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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박수근 50주기전]“국민화가의 사랑 서린 창신동으로”

동대문 DDP 전시장에서 주요 대표작 총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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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9호 왕진오 기자⁄ 2015.05.04 11:54:34

▲박수근 50주기 전이 열리는 DDP 이간수문 전시장.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가장 한국적, 서민적이며 독창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박수근(1914∼1965년) 화백의 50주기를 맞아 그의 창작 산실이었던 창신동과, 생애 대표작품 50점이 4월 30일∼6월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간수문 전시장에서 공개된다.

해방 전후 어렵고 힘든 시절 우리가 살았던 모습을 선하고 진실한 예술로 그려낸 박수근 화백은 1914년 2월 21일 강원도 양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7세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보통학교만 졸업했다. 21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서울 전농동에서 궁핍하게 살면서도 붓을 놓지 않고 우리네 삶을 그리다가 51세인 1965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창신동은 박수근 화백이 가장 활발히 창작 활동을 펼쳤던 작업실이자, 그의 그림에서 주요 테마를 이루는 가족애를 담은 공간이다.

▲작품 ‘길 가에서’의 주인공인 박수근 화백의 장녀 박인숙 씨가 작품과 함께 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전시를 기획한 박삼철 DDP 기획본부장은 “전시 준비 단계에서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를 꾸리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작품 속 실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지역으로 동대문에서 전시를 진행하게 됐다”며 “창신동은 국민화가 박수근과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이 거주했던 공간으로, 단순히 전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발신지로서 새롭게 조명하려 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장을 찾은 박 화백의 장녀 박인숙(71) 씨는 “6.25 전쟁 때 아버지가 남측으로 먼저 내려가신 후 어머니와 가족들이 아버지를 만나러 내려왔고, 초상화를 그려 모은 돈을 어머니에게 주셔 그 돈으로 집을 구입했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비로소 함께 모여 살게 된 곳이 바로 창신동”이라며 “당시 아버지는 가족들이 한 데 모여 사는 것을 행복해 하셨고, 돈벌이가 되는 초상화 대신 진정한 화가로서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기에 우리 가족은 이곳을 뜻 깊은 장소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딸 인숙 씨 “아버지가 담임께 드린 그림, 50년만에 봐”

이어 “전시에 나온 수채화 작품은,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한 저를 본 아버지가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한 작품”이라며 “50여년 만에 직접 볼 수 있어서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박수근 화백과 가족들.

국민화가 박수근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시대를 묵묵히 살아간 사람들의 꿈과 의지를 선하고 진실하게 담아냈다. 그의 그림은 50∼60년대 한국을 그려낸, 가장 한국적인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수근이 그려낸 화면에는 서민의 일상이 등장한다. 골목길 풍경과 일하는 여인, 장터의 여인, 할아버지와 손자, 아이를 업은 소녀, 할머니, 빨래하는 여인 등이다.

나무와 꽃들도 화려하기보다는 애잔한 흰 꽃들이 주를 이룬다. 화강암 부분은 두꺼운 마티에르 효과 덕에 거칠지만 소박하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민족의 삶을 투영한 것이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에 이웃과 가족을 향한 박수근의 따듯한 시선에서 시대를 뛰어 넘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창신동 집의 박수근 화백 가족들.

박수근 회고전은 2010년 갤러리현대에서 45주기 특별전, 2014년 가나아트갤러리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전 등 개인화랑에서 7회, 사립미술관에서 1회 등 모두 8회가 열렸다.

기념전 운영위가 역작들 한 자리에 모아

이른 시기의 회고전은 작품 연구가 충분치 못해 단편적으로 진행됐고, 이후의 회고전은 소장처가 분산돼 대표 작품들이 한 데 모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전시를 위해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등이 박수근 기념전시 운영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곳곳에 소장된 ‘나무와 두 여인’(1962), ‘절구질하는 여인’(1954), ‘길가에서’(1954), ‘유동’(1963), ‘앉아 있는 여인’(1961) 등 필생의 역작들을 한 자리에 모아 박수근 예술 세계에 대한 입체적 조망을 가능하게 했다.

한편 미술관-캔버스 안의 박수근을 동네로, 일상으로 불러내는 다양한 노력도 함께 펼쳐진다. 유홍준(미술)+조성룡(건축)+정재숙(미술저널)의 공동 특별강연이 5월 28일 열린다. 창신동 답사와 양구 박수근미술관 투어(매주 금요일)로 박수근의 삶을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또한 박수근의 유별난 동화책을 따라 만드는 동화책 워크숍, 인형 만들기 등이 창신동 문화예술 공동체의 참여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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