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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슈 - 여성들, 색(色)에 빠지다]인터뷰 ①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세종대학교 겸임교수

“거친 섹스에 대한 여자의 환상에 로맨스 버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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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2호 김금영 기자⁄ 2015.03.19 09:02:49

▲배정원 교수.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연세성건강센터 소장, 대한성학회 사무총장과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이자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배정원 교수에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성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영화와 책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가학 성행위 장면이 문제가 됐는데도 여성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SM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저변에 깔린 로맨스가 여성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것 같다. 잘생기고 매너 좋은 청년 억만장자가 있는데 성취향은 SM(가학 성행위)이다. 헌데 이 남자는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정파다. 독특한 성취향이란 소재가 자극적이지만 순정파 남자인지라 진부한 로맨스 소설 같아서 거부감이 덜했던 것 같다. 가학 성행위 중 아나스타샤가 즐기는 듯한 모습도 등장한다.

관계를 가질 때 그레이가 도미넌트(주인), 아나스타샤가 서브미시브(하인) 역할을 맡고, 하인이 규칙을 어기면 주인이 매질도 하지만 잔인하지만은 않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비싼 차를 사주고, 헬기로 마중나가는 등 남자의 순종적, 헌신적 모습이 부각된다.

이런 남자의 모습은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들에게 신선한 호기심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영화와 책은 젊은 여성보다 결혼한 부인들에게 더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남편과의 관계가 매일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지루해질 수 있는데 뜨거운 욕망 이야기가 자극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여자들의 성적 판타지 중 ‘거친 섹스를 당하고 싶다’는 욕구도 영향을 준 것 같다.”


- SM 성향을 가진 여성과 실제 상담을 해본 적이 있는지?

“몇 년 전 한 여성이 길게 메일을 보냈는데, 자신의 성생활 고민을 상담하며 도미넌트, 서브미시브를 언급했다. 자신의 도미넌트 성향이 변태가 아니냐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SM은 병이 아니라 성적 취향이다. 일반적으로 SM이라면 잔인한 행위만을 떠올린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일부분만 보고 ‘SM=잔인한 성행위’라고 규정하는 건 위험하다.”


-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주체적으로 성적 욕망을 표현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현재 봇물 터지듯 관련 문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잘못된 방식으로 성문화를 접하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장면을 따라하다 일어나는 사건들이 보도되기도 하는데?

“섹스는 둘이 즐거움을 찾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참거나 억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파트너에게 정당한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 방법 중 하나가 섹스다. 많이 표현하고 이야기하며 함께 즐기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꼭 성기 삽입만이 섹스가 아니다. 교감이 오간다면 키스는 물론 눈 맞춤까지 섹스라고 볼 수 있다.

때로는 상대방과 즐길 수 있도록 새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다. 영화에도 나왔지만 여자의 눈을 가리고 공작 깃털로 몸을 쓰다듬는 장면이 있다. 이건 성치료 할 때 실제 가르치는 방법이다. 일방적인 서비스나 단순모방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되게 하는 것, 그리고 거기서 자신의 즐거움을 찾는 걸 목표로 삼아야 진정으로 성을 즐기는 여성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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