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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시리즈 ⑥ BMW]“다르지 않으면 BMW 아냐” 대잇는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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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7호 안창현 기자⁄ 2015.09.10 09:14:06

▲BMW 디자인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 사진 = BMW 코리아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성공과 실패를 떠나 BMW는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줘야 한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BMW를 이끌며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던 크리스 뱅글 총괄 디자이너가 한 말이다. BMW가 디자인의 영역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BMW의 이런 태도는 미래의 자동차로 주목받는 전기차 부문에서도 남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BMW는 기존 모델에 전기차 기능을 덧붙이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전기차를 위한 독자 브랜드 ‘i’를 만들고, 별도의 플랫폼과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 BMW는 특히 스포티한 역동성과 주행 성능을 강조하며 다른 브랜드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같은 스포티 감각은 BMW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과거 모터사이클을 제조했던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BMW는 디자인 영역에서도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단편적 형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달리는 즐거움’을 담은 디자인을 추구한다. “BMW의 모든 것은 바로 달리는 즐거움에 있다. 그저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총괄 디자이너의 말에서 BMW의 디자인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역동성과 우아함을 결합한 개성

국내 한 조사기관에서 자동차 소비자를 대상으로 ‘각 수입차 브랜드와 어떤 이미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10개의 질문 중 각각 5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가장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BMW 수석 디자이너를 맡은 크리스 뱅글. 사진 = BMW 코리아

그런데 벤츠와 BMW가 1위를 한 항목들이 서로 달라 흥미롭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체로 차량의 품질(성능, 품질, 안전성)과 제품의 이미지(품격, 가치) 등 5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BMW는 상품성(디자인, 첨단 기능)과 고객 관계 등에서 1위를 했다. 벤츠는 품격과 안전성으로, BMW는 디자인과 첨단 기능으로 각각 국내 소비자에게 어필했다는 결론이다.

BMW의 특징으로 감각적 디자인을 꼽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만이 아니다. BMW가 세계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디자인의 역할이 컸다.

▲현재 BMW 그룹의 수석 디자이너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 사진 = BMW 코리아

BMW의 디자인은 1990년대 초까지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클라우스 루테(Claus Luthe)가 전형적인 독일식 기능주의 디자인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해갔다. 그의 뒤를 이어 1992년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된 크리스 뱅글(Chris Bangle)은 BMW의 혁신적 성향을 보여주는 감각적 디자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BMW 특유의 디자인이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뱅글에 이어 수석 디자이너에 오른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Adrian Van Hooydonk)는 크리스 뱅글에 의해 변화된 디자인 성향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전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현재의 BMW를 이끌고 있다.

BMW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의 일이다. 80년대 중반까지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메르세데스-벤츠가 독보적이었다.

“전통에서 파격으로” 실험 감행

이완 자동차 칼럼니스트(독일 거주)는 “BMW도 노력을 많이 하긴 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판매 성적이나 브랜드 가치, 성능 등에서 아직 벤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던 때”라며 “BMW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86년 나온 7시리즈와 2년 뒤 나온 5시리즈 3세대가 주목을 받으면서부터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BMW는 기능적으로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스타일 경향을 보였고, 이는 수석 디자이너 클라우스 루테의 작품이었다. 그는 전형적이고 탄탄한 고급차 디자인의 1987년 형 7시리즈(E32)를 비롯해 ‘천사의 눈(angel’s eye)’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1995년의 5시리즈(E39)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BMW 7시리즈의 3세대 모델인 E38. 사진 = 위키미디어

이완 칼럼니스트는 “BMW는 매우 독일적인, 즉 정제되고 간결하면서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런 디자인을 이끈 건 루테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가 마약중독자였던 아들을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비극적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BMW에는 1990~1992년 수석 디자이너 자리가 비게 된다. 이완 칼럼니스트는 “그러던 끝에 1992년 크리스 뱅글이 오면서 파격적인 디자인 실험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뱅글은 BMW 최초의 미국인 수석 디자이너였다. 당연히 BMW 안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그가 디자인한 Z9 스포츠카는 1999년 출시돼 BMW의 기존 이미지를 깨뜨리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그는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BMW를 그려낸 장본인이 됐다. 지금의 7, 5, 3 그리고 Z4와 X3, 1 시리즈 등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브랜드 정체성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그 중 가장 많은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은 것은 2001년 3세대 7시리즈였다. 뱅글의 7시리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은 전통적인 BMW의 보수적인 모델을 기대했기 때문에 많은 혹평을 늘어놓았다.

지금은 고급 세단의 전형이 되었지만 “마치 엉덩이에 살이 찐 괴물을 연상시킨다”는 7시리즈의 트렁크 라인은 ‘뱅글 엉덩이(Bangle’s Butt)’라는 혹평을 감수해야 했다. 그만큼 처음에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디자인뿐 아니라 ‘iDrive’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조작 장치와 편의 장비들 또한 너무 새로운 접근이라는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뱅글은 그런 비판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논란에 대해 “BMW 모델이 그만큼 독창성을 갖게 된 것”이라고 그는 맞받아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혁신적 디자인의 4세대 7시리즈들이 도로를 누비기 시작했고, 그의 디자인은 웅장하고 진보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감성적 형태’로 요약할 수 있다. 그가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언급한 내용 중 “디자인의 감성적 효과 역시 제품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한 것이 이를 대변해준다. 기존 독일차가 갖고 있던 차가운 기능주의와는 다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BMW의 개성 드러내는 아이콘들

BMW 디자인은 그 자체로 브랜드와 동의어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키드니 그릴(Kidney Grille)’은 1933년부터 적용돼 BMW의 상징이 됐다. 콩팥처럼 생긴 라디에이터 그릴만 봐도 BMW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독특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BMW의 브랜드와 자동차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디자인의 특징 몇 가지만 언급해도 BMW의 개성을 알 수 있다. 먼저 차체의 비율을 들 수 있다.

