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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위임진료와 무면허 의료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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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0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11.21 09:31:54

(CNB저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변호사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저희 업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로 의사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많은 병원이 새로 생기고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한 병원이지만, 원장님들은 속이 썩어가는 고민을 한둘씩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위임진료’에 관한 것입니다. 위임진료라는 것은 의사 본인이 직접 해야 할 업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일종의 ‘무면허 진료’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전문자격사에게 그 업무 범위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경우에 따라 동업이나 겸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인 저도 민간회사의 감사나 사외이사 등을 겸임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지방변호사회에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지방변호사회는 이 겸직신고를 심사하여, 겸직하려는 회사 또는 업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허가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일반인이 변호사에 대해 가지는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우리 법은 의료인의 경우에도 비슷한 관점에서 많은 제한을 가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며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의료인은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해 의료행위를 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의사가 해야 합니다. 

병원에 가보면, 의사 외에도 의사를 보조하는 전문 인력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치위생사, 물리치료사 등 전문자격을 가지고 의사의 의료행위를 도와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진료보조행위의 경우, 의사의 의료행위와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행위인지 아니면 보조 인력이 해도 되는 행위인지 잘 모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면허 의료행위, 시킨 사람도 따른 사람도 처벌받아

예를 들어 정형외과에서 많이 하는 체외충격파 시술의 경우, 이 시술을 물리치료사가 환자에게 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일까요? 이것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논쟁이 있었습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근골격계 질환 치료를 위한 체외충격파 치료(ESWT)는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행위임을 원칙으로 하되, 의사가 위치를 명확히 지시하고, 단순위치 고정 업무(환부 주위로 약간의 이동을 전제함)처럼 치료목적과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의사의 지시와 감독 하에 물리치료사가 시행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습니다. 즉 의사의 감독 하에 체외충격파를 시술한 경우라면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물리치료사가 단독으로 환자의 환부를 판단해 직접 시술을 하는 경우에는 무면허 의료행위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규탄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본부 조합원들. 의사 외에도 간호사, 치위생사, 물리치료사 등 의사를 보조하는 의료 전문 인력은 다양하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사진은 본문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의료법 제66조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의료기술과 관련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수 있다”라며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5호),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의료기사의 업무를 하게 하거나 의료기사에게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때(6호)를 열거해 놓고 있습니다. 

위임 진료 지시한 원장, 공갈·협박 당하고도 신고 못해

즉, 의사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시키거나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의료행위를 시킨 경우에,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고,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의료법 제87조 제1항). 법에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선고가 될까요? 징역형을 선고할지 여부와 벌금의 액수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고, 자격정지 기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자격정지 기간과 관련된 규정은 시행규칙에 정해져 있는데, 기본적으로 첫 번째 적발 시에 자격정지 3개월의 처분이 내려집니다. 그리고 이 자격정지 기간 중에 의료행위를 한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됩니다. 그럼 의사의 지시에 따라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의료기사 등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무면허 의료행위의 공범으로 처벌받습니다. 즉 의사와 똑같이 자격정지 및 벌금 또는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보통,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에서 환자가 불만족하다는 이유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고, 혹은 해당 병원의 스태프나 페이닥터가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상담한 내용에는 페이닥터가 병원을 나가면서, 원장이 치위생사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한 것을 가지고 문제로 삼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결국 이 자들이 의료법 위반을 빌미로 원장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공갈죄나 협박죄로 신고하지 못합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순간 원장도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상담하는 사건의 수를 고려해보면, 이런 문제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만약에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진 경우, 먼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자격정지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즉 법원의 최종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의사 자격을 유지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인 의료법 위반의 형사 문제를 다투어야 합니다. 이 의료법 위반이 해결되지 않는 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료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판단 정도에 따라, 행정처분의 결론이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당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용을 낮추려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조금의 비용을 낮추려다, 면허가 정지되거나 벌금을 내거나 합의금을 지출한다면 그 손해는 단순히 아낀 비용보다 훨씬 큰 손해로 돌아옵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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