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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 ‘캣맘 사건’과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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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4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5.10.29 08:47:41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최근 한 초등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던져 아래 있던 사람이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길고양이의 밥을 주던 이른바 ‘캣맘’으로,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캣맘 사망 사건’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사건 초기에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에 대한 인근 주민과 캣맘의 갈등 문제가 부각됐지만, 사건의 가해자가 10세 초등학생이고 아파트 옥상에서 ‘낙하 속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 처분과 함께 민사적인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선 해당 행위가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이 있어야 하며, 당사자에겐 책임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은 해당 행위가 형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범죄로 규정된 행위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캣맘 사망 사건에서 초등학생의 행위는 상해치사, 과실치사 또는 살인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당방위 등의 이른바 위법성 조각사유도 없기 때문에 위법한 행위입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당사자가 만 9세의 초등학생으로 매우 어리다는 점입니다. 형사 범죄로 처벌받기 위해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책임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책임 능력은 쉽게 이야기하면 ‘적법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임 능력과 관련해 여러 가지 규정들이 있는데, 우리 형법에서는 나이를 기준으로 형사미성년자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만 14세 미만자를 ‘형사미성년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벌하지 아니한다’는 의미는 형벌(刑罰)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형벌이 아닌 다른 처분은 가능할까요?

이는 소년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소년법 제4조 제1항 2호에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촉법소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촉법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고 해서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이 가능합니다.

또한 보호처분은 소년법 제32조에서 10가지로 규정합니다. 가벼운 처분으로는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등이 있고, 무거운 처분으로는 ‘장기 소년원 송치’가 있습니다. 촉법소년은 이 10가지 보호처분을 받는 대상이 됩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한 ‘캣맘 벽돌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과 과학수사대원들이 10월 14일 오후 사건 현장에서 3차원 스캔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러면 만 10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런 처벌 또는 처분을 받지 않는 것일까요? 책임 능력이 없다고 봐서 처벌이나 보호처분을 받지 않습니다. 만약 10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성인과 같은 발육과 지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형벌이나 보호처분을 받지 않습니다.

사건 용의자인 9세 초등생
어떤 형벌·보호처분도 받지 않아 논란

이번 캣맘 사망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촉법소년에도 해당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서 아무런 보호처분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언론에서는 소년법상의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거나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과 관련된 논의는 몇 년에 한 번씩은 쟁점이 되는 사안입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현행 소년법 규정도 2007년도에 개정된 규정으로, 개정 전에는 “12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이 촉법소년으로 규정돼 있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은 과거에 비해 매우 빠릅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법의 형사미성년자 규정은 1953년 제정된 그대로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형사 책임이 없다고 해서 민사 책임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해자는 재산이 없어 배상 능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가해자의 부모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민법 제755조 제1항은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감독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부모는 자식에 대한 감독 책임을 가지기 때문에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에 더해 가해자 부모 외에 옥상을 개방해둔 아파트 측의 관리 책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가해자 측은 “중력 낙하 실험을 했다”면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것에 대한 고의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고의가 있었든 없었든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다만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된다면 손해배상 액수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의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많은 것이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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