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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칼럼]알래스카 빙하 얼마나 남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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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7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2015.09.10 09: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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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서울이 무더위로 끓고 있던 지난 8월 중순 나는 알래스카 빙하를 돌아보는 행운을 가졌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배를 타고 알래스카 주노(Juneau)에서 트래시 암 계곡(Tracy Arm Fjord)의 빙하를 보는 배를 다시 갈아타고 소여 빙하(Sawyer Glacier)를 관찰했다. 100년 전만 해도 빙하로 덮여 들어갈 수 없던 계곡을, 집채만 한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물길을 헤치고 빙하 선단에 다다랐다. 10여 층 높이의 빙벽이 지금도 굉음을 내며 갈라져 내려앉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지구 온난화의 현장을 목격하는 듯 했다.

기후 변화에 의한 지구 온난화는 대단히 서서히 오기 때문에 우리가 체감할 수는 없다. 금년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거라고 하지만 크게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기상 통계를 보면 지금의 온난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간 협력기구(IPCC)의 발표에 의하면 온실 가스의 효과 등으로 21세기에 들어 지난 10년간 지구 평균 온도는 섭씨 0.5도 증가하였다고 한다. 온실 가스의 생산 및 감축 정도에 따라 기후 온난화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발표되고 있다. 20세기 말에 비해 2030년경에는 0.4~1.5도 상승하고 2l세기 말에는 1.1~6.4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해수면은 빙하의 손실로 18~59c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지금의 해안가에 있는 비옥한 농경지가 대부분 바닷물에 잠기게 되고 엘니뇨현상에 의한 잦은 태풍, 가뭄 등 기상 이변으로 식량 생산이 어렵게 된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가 GMO 전도사로 전향한 영국의 유명한 환경 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그의 저서 ‘6도의 악몽(Six Degrees)’에서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1도 오르면 북극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고, 전례 없던 남대서양 태풍이 발생하고, 미국 서부에 심한 가뭄이 발생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이다. 평균 온도가 2도 올라가면 북극과 그린랜드의 빙하가 완전히 녹아 해수면이 7m나 올라 낮은 섬나라는 물속에 잠기고 해안가의 대부분 경작지가 사라진다고 한다. 

‘기후 대전’은 이미 시작됐는데…

3도가 오르면 아마존의 우림이 사라지고 심한 기상재해가 발생하며 열대지방의 수억 명 사람들이 온대 지방으로 피난 온다. 4도가 오르면 해수면 증가로 홍수가 일어나고 식수가 부족하게 되고 영국의 여름 온도가 45도가 된다. 5도가 오르면 지구는 대부분 황폐화되고 인류 문명의 파괴가 가시화되고, 6도 오르면 지구상의 생명체 95%가 소멸되며 황화수소와 메탄가스로 지구는 불바다가 된다.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리는 알래스카의 소여 빙하. 사진 = 이철호

이러한 과학적인 예측에 근거해 국제지정학자 귄 다이어는 ‘기후 대전’에서 아프리카의 사막화로 수억 명의 피난민이 남부 유럽으로 몰려들고, 미국은 남미에서 몰려드는 피난민을 막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부터 텍사스까지 바리케이드를 치고 넘어오는 난민을 사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아프리카 난민들로 인해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떼죽음에 내몰린 난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제 피할 수 없이 우리 앞에 밀어닥친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국제 사회는 기후 협약을 맺고 교토 의정서를 채택하여 각 나라마다 의무적으로 온실 가스 발생량을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들이 기후 협약에 소극적이었고, 중국, 인도 등 신흥 공업국들은 선진국들이 망쳐놓은 대기 오염의 책임을 그들에게 전가시킨다고 항변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적인 기상재해와 아프리카 난민 사태를 보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대부분의 나라들이 인식하고 있다. 

나는 소설 ‘식량전쟁’에서 2030년 미국이 중국을 기후 협약에 가입시키기 위한 압력으로 식량 수출을 금지했다가 핵전쟁으로 비화하는 이야기를 썼다. 환경과 식량의 문제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시한폭탄 같은 사안이라는 것을 알래스카의 빙벽이 말해주고 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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