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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전시] 두 봉우리에서 조망한 오늘의 회화 ‘트윈 픽스’

하이트컬렉션 이성휘 큐레이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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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6호 윤하나⁄ 2016.10.21 17:11:40

▲'트윈 픽스'의 지하 전시장 모습. 작가 이제, 백경호, 최은경(왼쪽부터)의 작업이 보인다. (사진 = 하이트컬렉션)

 

청담대로에 위치한 하이트컬렉션이 최근 회화 작가들의 기획전시 트윈 픽스(Twin Peaks)'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총 18인의 회화 작품 90여 점이 지하와 2층 전시장에 대거 전시됐다. 참여 작가 및 작품의 규모만큼이나 전시가 열어놓은 회화 안팎의 이야깃거리가 흥미롭다.

 

최근 OCI미술관에서 열린 밤의 가장자리전을 포함한 회화 작품을 주로 한 몇몇 기획전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인지 트윈 픽스의 전시 소식을 듣고 일부러 지난 29일 개막일에 전시장을 둘러본 건 어찌 보면 행운이었다. 수많은 참여 작가들과 그들의 지인, 동료 작가들 간의 대화 꽃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회화로 똘똘 뭉친 전시만큼이나 작업에 관해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제목 트윈 픽스2000년대 중반에 주목받기 시작한 화가들과 10년 후인 2010년대 중반 새로이 부상한 화가들이 형성한 시대적 지형의 두 봉우리를 상징한다. 미술시장이 부흥하면서 떠오르는 작가들이 금전적 대가를 받던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해, 2010년 중반인 최근 몇 년간 신진작가들이 아무런 수혜도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돼버렸다. 이 과정에서 10년 전 세대들도 어려운 시기를 맞아 버티고 이겨내는 과정을 겪었다.

 

▲1층 전시장의 마지막 작품을 감상하고 돌아서면 건물 현관과 이어진 메자닌에서 이우성 작가의 '알바트로스'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하이트컬렉션)

 

이성휘 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는 전시 서문을 통해, 근래의 회화를 바라볼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기획자 개인의 연대기에서 경험한 두 봉우리에 오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전반적으로 트윈 픽스의 연대기는 작가의 연령보다 경력의 시작에 기준을 뒀다. 2000년대 중후반 활동을 시작한 문성식, 박미례, 박세진, 박진아, 이제, 이호인, 임자혁, 최은경, 한주희를 타임라인의 첫 번째 봉우리로, 2010년 이후 활동을 시작한 김하나, 박광수, 박정혜, 백경호, 손현선, 이세준, 이우성, 이현우, 전병구를 두 번째 봉우리에 위치한다.

 

지하 전시장 초입에는 2000년대 봉우리의 작가 이제와 최은경의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그림이 양쪽 벽을 마주 보게 걸렸다. 그 양면의 벽 사이로 2010년대 봉우리인 백경호의 회화조각 두 점이 활달한 인상으로 들어서는 관람객을 맞는다. 그런가 하면 2000년대 중후반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한 문성식, 박광수 작가의 작품들이 지하 전시장 넓은 공간에 공명하듯 설치됐다. 비슷한 시기를 활동해왔지만, 각자의 작업론으로만 회자된 두 작가의 작업이 한 공간에 놓임으로써 두 작업 간의 새로운 관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9일 만난 이성휘 큐레이터에게 이번 전시의 기획 이유를 물었다. “회화작가들로부터 종종 그림 그리는 사람은 다 외롭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작업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근래의 회화는 이전의 앵포르멜(비정형 추상)이나 단색화 등과 같은 계보라는 게 과연 있는가?란 질문이 떠오르죠. 다들 뿔뿔이 흩어져 그림만 그리고 있지 않나. 이걸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데 모아보면 우리가 (요즘) 회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박광수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벽. (사진 = 하이트컬렉션)

 

이어 이 큐레이터는 전시와 작가들을 통해 어떤 증명이나 선언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지 느슨한 제안을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8, 90년대 이후 다양한 이론들로 회화 작업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작가의 그림에서부터 비롯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이론을 그림에 적용해 증명하는 방식이었다민중미술이나 단색화와 같이 동인이나 계보를 이루는 움직임이 단절된 상황에서 요즘의 회화는 어떤 흐름으로 기억될까?

 

그림이 무언가를 증명하듯이 그려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말과 미술의 어긋남을 많이 경험했어요. 그래서 글의 주장에 그림 끼워 맞추기를 지양하려고 해요. 페인팅 위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연이 존재해요. 그 우연은 말이나 이론으론 설명되지 않는 사건이죠. 이런 불일치를, 억지로 글과 일치하게끔 맞춘 그림으로 제시할 순 없다고 봐요.” 


생각해보니 요즘 회화는 이론가의 글이나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근래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작가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대상이었다. 이번 전시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작품을 온전히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관람객이 느끼는 동시대성은 각자 다르겠지만, 여러 작가들이 매치되며 곳곳에서 일으키는 색다른 화학작용을 통해 그림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오프닝에서 느낀 인상을 이야기하자 그는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작가들이 서로의 그림에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하이트컬렉션이) 회화 전시를 주기적으로 여니까 회화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얘기도 듣고요. 그게 좋더라고요.” 전시는 1210일까지.


▲전병구, '남과 여 2'. 캔버스에 유화, 27.3 x 40.9cm. 2016. (사진 = 하이트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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