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모바일페이 시장 쟁탈전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특히 중국의 온라인 1위 업체인 알리바바 산하의 알리페이가 한국의 카카오페이에 2300억 원을 투자하면서, 국내 시장에 '중국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국내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10개 이상 대형 업체가 진출해 시장점유율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에선 네이버페이, 오프라인에선 삼성페이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알리페이와 손잡고 가맹점 20배로 대확장
지난 2월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계열사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억 달러(약 2300억 원)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4월 카카오페이 별도 법인도 설립했다.
파트너십 체결에 따라 국내 3만 4000여 개의 알리페이 가맹점에서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카카오페이 가맹점 수 1700여 개에서 20배로 대확장을 한 셈이다. 반대로 카카오페이 제휴 사업자도 중국 알리페이 가입자에게 결제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은 네이버페이·삼성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 4개 서비스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 1위로 알려진 네이버페이의 가맹점 수는 약 14만여 곳, 페이코는 온라인 10만여 곳, 오프라인 12만여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카카오페이의 이용 범위는 중국까지 넓어진다. 카카오페이 측은 "알리페이가 운영하는 타오바오 같은 중국의 여러 커머스 사이트에 결제 서비스로 들어가는 방식 등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결제‧송금‧청구서 등 서비스 확장 기대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경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있다. 모바일 결제가 실생활의 모든 분야에 보급되면서 간편함을 찾는 사람들의 이용이 급속도로 늘었다. IT 분야에선 아직도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중국에서 모바일 1등이 되면 엄청난 사용 인구 덕분에 곧바로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위상이 올라가므로, 중국 업체들은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때문에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기술적 협력도 기대된다. 카카오페이는 아직 오프라인 결제 방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 측은 "간편한 결제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향후 알리페이가 사용하는 QR코드 결제 방식도 반영하고,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주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중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삼성페이와 페이코다. 삼성페이는 NFC(근거리 무선 통신)와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 두 가지를, 페이코는 NFC 방식을 제공한다.
NFC 방식은 다른 방식보다 보안이 우수하지만 전용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게 단점이다. 반면 MST 방식은 기존 마그네틱 카드 결제기를 사용해 간단하지만 국내에서 마그네틱 카드는 점차 IC칩 기반 카드로 교체되고 있는 게 문제다.
카카오페이 측은 "결제 서비스뿐만 아니라 송금이나 청구서 서비스 같은 실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핀테크 사업 쪽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사업 계획을 밝혔다.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와 협력에 힘입어 간편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포함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향후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일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중 언론들 "비명 지르는 한국 결제서비스 시장"
중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업들은 자국 내 성공에 힘입어 빠르게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알리페이는 미국 진출을 위해 미국의 결제 서비스 대형업체 퍼스트데이터(First Data)와 제휴를 맺고, 미국의 400만 개 이상 상점에서 결제 서비스를 실시하게 된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도 일찍이 눈독을 들였다. 지난해 다수 중국 언론들은 한국 금융업계에 대해 “중국 결제 서비스 기업들이 한국 결제 시장을 점령하고 있어 한국 금융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일보(第一财经日报)은 중국 4대 지불 결제 기업(알리페이, 유니온페이, 위챗페이, 라카라)의 한국 진출을 보도하며 "한국은 중국과 가깝고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주로 하는 지역이어서 중국 지불 결제 기업이 반드시 쟁탈해야 할 시장"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중국 언론은 알리페이의 카카오페이 투자에 대해서도 "한국 핀테크 업계를 뒤흔들고, 현지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자국 기업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은 2014년 14조 8698억 원에서 지난해 34조 7031억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커져가는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이 중국 기업과 자본에 종속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경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