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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큐레이터 9인 ⑥ 맹지영] 작가를 위한 기획 + 대중을 위한 글쓰기 =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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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9호 윤하나⁄ 2017.03.31 17:51:04

▲두산인문극장 2014: 불신시대 기획전 '숨을 찾는 법' 중 정지현 작가의 작품. (사진제공=두산갤러리)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날 때보다 더 난감한 순간이 있다. 바로 그 작품을 설명하는 글을 이해할 수 없을 때다. 이 때문에 일반 대중은 물론 미술 전시를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남모르는 속앓이를 경험하기도 한다. 최근 미술 전시를 향유하는 젊은 관객은 늘었다지만, 여전히 예술의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과연 미술인들은 이 난해한 글들을 진정 즐기고 이해할까?

 

이번에 만난 맹지영 큐레이터는 일반 대중이 예술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으로 친근한 글쓰기에 대해 고민한다.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고, 작가가 작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는 큐레이터로서의 글쓰기에 집중한다.

 

갤러리에서 업무를 보고, 미술 관계자를 만나는 게 일상인 큐레이터이지만, 여전히 즐거운 취미로서의 전시 관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맹지영 큐레이터. 그가 느낀 예술의 감동을 어떻게 전달하고자 하는지 들어보자.

 

▲맹지영 큐레이터.


ⓐ 친숙한 미술을 꿈꾸는 큐레이터

 

- 큐레이터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나는 당연히 작가가 될 거라 생각했지 이렇게 (큐레이터가) 될 줄 몰랐다(웃음). 다만 예전부터 전시 보는 걸 워낙 좋아했다. 그땐 작업을 잘 하기 위해서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엔 인사동 전시가 일주일 단위로 바뀌었는데 일주일마다 전시를 다 보고 다녔다. 대학원에 들어가서야 내가 드로잉보다 논문을 쓰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다시 평론학과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만난 평론가들은 모두 미술사만 공부한 게 아니더라. 시인이나 작가 등 배경이 다양했다. 이들이 작품이나 글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꼭 글을 안 쓰더라도, 작업을 안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상업갤러리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난 상업갤러리는 아니구나싶어 비영리 공간에서 일을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좋은 작품을 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큐레이터가 됐다. 한국에 귀국하고 점차 깨달은 것은 작가들이 최대한 좋은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나는 좋은 기획에 대한 욕심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선 작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두산갤러리는 40세 이하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곳으로, 이들이 지속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게 중요하다. 내가 모든 작가를 다 커버할 수는 없지만, 내가 관심 갖는 작가들은 당장 전시를 기획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대화를 나눈다.

 

또 하나, 미국 유학 시절 느낀 가장 좋은 점은 일상에서 미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귀국 후 지인들만 찾아오는 한국의 전시장 풍경이 한동안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시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만큼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 없었다. ‘내 부모님이나 미술에 관심 없는 친구들도 관심을 갖고 볼 수 있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미술을 쉽게 알리고 싶은 노력의 일환으로 2015스몰토크: 뉴욕에서의 대화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읽기 쉬운 글을 목표로 썼다. 나도 (미술이) 이렇게 좋은데 되도록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사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글로 풀기 어려운 게 회화(그림). 관객이 가장 쉽게 다가가는 매체이지만, 정작 쉽게 말로 풀어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2015 인문극장기획전 '보기 위해 눈을 사용한 일'. (사진제공=두산갤러리)


- 이밖에도 미술 전문인이 아닌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외부에서는 2015, 16년에 KT상상마당에서 15명 이하의 소규모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이나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등 대부분이 예술종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작품을 잘 이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에게도 그들이 어떻게 작품을 보는지 배우는 기회였다. 함께 공부한 분들은 지금까지 연락하며 같이 전시를 보러 다닌다. 두산 아트스쿨에서는 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 그간의 전시는 맹지영 큐레이터 개인의 기획이기보다 두산갤러리 큐레이터 팀의 전시였다.

