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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 캄보디아 ②] 신비의 앙코르와트 지나 수상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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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5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11.05 09:08:09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3일차 (시엠립)

시엠립의 어원

시엠립(Siem Reap)은 ‘태국을 완전히 이김’ 혹은 ‘태국의 완전한 패배’라는 뜻으로 16세기 중반 캄보디아 앙찬(Ang Chan) 왕이 침공해 들어온 태국(시암, 시엠 혹은 샴) 군을 맞아 코끼리 등에 탄 옹(Ong) 왕자를 죽이고 1만 명 이상을 포로로 잡으며 태국 군을 완전히 제압한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정글에 묻혀 있던 앙코르와트(Angkor Wat)는 20세기 초반 프랑스 팀에 의해 발굴됐다. 9세기부터 12세기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100여 개의 사원 중 하나인 앙코르와트는 발굴 직후 잠깐 바깥에 알려졌다. 이후 캄보디아의 오랜 내전과 크메르 루주의 폭정에 따른 정정 불안으로 오랜 기간 동면해 있다가 1990년 중반 이후에야 활발하게 관광객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배후 도시 시엠립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됐다.

▲20세기 초반 프랑스 팀에 발굴되기 이전 앙코르와트는 정글에 묻혀 있었다. 크메르 루주의 폭정으로 오랜 시간 동면했다가 1990년 중반 이후 관광객을 활발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진 = 김현주

가슴 설레게 하는 앙코르의 탑

앙코르와트 유적지는 워낙 넓은 곳에 분포돼 있어서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 뚝뚝을 대절해(12달러) 앙코르와트 사원으로 향하는 오전 10시, 구름이 끼어 날이 덜 더우니 다행이다. 어제는 섭씨 36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한 여름엔 40도까지 오르는 곳이지만 1~2월은(여전히 덥긴 하지만) 앙코르와트 방문 최적기다.

공원 입구에서 입장권(1일권 20달러)을 구입했다. 입장권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지 못하도록 즉석에서 촬영한 인물 사진을 새겨 넣는다. 앙코르와트를 둘러싼 넓은 해자(垓字)는 아직 복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해자 복구 프로젝트는 일본 상지대 아시아 센터 팀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입간판이 서 있다.

열대 건축의 결정판

해자 위로 놓인 돌다리를 건너니 앙코르와트의 높고 낮은 일곱 개의 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에서 본 익숙한 모습이 자꾸만 다가오니 가슴이 설렌다. 돌기둥 회랑을 따라 수백 미터 양 옆으로 이어진 벽면 부조가 매우 정교하다. 힌두교 신화를 새겨 넣은 방대한 장편 벽화다.

열대 지방에 어떻게 이처럼 거대하면서도 섬세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부조 중에서 여성 신체의 상반신 부분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서 반들반들 윤이 난다. 힌두교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벽면 부조를 충분히 음미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신비의 메루 산을 상징하는 중앙 첨탑으로 올라가는 천상의 계단길.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진 = 김현주

한국인 관광객들로 먹고 사는 시엠립

여기 관광객들 중 족히 절반 이상이 한국인으로 보인다. 한국, 일본, 중국 혹은 베트남, 그리고 서구인 순이라고 한다. 서양인은 당연히 프랑스인이 많고 미국, 독일, 러시아인도 많다. 한국 단체 팀이 워낙 많으니 어디에서도 들리는 단체 팀 가이드의 설명을 언뜻 언뜻 엿듣는 것만으로도 정보는 충분한 것 같다. 신비의 메루(Meru) 산을 상징하는 중앙 가장 높은 탑을 항해 천상의 계단을 오른다. 시원한 산들 바람이 상쾌하다. 앙코르와트 이외에도 인근 600km 이내에 100여 개의 사원이 더 있다니 멀리 정글 쪽으로 눈길이 간다.

▲앙코르톰 가는 길. 앙코르와트와 이웃한 위치에 있는 앙코르톰은 12세기 말 건설된 왕궁 도시로, 사원 터와 왕궁 터가 유명하다. 사진 = 김현주

앙코르 미스터리

이어서 이웃한 앙코르톰(Angkor Thom)으로 향한다. 무인 석상들을 얹은 다리를 건너 남문을 지나니 바욘(Bayon)이 나타난다. 앙코르톰은 12세기 말 건설된 왕궁 도시로서 사원 터와 왕궁 터가 유명하다.