BMW의 비율은 그 자체로 엠블럼이 됐다. 긴 휠베이스(자동차의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와 길고 압도적인 보닛, 접이식 탑승석은 BMW가 강조하는 역동적인 민첩성을 느끼게 한다.

전방을 주시하는 헤드라이트 또한 ‘포커스 룩’이라 불리며 개성을 드러낸다. 상단을 톱질한 것과 같은 형태의 트윈 원형 헤드라이트는 도로 전방을 주시하는 독특한 형태를 보여준다.

▲독일 뮌헨의 BMW 본사 사옥. 사진 = BMW

BMW의 ‘호프마이스터 킥’은 디자이너 빌헬름 호프마이스터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C 필러 끝부분에 앞쪽으로 급히 꺾이며 떨어지는 디자인을 말한다. 전 BMW 차체 디자인 디렉터였던 호프마이스터가 이 디자인을 BMW 자동차에 처음 적용한 것은 1961년이다.

이 호프마이스터 킥은 자동차의 역동성과 앞으로 솟아오르는 것과 같은 형태를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BMW의 전통적인 후륜 구동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현재와 같은 BMW의 디자인은 17년에 걸쳐 디자인 부문 총괄 책임자인 크리스 뱅글과 아드리안 호이동크의 긴밀한 협력 아래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지난 2008년 뱅글의 퇴임 결정에 따라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가 BMW 그룹의 전체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다.

현재 반 호이동크는 크리스 뱅글에 이어 다양하고 진보적인 접근 방식을 BMW에 접목시키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BMW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특유의 역동성과 우아함을 잘 결합한 것”이라고 답했다. 즉 서로 다른 2가지를 결합시켜 독특한 개성의 자동차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의 날카롭고 현대적인 디자인은 이후 신형 쿠페 6시리즈로 전이됐고, BMW의 21세기 디자인 전략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 철학 적용된 ‘뉴 6시리즈’

BMW 모델은 크게 1부터 7까지 시리즈로 구분된다. 시리즈의 숫자는 해당 모델의 세그먼트를 의미한다. 숫자가 커질수록 세그먼트 또한 올라가는데 1시리즈는 소형, 3시리즈는 준중형, 5시리즈는 중형, 7시리즈는 대형 프리미엄 세단을 지칭한다.

그 중 짝수로 시작되는 BMW 2, 4, 6시리즈는 대표적인 3, 5, 7시리즈와 달리 쿠페나 컨버터블에 부여된다. 특유의 심미적인 디자인과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라인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된 BMW 뉴 6시리즈는 짝수 시리즈 중 BMW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스포티한 성능과 주행의 즐거움, 독특한 미적 감각 등 BMW가 내세우는 특징을 확인시켜주는 시리즈다.

▲BMW 뉴 6시리즈 그란 쿠페. 사진 = BMW 코리아

6시리즈의 특징은 차체 디자인에서부터 고스란히 적용됐다. BMW 특유의 비율과 명확한 라인, 매끄럽게 다듬어진 표면들이 강조된 가운데 컨버터블과 쿠페 등 각 모델별로 개성을 과시한다.

BMW 뉴 6시리즈는 스포티한 주행 성능, 편안한 승차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다양한 옵션을 내세운 전략 모델이다. 새로워진 뉴 6시리즈의 외관은 BMW의 패밀리 룩을 형성하는 전면부의 ‘키드니 그릴’이 10개에서 9개로 줄어들면서 날렵한 인상을 더했다.

BMW 관계자는 “하단의 공기흡입구는 블랙 하이그로스와 크롬 하이그로스로 변경돼 차량의 스포티한 성능과 강한 인상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새롭게 개발된 풀 LED 라이트는 날렵해진 디자인을 통해 더욱 세련된 느낌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후면부는 번호판 아래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크롬 장식을 통해 우아함이 더해졌고, 10㎜ 두꺼워진 듀얼 블랙 배기 파이프는 더욱 다이내믹한 인상을 강조했다. 또한 인테리어는 블랙 하이그로스 인테리어 트림을 적용해 전반적으로 스포티한 인상을 줬다.

뉴 6시리즈에 새롭게 적용된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뉴 6시리즈 라인업의 컨버터블, 쿠페, 그란 쿠페는 모두 디자인 우수 상품에 수여되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BMW 뉴 6시리즈 쿠페는 ‘굿 디자인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고, 같은 시리즈의 컨버터블은 ‘독일 디자인 어워드’를 받았다. 또한 독일 디자인 위원회가 주최하는 국제 브랜드/디자인 대회인 ‘자동차 브랜드 콘테스트’에서 6시리즈 쿠페와 그란 쿠페가 2년 연속 외관 디자인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시장에서의 반응 또한 나쁘지 않아 6시리즈 그란 쿠페는 독일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스포트’가 진행한 독자 투표에서 ‘올해 최고의 신차 디자인’ 부문과 ‘올해 최고의 차’ 투표에서 럭셔리카 부문을 연속으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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