 

“‘내 기획에 대한 욕심, 이런 것보다 다 같이 잘되면 좋겠다. 우선순위의 문제다. 주변이 잘 되는 게 나에게도 좋은 일 아닐까. 좋은 기획은 한 사람의 기획자보다 팀에서 나온다. 자기를 드러내려다가 작가가 착취되거나 누군가가 희생되는 경우가 있다. 진짜 좋은 전시는 자연스럽게 회자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이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미국에서는 특히 우리가 잘 아는 작가들의 작은 전시를 찾아 봤다. 이를테면 (형광등 작업으로 유명한) 댄 플래빈의 드로잉 전시 같은 것 말이다. 이런 전시를 보면서 내가 굉장히 편협하게 작가를 봤구나 싶을 때가 많았다. 전시 기획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작가를 이해하게 되는 기획을 보면서 감동 받았고, 여운도 오래 가더라. 큐레이터의 시각이 드러나는 전시를 보면 기획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전시가 많지만 기획자의 시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최근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

 

작가와의 공감대 형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주 젊은 작가들과 공감대를 나누는 게 앞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느낀다. 90년대생 작가들에겐 동년배 기획자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따로 있다. 이제 더 젊은 후배 큐레이터에게 기회가 돌아갈 때인 것 같다.”

 

▲2016 인문극장기획전 '삼키기 힘든'. (사진제공=두산갤러리)


ⓑ 큐레이터의 글쓰기

 

- 큐레이터로서의 글쓰기란?

간혹 전시 소개 글이 오히려 관객에게 전시·작품에서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곤 한다. 심지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글을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큐레이터의 글쓰기란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다. 관객에게 작가와 작업을 보는 방식을 글로 전달하는 것도 기획자의 몫이다."

 

- 큐레이터가 쓰는 글의 특징은 무엇인가?

전시 기획 이외에도 큐레이터에겐 글 쓰는 업무가 많다. 대중과 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시 소개 글과 보도 자료는 객관적인 사실을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하지만, 미술계 관계자들이 읽는 평론이나 전시 리뷰는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다."

 

- 목적에 따라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은 일 같다.

어렵지만 노력한다. 전시 소개 글에는 내 시각을 많이 담기보다 관객이 이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쓴다. 반면 작가론의 경우, 좀 더 자유롭게 쓰는 편이다. 작가의 작업세계에 따라 글의 스타일도 달라질 수 있다. 기본은 작가의 작업을 관객과 독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 맹지영이 생각하는 큐레이터는 무엇인가?

큐레이터의 기본은 예술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전시는 기획 자체보다 작가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사소해 보이지만 작가에 대한 이해나 작업에 대한 통찰력이 전시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태도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 그럼 주로 어떤 작가들과 교류하나?

내 취미는 최대한 많은 전시를 챙겨보는 것이다. 일이 아니라 워낙 (전시) 보는 것을 좋아한다. 무조건 많이 보다가 작업이 계속 궁금해지는 작가를 만나면 꾸준히 지켜본다. 1~2회 이상의 전시를 지켜보고 연락하는 편이다.”

 

- 최근 본 전시 중 가장 좋았던 전시 하나를 꼽자면?

원로작가 임충섭의 전시를 보고 눈물이 날 만큼 감동받았다. 이전에는 임충섭 작가의 작업을 난해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을 통해 너무나 명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구나를 느끼고 울컥했다. 전시를 본 뒤 임충섭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내가 더 열심히 작업해야 겠다고 답해주셨다. 이런 전시를 보면 몇 년 뒤까지도 감동이 이어진다. 그게 이 일을 하는 이유인 것 같다. 요즘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보면 (작업 외) 다른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그럴수록 좋은 작업을 볼 수 있는 확률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뉴욕 두산갤러리에서 열린 이주요 개인전. 2009. (사진제공=두산갤러리)


ⓒ 두산갤러리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Doosan Curator Workshop·DCW)은 국내에 몇 없는 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이다워크숍에 참여자들의 피드백은 어떤가?

