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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시리즈 ⑬ 힐링브러쉬]“상업광고 안해요. 사회치유 광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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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8호 안창현 기자⁄ 2015.04.28 09:34:03

▲성남시의 낡은 지하도를 갤러리로 리모델링한 ‘갤러리로 프로젝트’. 기존의 지하도(작은 사진)와 개선 후의 모습. 사진 = 힐링브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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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광고대행사 ‘힐링브러쉬’는 2013년 세계 3대 디자인 상인 iF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시작으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2014년 뉴욕 크레스타 어워드에서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됐고,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으로 진행한 광고는 50여 개국으로 전파되면서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ksy)가 트위터에서 언급할 만큼 많은 화제를 낳았다.

설립 1년 반이 조금 넘은 광고회사로서는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힐링브러쉬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이 작은 종합광고대행사가 사회적경제 영역에 특화된 광고만을 진행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옥외광고, 영상과 지면광고, 온·오프라인 캠페인 등 일반적인 광고회사와 같은 업무를 하지만, 그 영역은 사회적경제 안에서다. 광고를 통해 사회 문제를 드러내고 치유하고자 노력하는, 사회적경제 유일의 종합광고대행사 힐링브러쉬를 만났다.

작년 11월 힐링브러쉬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최근 국내에서 연이은 아동학대와 사망 사건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신고율은 매우 저조하다는 데 착안한 캠페인이었다.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의 설치물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모습. 사진 = 힐링브러쉬

힐링브러쉬는 서울의 한 광장에서 학대 가정의 모습을 빔 프로젝터로 투사하고,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의 그림자가 학대 부모를 막는 영웅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그림자가 생성되면 “신고전화로 아이들의 영웅이 되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슈퍼히어로를 상징하는 마크와 신고번호와 함께 노출됐다.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이 캠페인은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은 직접 사진을 SNS에 올렸고 30만 건 이상의 공유가 이뤄지면서 전 세계 810만 명 이상이 한국의 이 캠페인을 알게 됐다. 또한 허핑턴 포스트, 글로벌 타임즈, 야후 저팬 등 수많은 해외 매체에 소개되면서 아무런 추가 비용 없이 캠페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힐링브러쉬 김요셉 대표는 “한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아동학대와 관련해 신고가 미비한 이유 중 47%가 ‘가정 문제에 간섭할 수 없어서’였다고 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저조하다는 증거다. 아동학대가 ‘막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 ‘당신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힐링브러쉬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처럼 광고를 통해 우리 사회를 치유하는 활동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광고대행사다. 특이한 점은 상업광고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는 “힐링브러쉬는 공익광고와 사회적경제 기업의 캠페인만을 전문적으로 진행한다. 상업광고는 일이 들어와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많이 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익광고나 캠페인에 대한 힐링브러쉬만의 오리지낼러티(독자성)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비로 ‘위안부 평화비’ 광고 진행

광고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가 특별히 공익광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창업한 광고회사가 실패하면서였다.

▲힐링브러쉬가 진행한 햇빛발전협동조합의 옥외 캠페인. 사진 = 힐링브러쉬

“대중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광고가 재밌어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졸업 후 학교 선배와 ‘안드로미디어’라는 홍보콘텐츠 제작회사를 설립했다. 창업의 부푼 기대와 꿈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1년 만에 사업이 어려워져 회사를 접어야 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전화위복의 계기는 집에서 쉬던 그가 우연히 위안부 할머니와의 인터뷰를 라디오에서 듣게 되면서였다. 그는 “평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보통 사람 이상의 관심은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할머니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가슴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던 그는 2012년 2월 안국역에 ‘위안부 평화비’ 광고를 냈다. 동네 친구와 한 달 지하철 광고비 140만 원을 반반씩 나눠 진행했다. 이 광고는 당시 이슈가 되면서 네이버 메인에 실렸고, 여러 매체에 기사화 되면서 빠르게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공익광고에 관심을 갖고 공익광고만을 기획하는 회사를 꾸릴 생각을 했다.

