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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 입증 어려운 손해배상액, 7월부터 법정이 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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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4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6.03.17 08:56:29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민사소송법이 3월 3일 개정됐습니다. 사실 민사소송법은 실무를 다루는 법률가들이 주로 다루는 절차법의 영역이라 법조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 법률은 두 가지 점에서 획기적으로 변했습니다. 바로 손해배상 액수의 증명과 원격영상 신문절차가 그렇습니다. 하나씩 설명하겠습니다.

사업상 계약 관계를 맺고 일을 진행하던 중 일방 당사자의 계약 위반이 있는 경우, 상대방은 계약 위반을 한 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의 체계는 청구하는 측, 즉 원고가 권리 발생의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손해의 발생과 액수를 원칙적으로 원고가 증명해야 합니다. 손해배상 청구권자는 자신이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기 위해서 어려운 소송을 해야 합니다.

실제 손해배상 소송에서 손해 액수가 문제되는 경우, 이를 증명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손해배상 관련 조항을 넣게 되는데, 계약 위반 등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 채무불이행 사실만으로 일정한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하기로 미리 정해놓는 손해배상 예정 조항을 계약 내용에 집어넣습니다.

위약금이 대표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입니다. 위약금을 계약서에 규정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는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손해액 입증이 어려운 정신상의 손해, 비밀유지 의무 위반 등의 경우 손해 액수를 미리 계약서에 명시해 놓는다면, 분쟁 발생 시 훨씬 간명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저도 여러 차례 칼럼을 통해 손해배상 규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종종 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손해 액수를 증명하기 어려워 피해자가 소송을 포기하거나 법원이 피해자에게 패소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정말 안타까운 순간입니다. 이 경우 재판장도 안타까운 마음에 당사자에게 여러 차례 조정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민사소송법 바뀌어도 계약서에 조항 잘 마련해 놓아야

상대방과 작성한 계약서가 있고, 계약 내용에 손해배상과 관련한 규정이 제대로 들어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건에서 손해액을 증명하는 일은 매일 법률을 다루는 저 같은 변호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한 민사소송법에서는 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손해 액수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배상액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필자 생각에는 손해배상법 체계를 흔드는 획기적인 법률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이 법률을 통해서 배상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법 운영이 정착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 위약금 등 손해배상 규정을 계약서에 정해놓는 것은 무의미해진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위 개정은 손해배상 액수에 대한 규정이 없을 때 적용되는 보충적인 규정일 뿐입니다. 이 규정에 의해 인정되는 손해배상 액수는 실제 손해 액수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계약서에 미리 잘 규정해 놓아야 합니다. 계약서에 “계약 위반 시 손해 전부를 배상한다”라거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어길 경우 일체의 손해를 배상한다”는 규정이 있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원격 영상 신문절차’ 제도가 도입됐다. 향후 법정에서 화상으로 재판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사진 = 서울중앙지법

위 규정들은 구체적으로 위약금·위약벌 등의 액수가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을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만약 원고가 손해액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새로운 민사소송법에 의한 배상을 받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손해배상 규정을 잘 만들어 놓은 계약서가 존재하는 경우보다 소송의 난이도는 높아질 것이고 배상 액수도 적어질 것입니다.

또 하나는 ‘원격 영상 신문절차’입니다. 증인이나 감정인이 법정에 직접 나오기 어려운 경우, 비디오 등 중계 시설을 통해 신문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사실 증인이나 감정인을 재판에 부르는 경우, 증인이 자발적으로 법원에 출석한다면 가장 고마운 일입니다.

법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을 하지 않는다면 법원은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자신의 직장이나 다른 사정으로 법원에 출석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가장 난감합니다.

원격 영상 신문으로 화상 재판의 가능성 열어

이번 개정 법률은 원격 영상 신문절차를 도입해 증인이 부담해야 하는 시간적이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재판에서 증인이나 감정인은 단순히 질문에 답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판장은 증인의 답변 태도나 표정 등 증인을 실제 보면서 느낄 수 있는 많은 것을 통해 증언의 진위를 판단합니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런 것들이 없어지지 않도록 원격 영상 신문은 최소한이 돼야 할 것이며, 의사나 감정인 등 객관적인 사실을 증언할 수 있는 증인들에 한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바뀐 민사소송법 개정 법률은 7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동 법률은 앞으로 운용되기에 따라 재판 절차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의 운용이 적절해서 개정 법률의 취지를 잘 살리기 기대해 봅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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