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컬렉션은 젊은 작가들의 그룹전 '언더 마이 스킨'을 2월 26일~5월 21일 진행한다.
하이트컬렉션은 하이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하이트진로(주)가 후원한 전시로 2014년부터 국내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을 발굴·지원해왔다.
올해는 스토리텔링을 키워드로, 젊은 세대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야기와 작가들이 구축한 개인적 신화들을 소개한다.
참여 작가는 양희아, 염지혜, 윤형민, 이동근, 이솝, 이혜인, 전혜림, 함혜경 총 8명으로, 하이트 컬렉션의 요청을 받은 선배 작가 김범, 김성환, 박진아, 양혜규, 함양아가 각각 한두 명씩 추천해 이뤄졌다.
이번 전시는 알맹이 없이 껍질만 남은 것처럼 치부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이 그 껍질(피부) 밑에서 의뭉스럽게 만들어낸 이야기와 이를 가능케 한 상상력에 주목한다.
양희아는 시, 드로잉, 설치작업을 위주로 작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눈의 밤'은 눈, 밤, 시간, 공간이라는 제한된 단어로 시를 쓰고 이를 드로잉, 오브제 등으로 확장했다.
염지혜는 장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회정치적 이야기와 보편적인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에서 개인적인 서사와 역사 서술을 함께 엮어낸다. 이번 전시에는 세 편의 영상을 선보인다. 아마존에서 서식하는 분홍돌고래의 비극을 소재로 한 '분홍돌고래와의 하룻밤(A Night with a Pink Dolphin)'은 아마존에서 서식하는 분홍돌고래의 비극을 소재로 했다.
윤형민은 르네상스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가 황제를 위해서 그린 기도서의 삽화에 작가가 수집한 정치 풍자 만담을 얹어서 제작한 '만담집'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 삽화집에 여러 나라의 정치 풍자를 모아 15가지 언어로 25개의 만담을 수록했다. 16, 18세기 유럽사회를 좌우한 종교적 이념에서 출판됐던 기도서를 오늘날 각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풍자라는 현대적인 맥락으로 바꿨다. 작가는 언어, 역사, 사회적 관습과 문화 번역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동근은 작가가 경험하지 못한 낯선 곳이나 미지의 장소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상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면, 코트디부아르나 그린란드와 같은 낯선 시공간에 대한 정보를 조사한 후 이곳에 존재 가능한 주인공을 상상해 단편소설을 쓰고, 이 이야기에서 출발한 회화와 조형물을 만드는 식이다.
이솝의 작품 '병원일기'는 어머니를 병간호한 개인적인 경험과 서사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병원일기를 통해 육체가 다른 방식으로 치유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며 해방감을 느껴보고자 한다. 또 다른 작업 '메갈로폴리스의 진열장'은 유리컵, 어항, 구슬, 생선 등의 재료를 활용한 설치 작업이다. 철거와 건축, 복원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도시를 비유한다.
이혜인은 베를린과 뉴욕에서 체류 중 그린 그림들을 전시한다. 빛이 부족한 함밤중 야외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물감을 뜻대로 제어할 수도,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작가는 오로지 눈에 의존해 그렸다. 작품에는 그림을 그리던 순간의 공기, 정취, 의식 등이 하나의 이야기로 담겼다.
전혜림의 '나르카디아'는 고대 그리스에서 낙원으로 비유되는 '아르카디아' 도상 모티프에서 출발했다. 아르카디아 앞에 부정사 'n'을 붙여 만든 조어 나르카디아는 부조리한 이상향을 나타낸다. 고통과 숭고에 직면한 인간군상을 담은 그림들은 격정적인 동시에 일종의 종교적 분위기를 띈다.
함혜경은 일상에서 흥미롭게 다가온 말들, 언젠가 본 영화나 지인과 나눈 대화 등을 통해 자신에게 인상적으로 남은 이미지나 대사에서 내러티브를 이끌어낸다.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서술구조에 따라 자유롭게 편집된 이미지들은 B급 로드무비나 영화 트레일러 같은 인상을 준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 속에 막연하게 남아 있는 어떤 장면들을 투박하게 재현하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실패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