 

참여한 분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DCW는 비록 그리 길지 않은 1년 과정이지만교육도 진행하고전시를 기획해 만드는 프로그램이다우리도 이 프로그램이 발판이 돼서 (그들이 앞으로활동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DCW의 역대 참여자들은 모두 15명 정도로이 중 70~80%가 현재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두산갤러리 홈페이지에 가면 매년 진행한 워크숍의 교육 프로그램이 게시돼있다해마다 프로그램이 조금씩 달라진 걸 볼 수 있다.

 

매년 선정되는 3명 참여자의 요구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이 달라진다나는 기획자로서의 태도와 글쓰기에 초점을 많이 두는 편이라 관련 프로그램이 상반기에 많이 포진됐다그리고 매년 참가하는 분들의 요구에 따라 하반기 프로그램이 달라진다글쓰기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동기와 문제의식을 갖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두산갤러리의 독특한 프로그램 중 두산인문극장을 빼놓을 수 없다두산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뿐만 아니라 강연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두산아트센터에서 함께 진행된다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를 위해 설명한다면?

 

두산인문극장은 문학과지성사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한다.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에 걸쳐 주제와 연결되는 사회학과 인문학 등 각 분야의 강연자들을 초청한 강연 및 공연전시영화 상영이 이뤄진다. ‘빅 히스토리’(2013), ‘불신시대’(2014), ‘예외’(2015), ‘모험’(2016) 등 매년 주제를 달리하는데, 2017년 올해의 주제는 갈등이다두산인문극장의 올해 기획전 또 하나의 기둥에는 작가 샌정과 홍범이 참여한다

 

▲두산갤러리에서 열린 오민 개인전 '일, 이, 삼, 사'. 2016. (사진제공=두산갤러리)


-두산갤러리는 두산연강재단이 운영하는 비영리 갤러리다기업갤러리 소속 큐레이터는 이번 시리즈에서 처음 만났다기업갤러리로서 두산갤러리만의 특징을 설명해준다면?

 

재단은 기업과는 별도의 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동시에 재정이 안정적인 편이다두산갤러리는 40세 이하의 젊은 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최대한 작가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고자 노력한다상금을 동반한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여하고작가 개인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되는 개인전 위주로 전시를 기획한다특히 두산연강예술상은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한다이밖에도 뉴욕 첼시에 갤러리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미술 전문가 양성을 위한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일반인을 위한 미술 강좌인 두산 아트스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극장(두산아트센터)을 소유한 재단의 갤러리로서 다원예술 장르가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스페이스111은 두산아트센터의 제작극장으로젊은 예술가의 새로운 실험을 지원하는 두산아트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극장과 연습실을 쓸 수 있고전문 피디들의 도움과 지원금도 있다이 프로그램을 통해 몇몇 작가들이 사운드나 공연을 접목한 다원예술을 실험한 바 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40세 이하 젊은 작가들을 지원한다고 하는데요즘 젊은 작가들의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아직 기회가 닿지 않은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은 버텨야 한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계속 질문해야 놓치지 않는다그래야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 진정성 있는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계속 질문하고 고민하는 작가들은 주변에서도 계속 지켜보게 된다질문을 계속 놓지 않고 버티다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오히려 작가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인간으로서도 자길 단련하고 수양해야 한다본인 스스로 작가라는 상에 갇히면 오히려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좋은 작업도 안 나온다.”

 

맹지영 큐레이터는

큐레이터이자 평론가이다. 2009년 뉴욕의 두산갤러리를 거쳐 2011년 귀국해 현재까지 두산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전시와 글을 통해 대중이 느끼는 예술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저서는 '스몰 토크: 뉴욕에서의 대화' (북노마드 펴냄)가 있다.


▲2016 인문극장기획전 '삼키기 힘든' 중 박광수 작가의 작품. (사진제공=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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