거의 1000년 전 순전히 인간의 노동만으로 건설했다고 믿기 어려운 거대 규모 건축물들의 잔해가 연이어 나타난다. 아마도 강력한 절대 왕권만이 건축 대역사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정교하면서도 견고한 거대 건축물들을 누가 왜 지었고 그 후 앙코르 문명은 어떻게 됐는지 미스터리가 이어진다. 세계 7대 혹은 8대 불가사의라는 찬사가 전혀 과장이 아니다.

크메르의 영화를 느끼다

여기에 크메르 제국이 있었으니 그들이 쌓은 거대한 구조물들이 1000년 세월 비바람을 견뎌 제국의 옛 영화를 말해 준다. 화려한 유적을 남겨 놓았기에 가난한 후손들이 그나마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높고 가파른 계단을 수없이 오르고 내렸지만 구름 낀 날씨 덕분에 덜 지쳐 다행이다. 계단을 타고 높은 곳에 오르면 반드시 시원한 바람과 눈 아래 펼쳐지는 장관이 흘린 땀을 보상해 준다.

▲시엠립의 시원한 산들바람이 상쾌하다. 숲속 600km 이내에 앙코르와트 이외에도 100여 개의 사원이 더 있다고 한다. 사진 = 김현주

톤레삽 수상 마을 투어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두 시다. 오후에는 톤레삽(Tonle Sap) 호수 수상마을 가이드 투어에 나선다. 자동차로 11km 이동해 호숫가 선착장, 그곳에서 보트로 4km 나가 선상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석양을 감상하고 돌아오는 프로그램이다(저녁식사 포함 33달러). 승합차 한 대를 채운 일행 11명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양인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 국적도 다양하다. 투어 회사 사장은 변호사 출신 호주인이라고 가이드가 귀띔해준다. 

▲앙코르톰의 모습. 정교하면서도 견고한 거대 건축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후 앙코르 문명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진 = 김현주

모든 것이 물 위에 떠 있다

톤레삽 호수는 남쪽 프놈펜까지 뻗어 메콩강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내륙 호수다. 170개 수상 마을에는 8만 명의 캄보디아인 혹은 베트남인이 살고 있다. 선착장 가는 길 곳곳에 이미 펼쳐지기 시작한 수상 마을에는 주택은 물론이고 사원, 학교 등 모든 것이 물 위에 지어져 있다.

곧 선착장에 닿으니 한국 자본이 투입된 위락 편의시설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선착장은 프놈펜과 시엠립을 왕복하는 페리보트의 승하선장이기도 하다. 일행이 탄 보트는 물고기를 잡거나 양식해 생활을 영위하는 수상족의 집 사이를 잘도 빠져 나간다. 집집마다 TV 안테나가 있기에 전기는 어디서 구하는지 가이드에게 물으니 대형 전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충전 비용이 비싸더라도 TV는 고립된 수상 마을에서 꼭 봐야 하는 중요한 매체이자 오락 수단이다.

▲수상 마을. 물고기를 잡거나 양식해 생활을 영위하는 수상족이 산다. 사진 = 김현주

호수 한복판의 저녁 식사

수상 식당은 호수 한가운데 있다. 앙코르 맥주를 세 캔이나 들이켜니 얼얼하다. 날이 흐려서 석양은 볼 수 없었지만 호수 한복판 해 질 녘 저녁 식사는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했다.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호주인 남녀는 브리즈번 대학 지리학 교수와 대학원생이다. 세계의 수상 도시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인도차이나를 여행 중이라면서 수상 도시의 압권은 베네치아라고 주장하기에 그런 것 같다고 긍정해 줬다. 

저녁 7시가 훨씬 지나 식사가 끝나니 사방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보트는 캄캄한 호숫가 수상 가옥 사이 좁은 수로를 조심스럽게 헤치고 무사히 선착장에 닿는다. 작은 불들을 밝힌 수상 가옥 안에서는 가족끼리 TV 앞에 앉아 오붓한 저녁 한때를 맞고 있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캄보디아 시엠립에서의 멋진 하루는 이렇게 저문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지나는 도시 중심가 유흥상업 지구의 네온사인이 현란하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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