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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 ‘뉴 XJ’ vs ‘올뉴 K7’ ①] 칼럼 “자동차는 살아 있는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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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9-470호(설날) 안창현 기자⁄ 2016.02.11 14: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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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기아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평가해달라.” 재규어 신차 발표회에서 재규어가 아닌 기아차 디자인에 대해 묻는 질문이 나왔다. 다소 엉뚱하고, 어쩌면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이안 칼럼(Ian Callum)은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며 웃었다. “페터 슈라이어를 매우 존경하고 그의 자동차 디자인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의 차라고 해도, 타사 디자인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안 칼럼과 페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는 각각 재규어와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총괄 디렉터다. 둘은 흔히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힌다. 나머지 한 명인 폭스바겐의 발터 드 실바(Walter de Silva)는 지난해 말 은퇴를 선언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그의 은퇴와 ‘디젤 스캔들’은 무관하다”며 “드 실바가 그룹 자문 역할을 계속 맡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역에선 물러난 셈이다. 자연히 두 사람에게 시선이 더 쏠리는 상황이다.

최근 공교롭게도 칼럼과 슈라이어가 디자인한 신차가 국내에 나란히 출시됐다. 재규어는 1월 25일 ‘뉴 XJ’를 출시했고, 기아차는 ‘올뉴 K7’을 26일 선보였다. 칼럼은 뉴 XJ에 대해 “혁신적으로 재규어 디자인을 바꾼 모델”이라 소개했고, 페터 슈라이어는 “기아차 디자인의 미래다”라며 올뉴 K7을 꼽았다.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대중의 주목을 받는 두 스타 디자이너들이 소개하는 신차를 만나본다.


칼럼은 1999년 재규어에 합류한 후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재규어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현 세대 XE, XF, XJ 그리고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자주 거론되는 E-타입을 계승한 ‘F-타입’ 컨버터블과 쿠페 디자인을 총괄 지휘했다. 특히 그의 F 타입은 성능에 걸맞은 매혹적인 디자인으로 ‘2013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가 지난 25일 한국을 방문해 새로 출시하는 재규어의 플래그십 세단 ‘뉴 XJ’를 직접 소개했다. 재규어 코리아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마련한 ‘재규어 레어 디자인 스튜디오(Jaguar Rare Design Studio)’에서였다. 칼럼은 이 자리에서 직접 뉴 XJ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고, 재규어의 역사를 정리했다. 26일에는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는 한국 학생들을 상대로 마스터클래스를 여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재규어만의 독특한 ‘더블 J’ 주간 주행등. 사진 = 재규어 코리아

재규어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성능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광고 카피를 갖고 있을 정도로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칼럼 역시 “자동차 디자인은 기업을 살릴 수도,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요소”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규어 디자인의 핵심을 ‘뛰어난 비율’, ‘다이내믹하면서도 엣지 있는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은 이를 모든 재규어 차량에 투영시키고자 노력한다는 말이었다.

재규어 브랜드의 일관성을 중시

신차 ‘뉴 XJ’ 역시 마찬가지였다. 칼럼은 “한국에 두 번째로 왔는데, 가장 좋아하는 차를 소개할 수 있어 흥분된다”며 “뉴 XJ는 혁신적으로 재규어의 디자인을 바꾼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디자인에 있어서 브랜드의 전통은 단지 카피하는 게 아니라 전통의 가치를 살려 재해석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재규어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디자인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칼럼에 의해 완성된 뉴 XJ의 디자인 역시 한층 날렵해진 차량 어깨와 허리 라인을 통해 재규어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재규어만의 독특한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인 ‘더블 J’ 주간 주행등은 멀리서도 XJ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또한 대담한 디자인의 테일 램프와 타원형의 테일 파이프는 보다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균형 잡힌 전면 그릴로 섬세한 디테일을 더하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평가다.

칼럼은 오랜 기간 재규어의 얼굴을 대표해 온 ‘동그란 헤드라이트 4개’를 차량 전면부에서 없애고 전면부의 디자인을 통일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술이 진보했으므로 바뀐 헤드라이트를 통해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4개의 동그란 헤드라이트가 처음 나왔을 때도 ‘이건 재규어가 아니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계속 시대에 부응해 발전해야 그게 새로운 재규어가 된다.”

변화를 위한 과감한 도전과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재규어의 정수를 응축한 뉴 XJ는 뛰어난 퍼포먼스와 기술, 매혹적 디자인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델이라는 주장이다.

▲이안 칼럼은 뉴 XJ를 “혁신적으로 재규어 디자인을 바꾼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재규어 코리아

그는 재규어의 창립자 윌리엄 라이온스(William Lyons) 경의 지론인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중 살아 있는 생명체에 가장 가까운 것이 자동차”라는 철학에 뉴 XJ가 잘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럭셔리한 차를 넘어 사람들의 삶 자체를 럭셔리하게 만들고자 노력해온 재규어의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이다.

디자인의 첫 요소는 ‘비율’

그는 자동차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것으로 “예술, 음악, 건축, 사진 등 일상의 모든 것”을 꼽았다.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그걸 카피할 게 아니라 ‘이 작품이 왜 좋을까’를 생각해보고 드라마틱한 속성이나 흥미를 유발한 부분의 느낌을 포착해 영감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재규어만의 전통을 잃지 않는 지점을 찾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까?

“우리는 아주 심플한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다. 이는 3~4가지의 아주 기본적인 원칙에서 비롯된다. 재규어는 우선 흥미로워야 한다. 우리가 하는 것은 재규어가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시적인 조형물로 표현하기 위해 라인이나 비율을 과장하는 그 정도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아름답고 순수한 자동차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는 이어 “본능적으로 더욱 흥미롭게 보이는 전체적인 실루엣을 만들어 경쟁사들보다 흥미로운 디자인의 자동차를 설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안전상의 문제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구조물 팀, 엔지니어링 그리고 디자이너들과 함께 협력한다. 물론 재규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율(proportion)이며, 그것은 우리가 모든 측면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차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규어의 XJ가 벤츠의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과 비교할 때 더 나은지 아닌지는 대답하지 않겠지만, 굉장히 차별적이고 독보적인 매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동차 디자인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뿐 아니라 비용, 엔지니어링 요소, 브랜드 스토리, 법규 등 다양한 속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디자인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안 칼럼은 다른 디자이너들에 비해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해가 높은 디자이너로 평가된다. 14세 때 직접 디자인한 자동차 스케치를 재규어에 보냈을 만큼 어릴 때부터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꾼 그는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는 미래의 디자이너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학교 다닐 때는 수학이나 엔지니어링 같은 기계적, 수치적 측면과 디자인 같은 예술적 측면의 균형을 맞춰 공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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