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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 노동개혁의 ‘일반해고’는 쉬운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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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3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5.10.22 08:51:57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9월 15일 노동계와 재계, 정부는 노사정위 본회의를 열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가 출범한 이후, 여러 차례 대화 결렬과 재개를 거쳐 나온 대타협이었습니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에는 일반해고 기준 마련,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통상임금 범위,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실업급여·산재보험 강화 등 향후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핵심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동안 노사정 합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쟁점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였습니다. 일반해고는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하는 것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한 법 규정을 완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이 일반해고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입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헬직장’ ‘쉬운 해고’라며 반발해 왔습니다.

직장 대표들의 입장에서 일을 잘하지 못하는 직원을 내보내고 새로운 직원을 뽑고 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인간적인 문제 또는 법적·경제적 어려움으로 직원을 해고하지 못합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회사 측의 사정 때문에 이뤄지는 정리해고와 노동자의 일신상 사유 또는 잘못된 행위 때문에 이뤄지는 징계해고만이 규정돼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해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해고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23조에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법원은 이 ‘정당한 이유’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라고 해석하면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10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9·15 사회적 대타협의 평가와 과제’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원덕(오른쪽 네 번째)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성과 부족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 정당한 해고인지의 여부는 결국 판례의 몫입니다. 대법원에서는 이런 ‘정당한 해고 사유’에 대한 판례가 상당 기간 쌓여 왔습니다. 이런 판례들을 바탕으로 정부가 일반해고의 기준을 마련하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2015년 노동 구조 개편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해고 사유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반적으로 인정돼 왔고 법원 판례에 의해 축적된 내용을 기준으로 법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즉 근로기준법상의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 부분을 법제화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기존 ‘정당한 해고’에 대한 
법원 판례를 기준삼아 법제화 추진하겠다는 것. 
수습-시용 기간 명시한 근로계약서 사용해야 

사실 저성과자, 근무태도불량자를 회사에서 내보내기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잘못하면 노동부 진정이나 부당해고로 인한 소송을 당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주목해 봐야 합니다.

일단 채용하고 나면 특별한 징계 사유가 없는 한 직원을 내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회사와 맞지 않는 사람을 사전에 걸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수습기간은 채용이 확정된 이후 일정기간 직무 적응, 교육, 평가 등을 위해 임시로 두는 기간을 말합니다. 반면 시용기간(試用期間)은 본채용 이전에 일정기간 근무하면서 정규사원으로서의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수습기간과 시용기간의 차이는 채용이 확정됐는지 여부입니다. 다만 채용의 확정 여부는 근로계약서에 수습이라고 기재됐는가 아니면 시용으로 기재돼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용관계의 실질이 무엇인가로 판단합니다.

수습기간 또는 시용기간이 끝난 후 평가 기준에 미달한 경우 사용자는 수습근로자에 대해서 해고 또는 계약해지를, 시용근로자에 대해서는 본 계약 체결거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습기간이나 시용기간이라고 해서 해고나 계약 체결 거부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운데)가 10월 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김대환 경제사회발전 노사정 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등 노사정 위원회 대표자 등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돼야 합니다. 이를 사용자 측이 증명해야 하는데, 해고 또는 본 계약 체결거부 전에 업무 부적격성이나 불성실함을 보였다는 자료가 축적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근무평정표를 작성하고, 다음 내용을 근로계약서에 넣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상 수습기간의 상한은 3개월입니다. 수습기간과 관련해 근로계약서에 들어갈 내용을 예시해봤습니다.

- “갑”은 “을”의 업무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채용 후 “수습기간”을 두며 이 기간은 채용일로부터 3개월로 한다.
- 수습기간 중 또는 기간 만료 후 별도의 평가를 통하여 “을”이 업무의 적응 및 적격성이 부족(평점 평균 60점미만)할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현재 노사정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법률 개정 작업 중에 있습니다. 노사정 위원회는 큰 틀에서 타협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규정하려면 앞으로 갈 길이 먼 듯합니다. 어렵든 쉽든 ‘해고’라는 단어는 회사나 근로자 모두에게 부담되는 단어입니다.

일반해고가 법률에 규정된다 해서 기존에 불가능하던 해고가 아무 제약 없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법률을 잘못 개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가 존재하고, 노사정 위원회가 합의안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이번 대타협에 따른 법률 개정이 어떻게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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