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인 - 배꽃 집] 비스듬 대지에 맞춰 홈시어터가 쓱~
▲경기도 안성의 배꽃 집 전경. 사진 = 석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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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집에서 큰 스크린과 빵빵한 사운드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영화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것이다. 실제 값비싼 장비들로 홈시어터(home theater)를 꾸리기도 하지만, 일반 주택에서 극장 환경을 제대로 갖추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극장 흉내 내기에 그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경기도 안성의 ‘배꽃 집(Pyrus House)’은 영화 애호가인 건축주의 요구로, 집 설계 시부터 홈시어터 공간을 철저히 고려해 지어졌다. 물론 건축주 부부와 어린 아들, 아이의 외할머니가 함께 사는 공간인 만큼 가족 구성원 모두를 배려했다. 취향과 생활, 소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주택이 배꽃 집이다.
안성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배꽃 집이 있다. 집 앞으로 푸른 배나무 밭을 마주하고 있어 ‘배꽃 집’으로 불린다. 건축주 부부는 한적한 시골 동네에 대지를 구입하고, 아이와 외할머니까지 네 식구를 위한 주택 설계를 의뢰했다. 집에서 남편의 홈시어터 공간이 중요했다.
▲낮은 지면을 활용한 지하층의 홈시어터 공간. 사진 = 석정민
설계를 의뢰받은 스노우에이드의 박호현 소장은 “안성 배꽃집의 전체 면적 중에서 홈시어터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그 공간의 크기가 최소 5m의 폭과 7m 길이가 확보돼야 했다”고 말했다.
남편의 공간인 홈시어터 공간과 다른 가족들의 공간 사이에 관계를 설정하고, 독립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서로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했다.
배꽃 집을 짓기 전 이곳의 원래 지면은 주변보다 높이가 낮았다고 한다. 배나무 밭으로부터 뻗은 진입 도로보다 대지가 낮았다. 그래서 마당을 도로 높이까지 올리는 부지 공사가 필요했다.
이때 낮은 지반은 그대로 집의 지하층으로 활용할 수 있고, 어두운 환경을 조성해 홈시어터로 꾸미기에 제격이었다.
▲주방 옆 거실로 폴딩 도어를 설치해 한눈에 배 밭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석정민
박 소장은 “홈시어터 공간을 기존 대지 높이에 배치해 반지하 공간으로 만들었다. 진입 도로와 나란히 배치해 외부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홈시어터의 남쪽으로 채광과 환기가 잘되는 선큰(sunken) 데크를 둬 외부와 통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2층에도 벽 전면을 밝게 창으로 만든 가족실. 사진 = 석정민
이 때문에 반지하 공간은 홈시어터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습기가 차지 않고 공기 순환이 잘 됐다. 영화를 보는 어두운 공간에서 햇볕이 내리쬐는 외부로 바로 나갈 수도 있었다. 지하의 홈시어터 공간이 단지 영화만 볼 수 있는 어둡고 고립된 장소에 머물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집 앞을 밝히는 배나무 밭
홈시어터 북쪽으론 주차장과 현관이 위치했다. 현관을 통해 집에 들어서면 세 갈래로 공간이 나눠지는데, 왼쪽 편 가장 가까운 자리에 외할머니가 머무는 방이 위치했다. 방해받지 않고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출입이 쉽도록 배려했다.
▲탁 트인 야외 테라스에서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 석정민
오른쪽으로는 2층으로 바로 올라갈 수 계단이 있고, 중앙으로 들어가면 1층 거실이 나온다. 이 공간에는 주방과 식당이 함께 배치됐는데, 수납공간을 겸비한 아일랜드 식탁이 눈에 띈다. 식탁을 중심으로 주방에서 음식을 하면, 바로 반대편 식당 쪽에서 방석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편리한 형태다. 아일랜드 테이블로 공간 효율성을 높인 셈이다.
거실은 외부 테라스와 바로 이어진다. 거실과 테라스 사이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 아무런 시선의 제약 없이 밖의 배나무 밭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밝음과 어둠 공유하는 반지하 홈시어터.
아이들에겐 노랑 사다리 위 다락방 선물
2층에 있는 아이 방의 구조도 독특하다. 다락방을 원한 아이를 위해 별도의 다락 공간을 마련하고 노란 사다리를 준비했다. 아이가 혼자만의 공간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배려한 덕에 다락방 구조의 독특한 모습을 갖춘 것이다.
다락 공간은 벽면을 유리로 처리했다. 남쪽으로 큼직이 난 유리 벽 덕분에 다락방의 어두운 분위기는 화사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아이 방 건너편으론 가족들의 여유 공간을 두고 바비큐장으로 활용될 수 있는 외부 테라스를 만들었다.
▲아이 방 위쪽으로 다락 공간을 만들어 노란색 사다리를 놨다. 사진 = 석정민
▲1층 높은 천장의 메인 홀.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오른쪽에 나 있다. 사진 = 석정민
큰 창을 통해 외부 풍경을 집 안에 고스란히 담기도 했다. 2층 좁은 복도를 지나면 세면대와 변기를 지나 욕조를 볼 수 있는데, 이 욕조에 누워서도 밖의 예쁜 배 밭 전경을 즐길 수 있게 배꽃 집은 열린 구조를 갖도록 설계됐다.
옷이 많아 큰 드레스 룸을 원한 건축주 아내의 요청으로 안방은 침대만 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과 넓은 벽면을 활용한 워크인(walk-in) 옷장을 배치했다.
박호현 소장은 배꽃 집에 대해 “건축주가 처음 생각했던 면적보다 전체 공간이 늘어나면서 예산과의 싸움이 시작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장에서 건축주 부부와 고민한 노력들이 쌓여 이루어진 집”이라고 말했다. 그랬기 때문에 화려하기보다 가족들의 삶이 녹아들 수 있는 집이 될 수 있었다.
- 안성 배꽃 집 (Pyrus House)
건축설계: 박호현+스노우에이드(Snow AIDe)
인테리어 디자인: 김현주
디자인팀: 고수영, 주진성, 봉재현
위치: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문산리 30-4
대지면적: 507㎡(153.37평)
건물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187.94㎡(56.85평)
연면적: 211.71㎡(64.04평)
건폐율: 37.07%
용적률: 41.76%
주차대수: 2대
최고높이: 7.65m
공법: 기초-철근 콘크리트 줄기초, 지상-철근 콘크리트
구조재: 벽, 지붕-철근 콘크리트
시공: 라이프건축
사진: 석정민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