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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결혼 때 이혼 준비하라고? ‘부부재산계약’ 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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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5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10.17 09:23:01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이혼 재판을 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혼인기간이 길어지면 재산분할의 비율은 50%에 육박합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사실상 부부의 노력으로 획득한 재산이 아닌 상속재산이나,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함시키거나 이를 고려하여 판결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혼인 전부터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던 배우자는 불만이 매우 큽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재산을 지킬 방법을 여러 가지로 찾게 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부부재산계약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부부재산계약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우리 민법은 제830조에서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부부가 각자 재산을 각자가 소유한다는 부부별산제(夫婦別産制)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누구의 소유가 분명하지 않은 재산을 부부의 공유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법률용어로 법정부부재산제라고도 하는데, ‘부부재산계약’은 이 법정재산제를 깨뜨리기 위한 내용으로 주로 작성됩니다. 

이 ‘부부재산계약’을 법원의 판례검색 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해 보면, 판례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물론 대법원이 아닌 하급심 판례가 있기는 하겠지만, 실제 사용례가 거의 없는 제도였기 때문에 판례도 거의 없고, 이론상으로도 크게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생소한 제도입니다. 변호사들도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자격시험을 공부할 때에나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공부했지 실제로 실무에서는 거의 접해보지 못합니다. 필자는 다행히 실무를 시작하면서 이 제도를 접해볼 기회가 간혹 있었습니다. 

실제 사례가 많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결혼 전에 재산계약을 하는 것 자체를 ‘사랑에 대한 의심’, ‘날 사랑하지 않는 배우자’로 생각해서 꺼려하는 면이 있었고, 부부재산계약이 제3자에게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혼인 성립 전에 등기를 해야 하는 절차상의 복잡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부부재산계약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부모가 결혼을 앞둔 자식과 함께 와서 상담을 하거나, 재혼을 앞둔 부부의 자식들이 상담을 받기도 합니다. 저는 상담을 하면서 결혼에 대한 인식이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사랑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가정에 끼어든 불순한 계약’이라고 폄하했을 것인데, 요즘에는 긍정적인 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혼율 높아지면서 
부부재산계약 상담 늘어

이혼이 과거에 비해 많아지면서, 더 이상 사람들은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본인의 고유재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속물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상당히 조심했을 이야기도 편하게 남에게 이야기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필자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결혼 문화도 ‘내 것은 내 것’이라는 의식이 점차 커져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혼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부재산계약은 혼인 중에는 변경을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외적으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가정법원의 허가 없이 부부 둘만의 합의로 부부재산계약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매우 강력한 계약입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 ‘참을 수 없는 사랑’은 완벽한 혼전 계약서 작성으로 유명한 이혼 전문 변호사 마일즈(조지 클루니)와, 부자와 결혼 뒤 트집잡아 이혼하면서 거액의 위자료를 챙기기를 반복하는 결혼 사기꾼 마릴린(캐서린 제타 존스)을 등장시켜 현대 사회의 결혼 및 이혼 풍조를 꼬집는다. 사진 = UIP코리아

그러면 이 부부재산계약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법 제829조의 부부재산 계약은 기본적으로 혼인하려는 당사자 간의 계약입니다. 이미 혼인한 부부는 부부재산계약을 하더라도 민법 제829조의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즉 부부의 일방이 취소할 수 있는 계약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부재산계약을 등기하기 위한 서류에는 당사자란에 “부가 될 자”, “처가 될 자”라고 표시 됩니다. 이 부부재산 계약은 등기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등기가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등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부부재산계약에는 혼인 전에 부부 각자의 재산을 명시하고, “혼인 전 당사자가 소유한 고유재산의 사용, 수익 및 관리는 각 소유자가 한다”는 문구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혼인관계가 종료된 경우 본 계약상의 각자 재산에 대해서는 상대방은 어떠한 권리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넣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혼 후의 법률관계를 정하는 이 계약 조항에는 좀 논란이 있습니다. 부부재산계약은 법조문상 혼인 중의 재산관계를 정하는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혼 후의 재산 관계를 정하는 위 문구가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세부 조항의 효력 모호해도 
분쟁 예방 위한 효과적 장치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재산계약을 하는 사람들의 주된 목적은 이혼 후의 법률관계를 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위 문구 자체를 무효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설사 이혼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이러한 재산계약 내용은 어느 정도 재산분할에 반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부부재산계약은 사랑에 눈이 멀어 있는 결혼 당사자 보다 부모들이 나서서 체결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혼재혼의 경우에는 자식들이 나서서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부부재산계약’이 어느 정도 분쟁 예방 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 좀 더 많이 활용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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