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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 ‘올해의 작가상’전]절대 안 보이는 한국의 사각지대 어디?

김기라·나현·오인환·하태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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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3호 왕진오 기자⁄ 2015.08.10 11:47:43

▲(왼쪽부터) 김기라 작가, 나현 작가, 오인환 작가, 하태범 작가.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지난 3월 ‘올해의 작가상’ 후보로 선정된 김기라, 나현, 오인환, 하태범 작가가 8월 4일∼11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올해의 작가상 2015’전을 펼친다.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비전을 제시할 역량 있는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2012년 마련됐다. 1995∼201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올해의 작가’전의 취지를 이어, 작가 발굴과 지원에 역점을 두고 SBS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시상 제도다.

이들은 각각 4천만 원의 전시 지원금을 받아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 참여하며, 국내외 심사위원 5인의 심사를 통해 10월 6일 최종 1인이 ‘2015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올해의 작가상’ 작가군 선정이 특정 장르에 치중되고 있다는 점은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 지금까지 후보 작가와 선정 작가들의 작업 장르가 천편일률적으로 설치, 영상, 미디어로 회화, 조각 등 타 장르의 작가들이 배제된 것을 봐도 그렇다.

▲김기라, 왼쪽 ‘마지막 잎새 #02 당신이 나를 원하는 것처럼’. ‘붉은 수레바퀴 당신은 나의 것’을 관람하는 관객들. 사진 = 왕진오 기자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기획2팀 김장언 팀장은 “올해의 작가상이 경쟁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후보로 선정된 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전시를 통해 우수작을 선정하는 방식 때문에 회화나 조각 작품이 대상에 오르는 데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술계 인사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해 21세기 미술계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데 특정 장르만 편애하는 것은 국가 미술관의 대표 작가 지원 프로젝트로 상징성 부여에 의미가 희석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드러내

김기라(41)는 영상 이미지 작품을 통해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 ‘이념의 무게’ 연작을 통해 보이지 않지만, 개인의 삶을 역사적 관점에서 파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태범 작가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설치 작품. 사진 = 왕진오 기자

“불확실한 시대에 많은 개인들이 삶의 무게를 사회관계망(SNS)이라는 허공에 쏘아 올리며 자신의 존재감만을 드러내는 현실이 과연 진정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려 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작동의 메커니즘을 응시하는 작가는 한국 사회의 특이한 현상을 소비와 착취, 열광과 냉소의 무한궤도로 파악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과 고민을 보여주기 위해 사회문화적 개념이 함축된 합성어 ‘플로팅 빌리지(Floating Village)’를 전시의 축으로 선택했다.

김 작가는 “88만 원 세대, 3포세대 불리는 오늘날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는 문제를 잊지 말고 바로보기 위한 의미로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공동선’이라는 명제 아래 작가적 입장과 태도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현실, 역사, 이념, 정치, 세대, 지역, 노사문제 같은 갈등과 대립, 충돌 등을 심미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역사적 사건과 기록에 관한 자료를 모으면서 다큐멘터리의 리얼리티를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나현(45) 작가는 미술관에 커다란 산을 만들었다. 이 조형물은 서울의 난지도와 베를린의 악마의 산을 바벨탑의 유적으로 추정하고, 그에 대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려는 프로젝트 ‘바벨탑 프로젝트 - 난지도’의 모습이다.

▲오인환 작가의 ‘사각지대 찾기’에 참여한 관객들의 모니터 영상. 사진 = 왕진오 기자

베를린의 ‘악마의 산’은 2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된 도시의 재건을 위해 베를린 서쪽에 전쟁 쓰레기들을 한데 모아둔 곳이다. 거대한 탑을 이루면서 평지인 베를린에 해발 120미터의 인공 산을 이룬 것을 지칭한다.

난지도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급속한 산업화 시대의 찌꺼기들을 1978∼1993년까지 받아오던 95미터 높이의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규모의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작가는 악마의 산과 난지도의 두 장소가 갖는 근-현대의 다양한 기억과 시간의 층위를 발굴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 장치로 목조 우물을 설치하고 내재된 불안과 폭력의 속성을 드러낸다.

서울의 난지도에서 채집한 다양한 귀화 식물을 전시장에 설치된 바벨탑에 옮겨 심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과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의 인터뷰를 연결지어 보여준다. 이를 통해 다양한 언어와 민족의 기원과 확산을 담아내고 있는 난지도가 하나의 바벨탑임을 증언한다.

오인환(50)은 특정한 공간과 시간의 문맥을 활용하는 참여적이고 장소특정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가다. 작가는 정체성의 문제에서 시작해 사회 전반의 규율과 예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개념적이고 문화비판적인 작업을 시도한다.

▲나현, ‘바벨탑 프로젝트 - 난지도’ 설치 모습.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에는 CCTV를 이용한 ‘사각지대 찾기’를 선보인다. 전시장에 설치된 CCTV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사각지대에 대한 공간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CCTV는 실시간으로 전시장 내부의 모습을 반대편 장소에 설치된 모니터로 전송하지만, 사각 지대에 설치된 작업은 모니터를 통해 보이지 않는다.

하태범(41)은 사진 이미지를 기반으로 영상 및 조각 작업을 하는 작가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동시대의 사건, 사고 현장과 이것을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 매스미디어의 태도다. 미디어에 노출된 테러, 범죄 현장 등의 보도 사진을 수집하고 종이, 플라스틱 등을 사용해 흰색으로 탈색된 오브제로 재현하여 미디어가 보도한 이미지와 같은 구도로 촬영한다. 이를 통해 특정 의도를 담아 사건의 사실 여부를 전달하는 매스 미디어의 정치적 태도와 소비주의의 단상을 꼬집는다.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주요 테마로 삼아, 분쟁 지역이나, 재해를 다룬 사진들로 파괴된 건물과 잔해 등 폐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들 이미지들을 흰색의 작은 모형으로 만들어 사진으로 완성시킨다. 사진의 배경을 의도적으로 삭제하면서 생기는 여백을 통해 자신의 방관자적 시각을 점점 극대화한다. 

동시대 한국 작가들이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내면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주는 ‘2015 올해의 작가상’ 전은 작품 창작의 동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한국 미술문화 발전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2015 올해의 작가상 심사위원은 박만우 전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주디 킴 구겐하임미술관 협력 디렉터, 마이클 고반 LA카운티미술관 관장, 안드레이 마티노브 모스크바 비엔날레 재단 제너럴 디렉터, 띠에리 라스파히 리옹현대미술관 관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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