“위안부 광고를 한 뒤 함께 진행한 친구와 공동으로 힐링브러쉬를 만들었다. 창업 이후 공공기관의 PR 업무를 진행하는 대행사들에서 일거리를 받기 시작했는데,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았고 친구와의 동업은 정리했다.”

그렇지만 그는 힐링브러쉬를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라고 스스로 외치며 지금의 동업자 김세라 씨와 함께 힐링브러쉬를 꾸렸다. 그는 공동대표로 있는 김세라 씨를 “5년여 간 민간 광고대행사에서 기업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해 온 실력파 디자이너”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사실은 친누나”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2012년 2월 힐링브러쉬의 김요셉 대표가 자비로 안국역에 설치한 ‘위안부 평화비’ 광고. 사진 = 힐링브러쉬

3번의 창업 끝에 힐링브러쉬를 만든 김 대표는 이후 사회적기업희망재단이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에 선정돼 사업 밑천을 마련했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H-온드림’ 펠로우에 선정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힐링브러쉬는 사회적경제 관련 단체들, 이를테면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에 특화된 광고와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들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나 비전은 훌륭하지만, 광고나 마케팅에서는 아무래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힐링브러쉬는 광고를 통해 이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경제 단체들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마케팅에 굉장히 취약하다. 그래서 폐업률도 높다. 사회적기업을 이끄는 대표가 비영리재단 출신이거나 사업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지만,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이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점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서 가치와 비전도 중요하지만,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회적경제가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착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자리가 잡히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사회문제 해결창구 됐으면”

최근 힐링브러쉬는 본업인 광고기획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사회에 녹아들어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작년 말에 오픈한 ‘갤러리로(Gallery RO)’가 대표적이다. 성남시의 낡은 지하도를 갤러리로 개선해 지역 상인들의 광고를 게시하도록 바꾼 것이다.

도시를 거닐다 보면 불법 현수막과 전단지를 쉽게 볼 수 있다. 불법 광고물로 거리는 점점 더 오염되고, 도시 미관도 어지럽혀지는 현상이다. ‘갤러리로’ 프로젝트의 현장인 지하보도 역시 한 달 평균 10만 명이 지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지저분해 시민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장소였다.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가려진 모습’은 버스정류장 두 곳에만 설치됐지만, 온라인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사진 = 힐링브러쉬

“이 공간을 갤러리처럼 재단장해서 시민이 기분 좋게 지나는 쾌적 공간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불법 현수막이나 전단지와 차별화되는 전시 형태의 지역 상권 광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힐링브러쉬의 수익창출 공간이 됐다. 갤러리로에 광고를 내기 위해서는 소정의 광고비를 내야 한다. 힐링브러쉬는 고정적인 수입을, 성남시는 지하도 리모델링이란 성과를 올리고, 주변 상인들에겐 저렴한 홍보 공간이 생긴 셈이다.

김 대표는 “아무래도 상업광고를 진행하지 않다 보니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공헌 캠페인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면서 이쪽에서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힐링브러쉬는 갤러리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회적경제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캠페인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햇빛발전협동조합의 옥외 캠페인이나,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가려진 진실’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앞 사거리를 포함해 홍대 앞 사거리, 서울호암아트홀 앞 횡단보도 등 10여 곳에서 진행된 햇빛발전협동조합 옥외 캠페인은 도로변에 표시한 간단한 화살표 방향을 통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재생에너지를 한 번 더 생각하도록 유도한 점이 인상적이다.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가려진 진실’은 단 두 곳의 버스정류장에 설치됐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SNS 사진 공유를 통해 광고 집행 2주 만에 20여 곳 이상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되고 50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는 성과를 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가정폭력, 환경오염, 교통안전 등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캠페인을 제작해 나갈 생각이다. 캠페인과 동시에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들을 함께 연구할 계획도 있다. 기술과 디자인의 접목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수익도 창출하는 그런 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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