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무대 돋보기] 뮤지컬 '정글북'의 모글리가 더블 캐스트인 이유

어린이들만의 뮤지컬? 성인 관객 취향 맞춘 배우들의 열연

  •  

cnbnews 김금영 기자⁄ 2016.08.08 15:52:03

▲뮤지컬 '정글북'의 주역 모글리(왼쪽에서 네 번째 뒤) 역으로는 배우 오정훈과 이로운이 출연한다.(사진=PMC네트웍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뮤지컬 '정글북'엔 두 명의 모글리가 등장한다. 배우 오정훈과 이로운이 모글리 역을 맡아 무대 위를 누빈다. 이들은 어릴 때 호랑이 시어칸의 위협에서 벗어나 늑대 무리에서 자란 정글 소년 역을 소화한다.


보통 어린이 뮤지컬은 한 명의 배우가 역할을 소화하는 원캐스트가 흔하다. '정글북'에서도 이 공식은 있다. 곰 발루 역에 장원령, 흑표범 바기라 역에 인선호, 호랑이 시어칸 역에 장경원, 늑대대장 아켈라 역에 손승현, 승냥이 타바키 역에 맹주영을 비롯해 대부분의 배우들이 원캐스트로 역할을 소화한다.


그런데 모글리만은 예외다. 여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정글북'은 넌버벌퍼포먼스 '난타'를 선보인 송승환 프로듀서가 선보이는 첫 가족 뮤지컬이다. 송 프로듀서는 "초등학교 때 세계명작전집을 통해 정글북을 읽었는데, 언젠가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작품의 가족애와 친구간 우정은 연령을 뛰어넘어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라 생각했다"며 "성인 뮤지컬 경험을 쌓은 배우들과 스태프로 완성도 있는 공연을 올려 연령 제한 없이 전 관객이 함께 즐기를 공연이 되길 바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대본을 쓰고 무대를 구성한 정태영 연출은 "뮤지컬 '정글북'은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족 뮤지컬"이라며 "따라서 춤이나 노래를 성인 관객 또한 즐길 수 있도록 강도가 높게 구성됐다. 배우들이 소화하기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주역인 모글리를 더블 캐스트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뮤지컬 '정글북'은 정글에서 자란 인간의 아이 모글리가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사진=PMC네트웍스)

이 점은 무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 모글리는 인간이지만 동물적인 몸짓이 익은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시종일관 어깨를 구부리고, 거의 손을 땅에 짚고 뛰어다니며, 역동적인 점프 동작을 선보일 때가 많다. 이와 관련해 이로운은 "실제로 연습 때 몸에 담이 걸릴 정도였다. 동작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어려운 과정 속 재미도 있었다. 모글리가 더블 캐스트라, 서로의 몸 동작을 봐주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같이 모글리를 연기하는 오정훈 또한 "동물적인 모글리의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서 늑대의 움직임을 참고했다. 이번 역할을 통해 새로운 움직임을 몸에 많이 익힌 것 같다"고 말했다. 격한 연습 과정에 따라 이들의 몸에 자연스럽게 근육과 왕(王)자가 선명히 새겨졌다. 무대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같이 무대에 오르는 다른 배우들도 열정을 불태우는 중이다. 모글리는 인간의 아이이기에 인형 옷을 입지 않아도 되지만 곰, 흑표범, 꽃사슴, 호랑이 등 다른 배우들은 공연 첫 등장부터 끝까지 탈을 쓴 채 노래와 춤, 연기를 소화해야 한다. 동물 분장 탓에 몸짓이 둔해질 수도 있는데, '정글북' 무대 위의 동물들은 오히려 날렵해야 한다. 그래서 배우들의 열연이 중요하다.


곰 발루를 연기는하는 장원령은 공연 때마다 땀에 흠뻑 젖는다. 그는 "평소에도 땀을 많이 흘리는데, 무대 위에서는 정말 땀을 많이 흘린다. 그런데 그만큼 재미있다. 발루를 보고 좋아해주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절로 힘이 난다"며 "6년 전 '브레멘 음악대' 공연에서 당나귀 동키 역할을 했었는데, 오랜만에 동물 역할을 맡았다. 그때와는 또 다른 동물을 보여주는 중"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정글북'엔 동물 분장을 한 배우들이 역동적인 춤과 노래를 펼친다.(사진=PMC네트웍스)

늑대들의 늠름한 대장 아켈라 역의 손승현도 무대 위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그는 "이번 공연 출연을 결심하면서 인형 탈을 쓰고 연기하는 건 이미 감수한 부분"이라며 "배우들이 온몸에 파스 투성이지만, 무대를 보고 환호해주는 관람객들을 보면 힘을 안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열연 속 탄생한 공연은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신나는 노래와 역동적인 몸짓에,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글리의 이야기, 그리고 모글리의 어머니 이야기를 통해 모성까지 접근한다. 정태영 연출은 "정글북은 애니메이션, 소설, 영화 등 콘텐츠가 다양한데 뮤지컬 '정글북'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대본이 구성됐다. 좀 더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며 "극 중 모글리가 자신이 인간인지 동물인지 고민하는 '난 누구' 노래를 쓰면서 과연 아이들이 이 내용을 잘 이해할까 싶었는데, 오히려 그 장면에서 모글리에게 응원을 보내더라. 아이들은 매우 상상력이 풍부하고, 공연을 잘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오정훈과 이로운은 "시작부터 이 공연을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지 않고, '정글북'이라는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최근 TV에서 동요 부르는 프로그램을 성인들도 즐겨보는 등 좋은 콘텐츠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대에 설 때마다 관객들이 열렬히 호응해줘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원령도 비슷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처음 대본 리딩하는 날부터 굳이 이 극을 아동극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굳이 '가족극' '아동극'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공연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손승현은 공연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그는 "처음엔 모든 연령대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고민했었지만, 나중엔 공연을 보는 이들이 모두 행복한 정글을 갔다온 기분이 들게 하자는 생각에 점점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탄생한 이 작품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열연을 비롯해 다채롭게 구성된 무대에도 주목할 만하다. 도심 속 시원한 정글을 재현했다. 단 한 번의 암전없이 다양한 영상과 조명 등을 활용해 무대 위가 정글의 여러 장소로 끊임없이 전환된다. 이 무대 위에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의 정글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에겐 호기심을 갖고 바라볼 수 있는 정글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편 뮤지컬 '정글북'은 정글에서 자란 인간의 아이 모글리가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호시탐탐 모글리를 노리는 호랑이 시어칸과의 숙명적인 대결도 함께 펼쳐진다. 공연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8월 28일까지.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