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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부모에 사기 친 자식, 형사처벌 못한다고?

“집안에서 해결하라”는 특례법, 친족상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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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1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11.28 09:44:11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A씨는 유흥에 쓸 돈이 필요했습니다. A씨의 부모님은 재력이 있는 분이었는데, A씨가 유흥에 쓰는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A씨와 항상 어울려 다니던 B씨는 A씨에게 이런 제안을 합니다. “부모님께 사업을 한다고 말씀드리고, 사업자금을 받아서 쓰자.” A씨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이내 B의 제안에 따르기로 합니다. A씨와 B씨는 궁리한 끝에 정수기 판매 사업을 하는 것으로 꾸미기로 합니다. A씨는 정수기 판매 사업을 하겠다며, 부모님께 사업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A씨의 부모님은 A씨가 미덥지 못합니다. A씨의 부모님은 A씨에게 사업장의 임대차 계약서를 요구하였습니다. 

A씨와 B씨는 공모하여 임대차 계약서를 위조하였고, 이 위조한 임대차 계약서를 A씨의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사업자금을 지원받습니다. 이 사업자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유흥비로 탕진되었고, A씨의 부모님은 이 사실을 알고 크게 화가 났습니다. A씨의 부모님은 A씨와 B씨를 경찰에 고소하였고, 수사가 진행되었습니다. 

A씨와 A씨의 부모님은 법률용어로 직계존비속 관계입니다. 부모 자식 간은 가장 가까운 친족입니다. 우리 형법에는 친족 간의 범죄 중 몇 가지에 대해서 특례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라는 것인데, 친족상도례라는 것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죄에 있어서는 친족 간의 범죄의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를 말합니다(형법 제328조, 제344조). 형법이 이러한 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친족 간의 내부 일에는 국가권력이 간섭하지 않고 친족 내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만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데 좋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가능하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가까운 가족은 형을 면제
먼 친족은 고소해야만 처벌

친족도 가까운 사람이 있고 좀 먼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법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가 범한 죄는 형을 면제해주고 있고, 그 외의 친족이 범한 죄는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먼 친족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겠다는 뜻입니다. 친족상도례에 해당하여 형이 면제되는 경우에는 아버지가 아들의 처벌을 원한다고 해도 아들은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형의 면제가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처벌 자체를 할 수 없도록 법률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친족상도례는 강도-손괴죄를 제외한 재산죄에 있어서 친족 간의 범죄의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를 말한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위에서 A씨와 B씨는 어떤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요? 두 사람이 임대차 계약서를 위조하여 A씨의 부모님께 보여준 행위는 사문서위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위조한 계약서로 사업자금을 받은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피해자인 A씨의 부모님과 A씨는 친족상도례에 해당하는 직계혈족 관계입니다. 그래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고, A씨는 사기죄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면 B씨도 처벌을 받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친족상도례는 친족끼리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기죄의 공범인 B씨는 사기죄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문서위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입니다. A씨와 B씨는 모두 이 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친족상도례는 문서위조죄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A씨는 사문서위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로, B씨는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와 사기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사기는 봐줘도 강도짓은 못 봐줘

비슷한 예로 A씨가 만약 아버지를 상대로 강도를 했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강도죄의 경우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아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형법이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취지는 친족이라는 울타리와 가족 간의 정서를 고려해서 처벌을 막아보자는 것인데, 아버지에게 강도짓을 한 패륜아는 이러한 고려의 범위를 넘어선 것입니다. 

그럼 인지되지 않은 혼외 자식이 아버지를 상대로 사기죄를 범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벌받게 될까요? 인지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내 자식으로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인지의 효력은 아이의 출생 시로 소급합니다. 즉 이 아이를 내 아이로 인정하고 나면, 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내 자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아버지를 상대로 사기죄를 범한 후에, 인지가 이루어져도 아이는 처벌받지 않습니다(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도1731). 

▲24일 개봉한 영화 ‘형’에서 사기전과 10범인 두식(조정석 분, 왼쪽)은 유도 국가대표인 동생을 핑계로 가석방을 얻어 내고, 수년간 연을 끊고 지냈던 동생 집에 얹혀살면서 동생의 삶을 엉망으로 만든다. 사진 = CJ E&M

사실 요즘 부모, 친족을 상대로 한 막장 범죄가 워낙 많이 일어나서, 이 친족상도례의 폐지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도 있습니다. 필자도 친족상도례의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범위 조정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현재와 같은 필요적인 형 면제 규정은 없어지고, 고소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親告罪)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절도죄나 강도죄나 정도가 다를 뿐, 부모, 친족에게 나쁜 짓을 한 것이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이러한 자들에 대한 처벌 여부를 부모, 친족에게 맡기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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