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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계의 언니쓰 '알타보이즈' 박한근을 만나다

악바리 근성으로 새로운 춤과 연기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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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기자⁄ 2016.07.15 20:52:05

▲뮤지컬 '알타보이즈'에 출연 중인 배우 박한근.(사진=아츠)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최근 ‘언니쓰’가 대세다.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걸그룹 도전에 나선 언니쓰(라미란, 김숙, 홍진경, 민효린, 제시, 티파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원래 춤과 노래가 몸에 익숙한 제시와 티파니를 비롯해 빠른 습득력을 보인 라미란, 민효린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화제가 된 건 김숙과 홍진경의 도전기였다. 다른 멤버들과 비교해 춤과 노래 실력이 부족한 이들은 뻣뻣한 몸동작으로 박진영 프로듀서에게 호되게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매일 연습한 결과, 나중엔 완벽하게 춤과 노래를 몸에 익혀 박수를 받았다. 그야말로 노력이 이룬 성과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느낌을 다른 곳에서도 받았다. 뮤지컬 ‘알타보이즈’(제작: 수키컴퍼니, 주최: 에스큐라이브)에 출연 중인 배우 박한근과 이야기를 나눌 때다. 공연 캐스팅부터 연습 과정, 그리고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자연스럽게 ‘언니쓰’의 연습 과정이 떠올랐다. 뮤지컬계의 언니쓰와 같은 노력을 박한근도 거쳤다.


박한근이 현재 출연 중인 ‘알타보이즈’는 무엇보다 강렬한 퍼포먼스가 특징인 공연이다. 마치 아이돌 그룹 댄스와 같은 다양한 춤 동작이 공연 내내 이뤄진다. ‘알타보이즈’ 자체가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보이그룹 알타보이즈의 콘서트 현장이라는 콘셉트에서 출발하기에, 더욱 이런 구성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박한근은 2003년 1집 앨범 ‘레드럼(Redrum) 327’로 데뷔해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락 오브 에이지’ ‘블랙메리포핀스’ ‘올모스트 메인’ ‘아가사’ ‘고래고래’ ‘신과 함께 가라’ 등 20편이 넘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온 뮤지컬계 베테랑 배우다. 농익은 가창력과 연기에는 이견이 없다. ‘알타보이즈’팀에서는 가장 고참 선배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춤 때문에 애를 먹었단다.


“‘알타보이즈’는 일반 뮤지컬 안무가 아니라 아이돌 댄스와 같은 격한 움직임을 기반으로 이뤄져요. 제가 그간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춤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처음엔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죠. 춤을 제대로 춰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또 언제 이런 작품에 도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저는 작품 선택 기준이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공부할 수 있는지’ ‘내 배우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인데,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하면 한 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막상 출연 결정을 했지만 처음엔 연습실에서 안무 감독과 함께 한숨을 쉬었단다. 다른 동료 배우들은 안무 감독이 춤 동작을 한 번 보여주면 바로 따라했는데, 자신은 손과 발이 따로 움직여 정신이 없었다는 고백이다.


“어디 가서 춤추지 말라”는 소리 들었던 배우
악바리 근성으로 무대 위 화려한 퍼포먼스 꽃피우다


▲뮤지컬 '알타보이즈'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노래, 그리고 영상을 바탕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이다. (왼쪽부터) 배우 이창용, 박광선, 박한근, 우찬, 김대현이 열연 중인 모습.(사진=아츠)

그런데 여기서 악바리 근성이 발휘됐다. 나머지 연습을 하고, 춤 영상을 찍어서 집에 가져가 보면서 계속 연습했다. 이전 학생 때 만났던 스승이자 ‘알타보이즈’ 안무 감독인 신선호는 처음엔 “어디 가서 춤추지 말라”고 했지만 이번에 함께 연습을 하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그리고 추후엔 “열심히 하자”고 했고, 그 결과가 현재 ‘알타보이즈’ 무대 위에 펼쳐지는 중이다.


“제가 이 공연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팬들도 ‘알타보이즈’를 한다고 하니, 처음엔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들 좋아해 주세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저도 뿌듯해요.”


춤뿐 아니라 연기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실 박한근은 그동안 귀여운 캐릭터를 위주로 연기해 왔다. 체구가 아담하고 동안 외모로 들어오는 역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알타보이즈’에서는 지금까지 연기해보지 못했던 캐릭터를 제안 받았다. 극 중 분위기 메이커이자 섬세한 감성을 지닌 게이 마크 역이다. 박한근은 “이 역할을 연기하는 것 또한 모험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간 동생 역할을 주로 맡았고, 남자다운 역할도 해봤는데 마크와 같은 캐릭터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마크는 굉장히 섬세하고 나긋나긋한 인물이라 처음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일부러 오버해보기도 했죠. 그런데 자꾸 대본을 읽으면서 마크라는 캐릭터에 접근하다보니, 나중엔 제 일상에도 영향을 주더라고요. 일상에서도 이 캐릭터가 투영되지 않으면, 무대에서 제대로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캐릭터에 푹 빠져 있어요.”


