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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북한 프로젝트’전]포스터·우표에 드러난 북한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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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1-442호 김금영 기자⁄ 2015.07.30 09:21:32

▲왕궈펑, ‘북한 2012 No.5’. 사진, 755 x 200cm.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북한 요원의 제재 속에서도 카메라 셔터를 누른 외국인의 사진, 실제 북한에서 사용된 포스터와 우표, 그리고 한국 예술인이 상상하는 북한까지…. 북한에 대한 3가지 다양한 시선을 담은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북한 프로젝트’전은 북한 이야기를 예술적 관점으로 풀어낸 전시다.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을 맞는 시점에 전시가 열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북한 관련 전시는 올해 초에도 열렸다. 1~3월 킨텍스에서 네덜란드 미술 재단 ‘스프링 아트’ 사가 ‘유럽에서 들려주는 북한 미술전, 숨겨진 보물들이 드러나다’를 주제로 북한 개성에서 수집한 작품 150여 점을 전시했다. 이 전시가 북한 작가 70여 명의 작품을 보여주며 북한 미술을 엿볼 기회를 제공했다면, ‘북한 프로젝트’전은 예술가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크게 3가지 구성으로 북한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첫째, 북한 내에서 생산된 북한 화가들의 작업을 유화 포스터, 우표를 통해 살펴본다. 둘째, 외국 작가들이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의 인물과 풍경을 담은 사진을 소개하며, 셋째, 분단 현실을 예술적 화두로 삼아 작업하는 한국 작가들의 영상 설치 작업이다.

▲‘북한 프로젝트’전에 전시된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 중 하나. ‘뽕밭을 가꾸자!’. 인쇄물, 54 x 77cm, 1954.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기획한 여경환 큐레이터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북한을 예술적 관념으로 바라보는 공감의 장을 마련했다”며 “평소 보기 힘든 북한 미술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로, 젊은 세대가 북한이나 통일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감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예술적 관점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정치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내용과 주제를 미술 언어로 풀어 긴장감을 덜었다. 1년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만큼 전시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북한 이야기가 좀 더 가시화 되고 통일에 다가갈 도약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9월 29일까지.

네덜란드인 둘이 수집한 북한 포스터-우표들

첫 번째 파트는 북한의 유화, 포스터, 우표를 전시한다. 유화 52점은 네덜란드인 로날드 드 그로엔이, 포스터 80점 역시 네덜란드인 빔 반 데어 비즐이 수집했다. 한국의 신동현 씨가 수집한 우표 249여 점은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

▲‘북한 프로젝트’전에 걸린 북한 유화 작품. 네덜란드의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 중 하나. 사진 = 김금영 기자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은 북한 사회를 움직이는 이념과 사상의 변화를 담은 유화가 주를 이룬다. 1960~2010년 북한의 화가 집단인 만수대창작사, 함흥창작사, 신의주창작사 등 중앙과 지역 창작사의 작품을 고르게 소개한다. 1950년대 소련의 영향으로 사회주의 계열 그림을 주로 그리다가 북한의 감정과 정서를 토대로 한 작품을 제작하고자 한 북한 미술의 흐름을 담았다.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은 1953~2006년 50여 년간 모은 1000여 장의 포스터 중 80점을 골라 보여준다. 경제 개발, 선거 독려, 농촌 개발, 산림 보호 등 북한 사회가 당면한 문제, 또는 사회주의 체제의 강조, 미제 타도 등 지향하는 방향과 관련된 포스터들이다.

여경환 큐레이터는 “포스터를 시대별로 배치해 북한 사회가 가고자 하는 비전의 흐름에 따라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동현 컬렉션은 소재와 방식이 다양한 북한의 우표를 모았다. 동물과 식물, 어류 등과 같은 자연 환경부터 조선의 위인들, 스포츠, 우주 개발, 명화 및 명승지, 그리고 독도 관련 우표 등을 포함한다.

▲닉 댄지거, ‘무용수 리향연, 아리랑 축전을 위한 연습’. 람다 프린트, 61 x 46cm, 2013. © Nick Danziger / *NB Pictures for the British Council

두 번째 파트는 ‘이방인이 바라본 북한’이다. 닉 댄지거(영국), 에도 하트먼(네덜란드), 왕궈펑(중국)이 2010년 이후 북한을 방문해 촬영한 북한의 건축물, 풍경, 인물 등을 보여준다. 한국 대중매체가 전달하는 제한적 이미지가 아니라 생생하고 다양한 북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외국 사진가가 포착한 북한의 오늘

닉 댄지거는 2013년 북한에서 보낸 3주간의 워크숍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특히 북한 사람의 삶에 주목한다. 남포, 원산, 사리원 등 북한 지역을 방문해 북한 주민과 그들의 일상을 담았다. 어부, 무용가, 교사, 돌고래 트레이너 등 각양각색이다. 신비스러운 나라로 알려진 북한 사회의 이면을 개개인의 삶을 통해 들춰낸다.

