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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믹스라이스] "몸 부대끼며 진짜 이야기 찾아요"

‘올해의 작가 2016’ 수상한 조지은, 양철모의 작가듀오 '믹스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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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6호 윤하나⁄ 2016.10.21 18:06:26

랄한 음악이 먼저 귓가에 닿았다. 그런데 뒤늦게 이해한 가사가 전혀 다른 울림을 남긴다. “되풀이 되는 수많은 동작/동작 동작/근질근질 착색/빨리빨리 작업/착착 접어/ 빗자루 쓱쓱/손은 제공제품이 아닌 사람에게 깨끗할까? 물어보지 않았어! 일하는데 왜 죽어?” (‘’, 작가 믹스라이스 / 작곡 최태현


전시장에 설치된 영상에는 공장으로 보이는 건물의 입구 앞에서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 열 명 남짓이 밝은 얼굴로 춤추고 노래하고 있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전시 중인 믹스라이스의 신작 '21세기 공장의 불빛'의 전시. (사진 = 윤하나 기자)

 

이 작품은 믹스라이스가 올해의 작가상 전시 이후 내놓은 신작이다. 부부이자 작가 듀오인 조지은(41)과 양철모(39)의 믹스라이스는 지난 14일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한 올해의 작가상 2016’의 수상 작가로 선정됐다. 수상 소감을 듣기 위해 믹스라이스가 전시 중인 안양예술공원을 방문했지만, 신작을 보자 이에 관해 먼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영상 ‘21세기 공장의 불빛은 믹스라이스가 APAP5(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출품한 신작이다. 1978년 김민기가 비밀리에 제작한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배포한 민중극 공장의 불빛에서 영감 받은 작품으로, 믹스라이스에겐 여러모로 의미가 남달랐다. 그동안 믹스라이스 활동은 늘 먼저 찾아가고 이야기를 들으며 주도해왔지만, 마석가구단지의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들의 연극 불법인생’(극작: 알럼)을 통해 처음으로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지금은 없어진 마석이주극장에 이 연극을 올렸지만, ‘불법인생의 배우들이 모두 떠나고,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워서 시작한 게 ‘21세기 공장의 불빛이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의 노동자들과 처음 만났어요.” 그동안 개발로 인한 다양한 형태의 이주와 정착을 고민하며 마석 가구단지 등을 중심으로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활동해 온 믹스라이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콜트콜텍, 쌍용자동차, 기륭전자, 하이디스 등 여러 공장의 해고 노동자들과 만나 함께 ‘21세기 공장의 불빛을 만들었다.

 

작업에 관해 이야기하던 양철모 작가는 슬며시 웃으며 이게 집회 퍼레이드로 발전했으면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조지은 작가가 바로 말을 이었다. “김민기 씨가 78공장의 불빛노래 테이프를 배포한 것처럼, 우리도 다른 방식으로 (노래와 율동을) 유포시키려고요.” “이 작업은 완결성 있는 작품이 목표가 아니라, 그런 움직임이 시작이에요. 배포보단 유포가 목적이죠.”

 

▲'올해의 작가 2016'을 수상한 믹스라이스의 조지은(오른쪽), 양철모 작가. (사진 = 윤하나 기자)


다음은 이들과의 대화 내용이다. 

- 축하 인사가 늦었어요. ‘올해의 작가 2016’의 수상한 소감이 어때요? (이하 조지은 작가는 조, 양철모 작가는 양으로 표기)

상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어요. 그 전에 주변 작가들로부터 전시가 좋았다는 평을 받아서 기뻤죠. 상을 받는 작가에게 축하해주려고 시상식에 갔어요.”

 

- 이번 올해의 작가전시는 어떻게 준비했나요? 

저희가 공간을 크게 활용하는 작가들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의 공간이 굉장히 넓어서 시각적인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죽은 식물로 벽에 그라피티를 하거나 미술관에 흙을 쌓는 등 공간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어요. 저희는 살아있는 식물을 미술관에 들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사람들은 식물이 좋고, 예쁘고, 우리에게 풍요를 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식물이 대상화된 상태잖아요.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우리가 말한 식물에 기댄다는, 식물을 대상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이 식물에 기생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 이번 상이 주는 의미는? 

저희가 아무리 20년 동안 활동하고 미술인이 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히잖아요. 올해의 작가상을 통해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고 다른 식으로 기억될 수 있어서 기뻤어요. 특히 저희처럼 상업적이지 않은 작가들은 유일하게 미술관에서 소장되거나 전시하는 방법뿐이 없으니까요.


한 가지 일을 10, 20년 해도 제도에 들어가지 않으면 인정받기 힘들잖아요. 이게 상이라기보다 사회적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좀 마음이 편한 거 같아요. 서로 인정하는 것도 잘 안 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도 못 받고. 그런 게 부족한 사회인 것 같아요. 특히 예술가나 활동가들처럼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분들 모두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는데….


우리가 받아서 좋은 게 아니라 그런 게 인정받기 힘든데 인정받은 거니까.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요.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고 갑자기 제도권에 들어가고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냥 우리는 계속 움직임을 보일 거니까. 앞으로 수상작가라는 게 덧씌워질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 믹스라이스의 다양한 활동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믹스라이스를 소개한다면? 

지금 진행 중인 과천관의 전시를 보고 누군가가 우릴 이야기꾼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이야기를 잘 엮고 잘 만든다고.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계속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사람도 만나야 하고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우리가 하나 끝내고 하나를 내놓는 게 안돼요. 지은 씨는 보류된 생각과 질문이 많아요. MDF 페스티벌도 지금은 안하지만 다시 또 할 수도 있는 거니까.” 

우리 작업을 하나씩 설명하기는 복잡해요. 움직임 기반이라고 부르는데, 직접 몸을 움직이고 부딪쳐야 작업할 영감과 에너지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시간도 많이 필요해요.”

 

- 그 움직임과 이야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서로 말을 이어가며) 흔히 몸이 기억하고, 순간들이 몸에 축적된다고 하잖아요. 움직임은 우리가 돌아다니는 것과 우리 몸이 기억하고 쌓인 모든 걸 말해요. 이전에 작업하면서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 현장에 갔을 때, 할머니들께서 이런 얘기 하시는 걸 들었어요. 경찰들이 내일 새벽 4시에 온다니까 그럼 도시락 싸서 2시에 나가면 되지!’ 하고 웃으시더라고요. 뒷집 영감은 도시락을 못 싸니까 도시락도 못 싸는 남자는 쓸모가 없어라면서 힘든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명랑함을 보이셨죠. 그런 명랑함은 삶에서 나오잖아요.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작업해요. 살면서 이야기가 필요한 순간에 전래동화 콩쥐팥쥐나 자본이 만든 가짜 이야기가 아니라 그분들이 몸소 보여준 것들이 이야기로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믹스라이스의 '올해의 작가' 전시장.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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