박한근은 정해져 있던 캐릭터의 틀을 하나 깬 듯한 모양새다. 무대 위에서 마크로 활약하는 그를 보자면 추후 ‘라카지’ ‘킹키부츠’ 등에서 마크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캐릭터에도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렇게 춤과 노래가 해결되면 해피엔딩일 줄 알았는데, 무대 위에서 또 다른 도전을 맞았다. 올해 ‘알타보이즈’가 유독 화제가 된 것은 무대 천장과 뒤, 양 옆과 바닥까지 5면에 펼쳐지는 영상 때문이다. 본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배우들의 연습 영상이 펼쳐지며 마치 영화관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그리고 본 공연이 시작되면 노래와 스토리에 관련된 화려한 영상들이 시종일관 무대에 펼쳐진다. 관객들에게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재미있는 영상들이지만, 배우들은 멀미를 호소하기도 했던 장면.


“처음엔 어지러웠어요. LED 영상이 무대 전체에 펼쳐지는데, 그 장면들이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는 가운데 춤을 추려니 눈이 부시고 어지럽더라고요. 영상의 열이 뜨겁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만큼 객석의 반응이 가장 뜨겁기도 해요. 저도 객석에서 공연을 봤었는데, 영상들이 정말 신났어요. 그리고 지금은 이제 무대가 익숙해져서 어지럽지 않아요. 즐겁게 공연하고 있죠.”


관객과 꾸준히 소통하며
게을러지지 않는 나태해지지 않는 배우가 되자


▲(왼쪽부터) 김대현, 박한근, 우찬, 박광선, 이창용은 무대 위에서 각자의 사연을 지닌 캐릭터로 등장한다. 처음엔 그 사연을 감추고 있던 이들은 극이 진행됨에 따라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사진=아츠)

화려한 영상과 노래, 그리고 춤이 함께하는 ‘알타보이즈’는 쇼뮤지컬 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일각에서는 ‘종교 뮤지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본래 알타보이(altar boy)는 가톨릭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신부를 돕는 소년, 즉 복사(服事)를 뜻한다. ‘알타보이즈’에는 스스로를 ‘팝의 전도사’라 부르는 다섯 청년이 하느님의 말씀을 세계 곳곳에 전한다는 설정이다. 종교가 없는 관객에게는 다소 접근하기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이에 관해 박한근은 “나도 사실 무교”라고 털어놨다.


“종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저도 따로 믿는 종교가 없어요. 기독교인이 많은 외국의 경우 ‘알타보이즈’는 항상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이야기들을 다루기에 거부감이 덜하지만, 우리나라는 유교 국가이고, 불교 신자도 많아 접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알타보이즈’는 종교 뮤지컬을 표방하진 않아요. 더 주목하는 건 소통이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서로 소통하는 이야기에 집중했어요.”


신나는 춤과 노래, 그리고 영상을 기반으로 한 ‘알타보이즈’의 백미로 또 꼽히는 게 극 중 고백 타임이다. 실제 공연 전에 관객들에게 마음속에 담은 고민을 적게 한 뒤 이를 무작위로 추첨해 배우들이 읽어주고 함께 공감하며 위로를 전하는 시간이다. “공부가 잘 되지 않아요” “예뻐지고 싶어요” “취업하고 싶어요” 등 이야기도 다양하다. 관객과의 소통이 이뤄지는 이 시간을 박한근도 가장 좋아하는 시간으로 꼽았다. 결국 이야기는 어려운 종교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과의 소박한 대화, 그리고 소통으로 흐른다. 그래서 더 관객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고민이 있죠. ‘알타보이즈’의 등장인물들에도 각자의 스토리가 있어요. 마크는 성소수자이고, 루크는 다혈질 성격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요. 유태인인 에이브라함은 처음에 친구들에게 배척당하죠. 멕시코 계열의 후안은 인종 차별의 대상자, 반대로 매튜는 백인 우월주의의 피해자예요. 하지만 이 친구들은 ‘우리는 다르지 않다’고 ‘힘든 것을 내려놓고 용기를 가지자’고 말해죠. 단순히 종교극이었다면 마크라는 캐릭터 자체가 극에 등장할 수 없었겠죠. 용기와 희망을 함께 나누는 것, 바로 그게 ‘알타보이즈’의 이야기예요.”


관객과 소통을 하고 힐링하는 과정을 다루는 또 다른 작품에 출연 준비 중이다. 8월 17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고래고래’는 고등학교 시절 밴드 동아리였던 네 명의 친구들이 성인이 돼 각자의 삶을 살다가 오랜 꿈이었던 ‘자라섬 밴드 페스티벌’에 지원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박한근은 아마추어 밴드생활이 삶의 낙인 밴드의 막내 병태로 열연한다. 그는 “추억과 우정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며 따뜻함을 전하는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서도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한근은 올해 여러 도전을 거치며 배우로서도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됐다.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게을러지지 말자” “나태해지지 말자”다.


“어느 정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경력이 쌓이고, 주인공 역할을 맡으면 사실 나태해질 수 있어요. 그렇게 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요. 후배들이 많아진 만큼 좋은 선배도 되고 싶고, 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박한근은 인터뷰 뒤 또 연습실로 향했다. 추후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의 새로운 모습을 또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뮤지컬 ‘알타보이즈’는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8월 7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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