에도 하트먼은 북한의 중심 장소에 주목했다. 2014년 4월 평양에 머물며 촬영한 ‘평양, 무대를 만들다’ 시리즈다. 평양을 담기 위해 그는 2년여의 조사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베이징에 거점을 둔 고려 스튜디오의 도움으로 평양에서의 사진 작업을 허가 받았다.

사회주의 건축물을 주요 소재로 작업해온 왕궈펑은 외국 사진가로는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가로 7m 55cm에 달하는 스케일에 2012년 아리랑 축전 현장을 담아 보여준다. ‘북한’ 시리즈 초기엔 건축물을 주로 촬영했지만, 현재는 거대 정치 집회나 축전 또는 농부, 과학자, 공장 노동자, 의사, 학생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구성원을 보여주는 인물 사진을 포괄한다.

▲전소정, ‘먼저 온 미래’. 단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HD, 16:9, 10분 8초, 2015.

마지막 세 번째 파트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 7명이 북한 화두의 작업을 보여준다. 한국 작가 강익중, 박찬경, 노순택, 이용백과 탈북 작가인 선무, 권하윤, 전소정이 설치와 영상을 통해 분단의 현실을 다룬다.

권하윤은 3D 가상현실 기법을 이용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DMZ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경험을 선사하는 ‘489년’을 상영한다. 360도 가상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24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했다. 그는 “이전까지 국경선에 관한 작업을 줄곧 해왔는데, ‘489년’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라며 “북한이 갈 수 없는 곳이기에 상상을 더 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DMZ를 인간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리고 싶어 파주 지역 DMZ에 근무했던 전역 장병 몇몇을 인터뷰했다. 그 인터뷰를 바탕으로 가상현실 속 DMZ를 방문하는 작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작가가 작품으로 풀어낸 북한에 대한 상상

전소정 작가의 신작 ‘먼저온 미래’는 탈북 피아니스트와 남한 피아니스트의 만남을 담은 영상 작업이다. 그는 “우리 세대가 사실 북한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더 아는 게 없다. 접근 가능한 방법이 탈북자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었다. 나는 그 중 특히 북한 예술가의 관심과 이념이 궁금해 탈북 피아니스트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다”고 작업 의도를 밝혔다. 이어 “이번 작업의 콘셉트는 두 피아니스트가 음악적 대화와 협의 과정을 거쳐 함께 연주해 나가는 것이다.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대립을 예술가의 예술적 상상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실험의 장”이라고 말했다. 


닉 댄지거 사진작가 인터뷰
“北 사진전 반대하던 탈북인, 작품 보고 눈물”

- 2013년 북한에서 사진 촬영 작업을 할 때 특별한 제재는 없었는가?

“사진 촬영 때 항상 북한 요원 2명이 동행했는데 그들과 매일 싸웠다. 그들은 공식적이거나 그들이 자랑할 만한 장소의 촬영만을 원했다. 하지만 난 그런 형식적인 장소가 아니라 북한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촬영하고 싶었다. 다행히 때로는 찍고 싶은 사람을 선택해 찍을 수 있었다. 예의상 찍은 사진은 이번 전시에 내놓지 않았다.”

- 사진 촬영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과정이 터프했다. 처음엔 북한 사람들이 내가 그들의 사진을 찍는 게 싫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다가가고 이야기하자 좋아하고 반가워했다. 길에서 만나거나 해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는데, 해변가 사람들은 때론 내게 음식을 권했고 함께 술을 마시자고도 했다. 그들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외국으로 여행하는 것에 대해 많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북한에서 사진 예술에 대한 인식과 위치는?

“솔직히 짜증도 많이 났다. 북한에서는 사진이 예술이라기보다 정치의 선전 도구였다. 과거에 전쟁터 또는 냉전 시절 동구권에서도 사진을 찍어봤지만 북한 같은 곳은 처음이었다. 내 사진을 본 자유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사진은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사회의 특수성 때문이다. 북한에서 찍은 내 사진을 보면서 더 많은 모습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닉 댄지거 작가.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 민감할 수 있는 소재의 전시다. 관람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북한에서 찍은 사진을 런던 영국 문화원에서 처음 전시했다.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전시 초기, 영국 거주 탈북자가 전시를 중단하라고 문화원 앞에서 데모를 하려 했다. 그래서 그 분에게 먼저 작품을 본 뒤 데모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라고 했다. 그런데 처음에 격양됐던 그 분이 전시를 보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북한에서 보낸 자신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가 생각난다고 하더라. 남한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특히 연세가 있는 분들은 아직도 자신의 가족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북한 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점은?

“북한에 무언가 특별하거나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난 다른 게 아니라 결국 똑같은 곳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만 한쪽에서 시간이 멈춰 있을 뿐이다.”

- 이번 전시에 참여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이번 전시는 용기 있는 일이고, 남한과 북한을 더 가깝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른 작가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을 작품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내 꿈 중 하나가 북한의 모습을 담은 이런 전시를 남한에서 여는 것이었다. 이제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이 전시를 다음엔 평양에서 여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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