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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 결혼축의금에 증여세가 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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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6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6.03.31 08:59:4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꽃피는 봄이 왔습니다. 화원을 경영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봄이 시작하는 3월부터 5월까지는 꽃, 화분 등의 주문이 1년 중 가장 많다고 합니다. 특히 결혼을 많이 하는 5월은 축하 화환의 수가 폭증한다고 합니다.

저도 매년 5월, 6월은 주말에 특별한 일정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많습니다. 그리고 종종 장례식도 예고 없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모두 참석할 수 없어 지인에게 봉투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석하는 지인이 없는 경우 온라인으로 입금을 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신종 사업으로 수수료를 받고 경조금을 배달하는 서비스도 인터넷에 광고를 하는 것 같습니다.

‘경조금’의 사전적 정의는 경사(慶事)와 조사(弔事)에 내는 돈입니다. 즉 즐거운 일과 위로 받을 일에 보태는 돈이란 뜻인데, 경사는 대개 결혼식이나 돌잔치가 되고 조사는 장례식이 일반적입니다.

경조금의 비슷한 말로 부조금이라는 말도 종종 사용합니다. 경사와 조사를 구별해서 경사의 경우 축의금, 조사의 경우는 부의금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경조금은 누구의 소유일까요?

먼저 축의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돌잔치의 경우, 손님들이 축의금을 주는 대상은 ‘돌을 맞은 아이’의 부모가 명백합니다. 즉, 돌잔치 때 받은 돈은 아이의 소유가 아니라 부모의 소유입니다. 손님이나 친척이 아이에게 주라고 별도로 돈을 주었다면, 그것은 아이의 소유가 될 것입니다.

그럼 결혼식의 축의금은 누구의 것일까요? 돌잔치의 축의금과 같은 논리가 결혼 축의금에도 적용됩니다. 원칙적으로 혼주(婚主)의 소유가 되고, 특별히 신랑이나 신부를 위해 준 돈의 경우에 그들 소유가 됩니다. 그래서 혼주가 축의금을 받아 신랑에게 줬다면, 그것은 ‘증여’가 되고 증여세를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법적으로 축의금은 혼주(부모)의 소유…
거액을 혼주가 신혼부부에게 줘 과세된 경우도

우리 행정법원은 축의금에 대해 “결혼 축의금이란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으로 확립되어온 사회적 관행으로서, 혼사가 있을 때 일시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혼주인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 대부분 그들과 친분 관계에 있는 손님들이 혼주인 부모에게 성의의 표시로 조건 없이 무상으로 건네는 금품을 가리킨다고 할 것인 바, 그 교부의 주체나 교부의 취지에 비추어 이 중 신랑, 신부인 결혼 당사자와의 친분 관계에 기초하여 결혼 당사자에게 직접 건네진 것이라고 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액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면서 신랑에게 증여세를 내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축의금은 사회적 통념상 적정한 금액까지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축의금은 현금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과세 관청에서 증여 사실을 알아내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판결은 좀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증여 금액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축의금이나 부의금 같은 경조금 때문에 법적다툼 또는 세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진은 웨딩페스티벌에서 예비신혼부부들이 웨딩전문가들로부터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CNB포토뱅크

그럼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낸 부의금은 누구의 소유일까요? 장례식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결혼식이나 돌잔치의 주체는 부모로 제한되지만, 장례식의 경우 자식과 사위, 며느리가 각자 주체가 되어 자신의 손님을 맞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이해관계자가 더 많은 것입니다.

부의금은 대개 장례비용을 충당한 후 남은 금액을 유족들이 나눠 가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유족 각자의 손님 수대로 나누는 경우도 있고, 그냥 평등하게 나누는 경우도 있으며, 장래의 제사비 등을 위해 따로 통장을 만들어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 부의금이 간신히 장례를 치를 정도의 비용에 불과하다면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장례를 치르고 남은 부의금의 액수가 크다면, 종종 유족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자신의 여동생 사망 당시에 준 거액의 돈과 관련해서 조카들의 다툼이 있다고 크게 보도된 바 있습니다. 신 회장은 자신의 여동생이 사망하자 여동생의 장남에게 거액의 돈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여동생의 차녀가 “이 돈은 신 회장이 유족들에게 준 부의금이기 때문에 이 중 내 몫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 재판에서 원고는 신 회장이 준 돈이 부의금이라고 주장했고, 피고는 단순 증여라고 주장했습니다. 부의금일 경우에는 원고에게 청구권이 있지만, 단순 증여로 볼 경우 청구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증여로 판단,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비록 위 사건은 부의금으로 인정받지 못해 원고가 패소했지만, 부의금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 부조금 또는 조의금 등의 명목으로 보내는 부의금은 상호부조의 정신에서 유족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장례에 따르는 유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줌과 아울러 유족의 생활 안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증여되는 것으로서, 장례비용에 충당하고 남는 것에 관하여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사망한 사람의 공동 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응하여 권리를 취득하는 것으로 봄이 우리의 윤리감정이나 경험칙에 합치된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장례비를 공제한 후 상속분대로 나눠 가지면 된다고 본 것입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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