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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 컬러 스터디]색을 소리로 듣는다고?

과학으로 분석한 예술가들의 온갖 색을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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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3호 왕진오 기자⁄ 2015.08.13 09:01:20

▲문형민, ‘by numbers series 사비나미술관 2005-2015’. 월 페인팅, 785 x 303cm, 2015. 사진 = 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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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색을 작업의 주요 테마로 삼고 있는 예술가들은 어떻게 색을 선택하고 사용하는지, 색을 어떻게 해석하고 실험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전시 ‘컬러 스터디, 색에 대한 12가지 이야기’전이 7월 29일부터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전관에서 막을 올렸다.

연출 사진의 대가 베르나르 포콩부터 한국에 처음 전시로 소개되는 사이보그 예술가 닐 하비슨까지 회화, 사진, 조각, 인터랙티브, 설치,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 속 ‘색’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안테나를 통해 색을 소리 파장으로 듣는 사이보그 예술가 닐 하비슨(Neil Harbisson)은 선천적인 전색맹(全色盲)으로 머리에 영구 장착한 아이보그(Eyeborg, 색을 소리로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전자장치) 안테나를 이용해 색을 소리 파장으로 변환해 듣고 화면에 재구성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미술관 벽면에 설치된 ‘Sound Portrait’는 아이보그로 사람 얼굴을 인식하고 세로로 긴 그래프 선 위에 눈, 입술, 머리, 피부 톤 등의 주파수를 기록하거나, 캔버스 화면 전체를 추상적인 형태로 색을 구성한다.

▲샌디 스코글런드, ‘금붕어의 복수’. 시바크롬 프린트, 70 × 101cm, 1981.

음의 처음과 끝을 사각형 캔버스에 시각화하는 ‘Color Scores’ 시리즈는 세상의 모든 색을 소리로 인식하는 작가가 전화벨, 텔레비전 소리 등 일상의 소리가 색으로 들리기 시작하면서 선보인 작업이다.

닐 하비슨은 “전색맹인 제가 흑백으로 그림을 그렸고 흑백 건반의 악기인 피아노를 연주해 왔습니다. 하지만 색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시각예술과 음악은 저에게 새로운 감각이 됐고, 색이 소리가 되고 음악이 색이 되는 새로운 예술 형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비현실적 이미지를 통한 색채의 상징성 주목

2층 전시장 앞면을 가득 채운 문형민의 작품 ‘by numbers series’는 관객에게 보편적 진리와 사회적 통념에 대한 의문을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하는 작업이다.

▲닐 하비슨의 작업 장면.

문 작가는 매월 정기적으로 발행된 잡지에서 단어와 색을 추출하고 그 해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된 색으로 전환한다.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 유행을 미디어가 읽어내는 것인지, 미디어가 유행을 만들고 대중이 따라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Vogue’, ‘Playboy’, ‘Times’ 등의 잡지에서 한 해 동안 쓰인 색상과 문장들을 추출하고 통계 내어 정렬된 단어와 색이 그 해의 사회적인 이슈를 반영하는가에 대한 실험이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우리가 인식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사회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통계라는 객관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번 전시에선 사비나미술관의 기획전시 도록 21권을 분석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도록의 단어와 색을 수집, 분석했다. 총 1만 286개의 문장과 17만 1720개의 단어로 집계된 데이터는 상위 10개의 단어를 빈도수 비율에 따라 순차적으로 벽면에 스트라이프로 색면을 분할했다.

샌디 스코글런드(Sandy Skoglund)는 모든 오브제를 직접 제작하고 색과 공간 구성을 연출하는 자신만의 연출미학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색에서 탈피한 낯선 색감을 통해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며 오브제가 내포하고 있는 본래 의미까지 달라지게 한다.

▲하이브, ‘Project Scriabin’. 가변 크기, 터치 모니터, PC, LED, 디지털 피아노, 2015. 사진 = 사비나미술관

베르나르 포콩은 연극무대처럼 피사체를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메이킹 포토, 미장센 포토 등으로 불리는 연출 사진을 최초로 시도한 사진작가이다.

‘미케네의 문’과 ‘연못’은 포콩이 1989∼1991년 사이 제작한 ‘우상과 제물들’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시리즈에 대해 “추상과 이상화에 대한 기나긴 여정의 마지막이며 작품 속 빨간색은 사진 그 자체의 절망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소년의 이미지와 빨간색 물감이 화면을 지배한 듯한 풍경이 대비되어 기록의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정확히 재현할 수 없는 사진이 가진 이중적 속성이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익숙한 색에 대한 체험을 통한 재발견

1층 전시장 특별 공간에 마련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플레이 메이커즈 랩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 색채연구실이 협력해 만든 작업들은 이론적으로 색에 대해 알기에 충분한다.

▲베르나르 포콩, ‘연못’. 60 x 60cm, 프레송 프린트, 1990.

책장에 갖가지 색상으로 칠해진 ‘Color Fan’은 회전 혼합의 원리를 ’반대 색상‘을 통해 역발상적인 색채 적용과 그 경험에 대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한 플레이 메이커즈 랩의 미디어 작품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색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수동적 인식자에서 능동적 인식자로 변화되는 경험을 느끼게 한다.

예술가들에게 색이란 예술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임과 동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의 본질과 작가적 발언을 내포한다.

그동안 색을 주제로 꾸려진 전시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표현수단으로서, 혹은 대상을 재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색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회적, 과학적 맥락으로 접근해 작가 나름의 개성 있는 방식으로 색을 분석한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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