오를 서비스하는 업체에 들어갔다. 결국 ‘디지털 사랑’으로 시작했던 그 일이 평생의 ‘업’이 됐다고 한다.
절판된 독립잡지, 전자책으로 부활
디지털 미디어 분야는 IT기술의 발달과 인터넷 사용의 활성화에 힘입어 눈부시게 발전한다. 영상, 음악, 사진 등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디지털 기기와 융합해 새로운 문화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벤처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결국 창업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따라서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이나 면접을 본 적도 없었다. 벤처기업들인 인터넷 라디오, 인터넷 MBC를 거쳐 엠군닷컴의 창립멤버 등으로 활동했다. 특히 엠군에서는 동영상 작업을 하면서 그 단점도 훤히 꿸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창업을 준비하면서 동영상보다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사진 공유 서비스를 기획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앱 ‘진크리에이터(www.zinecreator.com)’와 웹 서비스 ‘픽스토어(www.pixto.re)’ 홈페이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진 공유 서비스는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였다. 이후 창업 아이템을 계속적으로 고민하던 중 사진 등을 모아서 훌륭한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포토북이나 사진책을 잡지로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인식이 들었다.
아울러 창업을 결심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배경에는 당시 ‘진(zine)’이 젊은 층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던 것도 한 몫 했다. ‘진’은 사진이나 일러스트 등을 첨부해 자기 생각을 적어내는 수제 소책자로서, 자비로 출판하는 동인지 또는 잡지다. 최소 10~1000부 이내의 종이책으로 소규모 발행되며, 현재는 전국 20여 개의 전문 샵을 통해 약 500여 종의 ‘진’이 유통되고 있다. 이는 동네 소식부터 신변잡기, 여행, 패션, 만화 등의 다양한 주제를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친 후 2012년 4월 사업자등록을 내고 창업의 세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글로벌 K-스트타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자금지원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너무 잘하려다 닥친 위기…정면 돌파
웹 서비스 기획자로서 ‘업’의 길을 걸어온 그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단계를 지나 개발 단계에 들어갔을 때 큰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부터 웹과 모바일 서비스를 동시에 해결하려고 했다. 또 심도 있게 진행하다보니 예상보다 개발 기간이 길어졌고, 1년 반 동안 4~5차례의 프로토타입만 개발했다. 또 HTML5 기반으로 접근한 것도 어려움을 겪었던 요인이었다. 결국 지난해 10월에 자금까지 바닥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지난해 10월 중순께 ‘창업 맞춤형 사업’에 선정되면서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결국 올해 2월에 스마트폰 앱 ‘진크리에이터’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했고, 10월엔 온라인 가판대 서비스인 ‘픽스토어’를 출시했다.
그리고 무크지 ‘카툰’을 발행하고 있는 한국카툰협회, 현역 만화예술인 단체 ‘카툰캠퍼스’와 함께 국내 카투니스트의 작품 전체를 전자책으로 변환해 아카이빙하기 위한 ‘대한민국 카툰 책꽂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한 2001년부터 종이책을 발간해온 국내 최초의 독립잡지 ‘싱클레어’와 함께 절판된 제호를 복원하고, 이를 전자책으로 변환해 ‘픽스토어’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픽스토어의 ‘독립잡지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절판된 독립잡지들을 디지털로 되살려 구독자들이 웹과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찾아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진’은 개인 또는 그룹 단위로 발행하는 경우가 많아 일단 종이책이 절판되면, 이후엔 구매하고 싶어도 다시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진’ 발행자가 자신만의 ‘진’을 올리고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웹 서비스에 추가했다. 따라서 ‘진’ 발행자는 웹에서 자신의 ‘진’을 PDF로 올리고(Upload), ‘내 가판대(My Newsstand)’에서 ‘진’의 정보를 수정, 삭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회 수와 좋아요 통계를 실시간으로 확인(Dashboard)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모든 과정은 무상으로 지원한다.
남 대표는 “전자책 오픈마켓 플랫폼을 제공해 콘텐츠 유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콘텐츠 제작자들이 ‘픽스토어’를 활용할 때 단지 판매 채널로서 뿐만 아니라 마케팅 채널로도 이용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마케팅에는 다소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진’ 활성화된 일본 시장 집중 공략
‘픽스토어’에서는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만든 잡지를 감상할 수 있다. OS나 기기의 장벽도 없이 PC나 모바일에서 웹 브라우저를 통해 동일하게 잡지를 감상하고, 구독하거나 감상평을 남길 수 있다. 또한 누구든지 앱에서 로그인 한 후, 스마트폰에서 만든 사진이나 책, 잡지 등을 공유하면 ‘내 가판대’로 바로 업로드 된다.
남 대표는 “모바일 앱에서 출판한 자신의 잡지를 더 쉽게 전 세계 사용자들과 감상하고, 공유하도록 웹을 확장했다. 그래서인지 픽스토어 앱 이용자 중 64%는 국외 이용자로 이뤄져 있다. 특히 일본에서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또 아이폰 사용자가 50%가 넘는 일본 시장을 겨냥해 애플 iOS 버전을 먼저 개발했다. 향후엔 안드로이드 버전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래 ‘진’ 문화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이후 일본에 전해져 1980년대에는 오히려 미국보다 일본이 훨씬 활성화됐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와서 한국으로 건너와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종이책은 원가 부담이 있어 수익성이 좋지 않은 반면, 전자책은 가격 대비 수익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초기엔 전자책을 무료로 제공해 저변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 하루에 1명의 독자를 선정해 종이책을 무료로 배송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이는 통상적으로 전자책을 무료로 내세워 홍보하고 종이책을 판매하는 업계의 통상적인 마케팅 전략과는 상반되는 것이기도 하다.
“처음 웹 기획자의 길에 들어섰을 때부터 평생의 ‘업’으로 인식했다. 이것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일을 한다는 것, 더 나아가 스타트업에 도전할 때는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기존 시장에 들어가 치열하게 경쟁하겠다는 비장함보다는, 비록 불확실성이 크지만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도전이 창조경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CNB저널 =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