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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 농지 훼손은 자손만대에 대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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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4호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6.10.10 09:20:47

(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지난달 정부와 새누리당은 쌀값 안정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실태조사를 거쳐 8만5천㏊ 규모의 농지를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1만5천㏊을 추가 해제할 계획이라고 한다. 불과 1년여 동안에 지난 10년간 해제된 전국 절대농지의 70%에 해당하는 면적이 훼손되고 있다. 농지를 보존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여당이 이같이 무분별하게 농지 훼손에 앞장서는 모양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6.25사변으로 남한이 낙동강 아래로 밀려 났을 때 적화통일이 안 된 것은 바로 전 해인 1949년에 이승만 정부가 농지개혁을 단행해 농토가 농민의 손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견해는 많은 역사학자들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도시화, 산업화로 많은 농토가 도로, 주택, 산업단지에 흡수되어 농지 훼손이 심했고, 기업들은 공장이 망해도 공장부지로 돈을 버는 농지전용이 만연했다. 농지가 부자들의 재산증식을 위한 부동산 투기 대상이 된 것이다. 1990년 노태우 정부는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농업진흥지역 즉 절대농지를 지정하고 농지 보전 제도를 강화했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절대농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농업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함으로서 1992년에 도입된 그린벨트 제도와 함께 우리 농업과 자연환경을 지키는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쌀 좀 남아돈다고 농지개혁 이전 버금가게 
소작농 늘어난 농지를 또 훼손하겠다니… 
쌀 없는 통일 할 건가?

그러나 절대농지와 그린벨트는 기업이나 자본가들의 재산증식을 위한 가장 좋은 먹잇감으로 인식되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부 해제 논의가 들먹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2008년 농지법을 개정하여 절대농지의 농업 외 사용규제를 완화하고, 농지 소유 규제를 완화해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경자유전의 헌법정신은 무너졌고, 이후 2015년까지 임차농가의 비율은 60%에 달했으며, 농민의 반 이상이 다시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임차농지 비율은 전체 농지의 51%로, 1947년 농지개혁 직전의 소작농지 비율 6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도시 거주 비농민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근교 농지 대부분을 투기 목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절대농지 해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온 국민이 경악할 일이다.

민심의 소재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나라의 정통성과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경제정의를 실천하는 정당을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경제정의를 부르짖으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정당과 국가의 정통성과 안보는 믿고 맡길 만하지만 부자들 편에 서있는 정당 사이에서 국민들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다. 지난번 총선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여당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이유이다.

농지정책은 국가의 존립과 백년대계를 놓고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지금 쌀이 좀 남아돌고 쌀값이 하락한다고 함부로 손을 댈 일이 아니다. 쌀의 수요 확대와 쌀값 안정은 다른 방안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먼저 통일을 대비한 통일미 120만 톤 비축제도를 입법화해서 식량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가난해서 쌀밥 대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저소득층에게 쌀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복지제도를 남한에서 먼저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통일이 되면 즉시 북한주민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 이러한 통일 준비만으로도 지금 남아도는 쌀로는 턱없이 모자랄 형편인데 절대농지 해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너무 속보이는 일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을 위한 쌀은 대부분 남한의 논에서 생산해야 한다. 말로만 통일을 논하는 정부가 아니기를 바란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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