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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토이 덕후 ⑦ 손지영] “슬플 때만 우나요? 기쁜 눈물 전해주는 티어리”

인형-아트토이-그림 넘나드는 몽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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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1호 김금영⁄ 2017.06.23 14:48:16

아트벤처스로부터 ‘2017 아트토이컬처’ 참여 작가 중 주목 작가를 추천 받아 소개하는 ‘아트토이 덕후’ 시리즈의 일곱 번째 주인공은 손지영 작가다.


▲손지영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당신은 언제 눈물을 흘렸는가? 슬퍼서 눈물 흘린 기억은 금방 떠오르지만, 기뻐서 눈물 흘린 기억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여기 기쁨의 눈물이 형상화된 작품이 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이 작품의 이름은 ‘티어리(TEARY)’다. 티어리는 영어로는 ‘눈물의’ ‘눈물이 글썽한’을 뜻한다. 작가의 티어리는 눈물을 뜻하는 티어스(tears)와 요정을 뜻하는 페어리(fairy)의 합성어로, ‘눈물의 요정’을 뜻한다. 기쁨의 눈물을 가져다주는 요정 티어리다.


티어리는 서 있는 모습과 앙증맞은 발이 보이는 앉은 모습 두 가지가 있는데 얼굴 형태가 모두 눈물방울과 비슷하다. 큰 눈과 하트 모양의 작은 입은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기분이라 눈길을 끈다. 작가는 이 티어리의 슬로건을 ‘포 유어 해피 티어스(For Your Happy Tears)’라고 설명했다.


▲손지영, ‘화이트 펄 티어리(Pearl White TEARY)’. 레진, 아크릴릭.

“‘당신의 행복한 눈물을 위해 티어리가 늘 곁에 있을게요.’ 이게 바로 티어리가 탄생한 이유예요. 사람들은 대부분 ‘눈물’ 하면 슬픔, 고독, 아픔, 외로움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눈물에는 행복의 의미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티어리가 전해주는 거죠.”


티어리가 탄생하게 된 과정을 따라가면 작가의 말을 더 이해할 수 있다. 본래 작가는 약 10년 동안 디자인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때는 그림을 더 많이 그렸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여러 디자인을 그리는 것도 작가에겐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그런데 힘든 시기가 왔다. 몇 년 전 몸이 아파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황이 왔다. 그림을 그리려면 팔을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그때 눈물을 참 많이 흘렸다. 그런데 이 시기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눈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고.


▲손지영, ‘티어리(TEARY)’. 캔버스에 아크릴릭, 80.3 x 80.3cm.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때 바쁘게 사느라 잘 돌아보지 못했던 제 삶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기쁨과 슬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저뿐 아니라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전부터 티어리라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해 왔는데, 이때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떠오른거죠. 눈물 모양의 상체와, 이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 형태의 몸을 지닌 티어리를 만난 순간이었어요.”


그림은 그릴 수 없었지만 이때 간단한 티어리 스케치와 인형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중엔 몸이 점점 회복되면서 더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디테일도 살아났다. 작가는 레진으로 만들어진 토이를 붓으로 하나하나 칠한다. 작가의 토이를 가까이에서 보면 붓의 아름다운 선이 느껴진다. 슬프고 힘들 때 만난 티어리는 작가에게 새로운 도전과 행복, 그리고 활기를 가져다 줬다.


할머니가 티어리를 보고 한 말


▲손지영, ‘민트 티어리(Mint TEARY)’. 레진, 아크릴릭.

올해 ‘2017 아트토이컬처’는 티어리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난 뜻 깊은 자리였다. 특히 작가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관람객이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손녀와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작가는 티어리 전시 부스에 ‘행복을 전해주는 티어리’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 할머니는 이 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작가가 이유를 묻자 할머니는 “나는 언제 행복해서 울었는지 한 번 생각해봤어요”라고 답했다.


“제 작업으로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걸 느껴 뭉클한 순간이었어요. 맑은 눈망울과 귀여운 형태를 지닌 티어리는 보통 예쁘다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어요. 그런데 티어리가 지닌 의미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투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뭔가 가슴이 찡하고 뿌듯했어요. 위로와 행복을 전하고자 하는 티어리의 존재 이유를 알아봐준 거죠.”


또 다른 관객은 “나는 눈물이라면 지긋지긋하다”고도 했다. 그러고는 “그런데 행복한 눈물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며 티어리 하나를 데려갔다. ‘눈물=슬픔’ 공식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적용시켜 티어리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손지영, ‘화이트 펄 티어리(Pearl White TEARY)’. 레진, 아크릴릭.

인터뷰 때 이 티어리를 작가가 소중하게 들고 왔다. 그리고 또 만난 친구가 있었다. 바로 록시. 작가는 티어리뿐 아니라 약 30개 정도의 캐릭터를 지금까지 만들어 왔다. 특히 강렬한 빨간 머리에 매사 호기심이 많고, 시니컬한 성격을 지닌 콘셉트로 탄생한 록시는 작가와 가장 많이 닮은 캐릭터이기도 하다고.


“대부분 작가들이 각자의 토이를 만들 때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그리는 것이기에, 자신의 모습 또한 투영되는 것 같아요. 저는 주위에서 록시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작품을 만들 때 그냥 형태만 덩그러니 만들어 놓는 게 아니라, 이 캐릭터는 어떤 성격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에 사는지 등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동화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요. 저는 캐릭터와 사람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근하게 접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티어리에게도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주려고 구상 중이에요.”


또 눈길을 끈 점은 다양한 형태다. 인터뷰 때 만난 티어리는 레진 작업으로 만들어졌고, 록시는 천으로 만든 인형 형태였다. 그리고 작가는 이 캐릭터들을 그리기도 한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그림이고, 현재는 토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도 과정이 있었다.


▲손지영 작가와 델로스 작가가 ‘앨리스’를 주제로 함께 컬래버레이션 한 작업.

작가는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면서 클라이언트의 시선에 맞추는 일을 많이 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지금도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내보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그래서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프리랜서로 전향할 당시 작가는 ‘드레시돌(Dressy Doll)’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잠시 일을 쉬면서 취미 생활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이때 본래 좋아했던 인형 컬렉션을 꾸리는 일에도 한껏 몰두했다. “아주 예전부터 인형 덕후”라고 작가는 고백했다.


“어렸을 때부터 인형을 좋아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마론 인형이 유행했어요. 인형에 여러 옷을 입히는 것도, 구경하는 것도 좋아했죠. 성인이 돼서는 본격적으로 인형을 모으기도 했고요. 그렇게 인형을 모으다가 점점 직접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홈페이지 아이디를 드레시돌로 정하고, 인형 작업에 한창 몰두했죠,”


팝엔팝이엔티와 손잡고 또 새로운 도전


▲손지영, ‘해피 메모리즈(Happy Memories)’.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더 전문성도 갖추었다. 하나의 인형을 만들 때 작가는 소품이나 환경 등 주변 것들도 스케치를 하고, 구체화가 되면 자료 조사에 들어간다. 인형 옷에 어떤 문양이 들어가면 어울릴지 많은 디자인을 살피고 또 스케치에 들어간다. 색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색을 사전에 스케치에 적용해 본다. 이 작업을 통해 점점 많은 인형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인형을 만들면서 아트토이컬처를 접하고, 그곳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을 보았다. 작가에게 또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됐다.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못 팠다고 할 수도 있겠어요. 하하. 그런데 저는 해보고 싶은 일들에는 다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림, 점토, 천, 입체 등 다 도전해보고 그 과정에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끌어내고 싶었죠. 그러다 보니 그림에도 천, 오브제 등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고, 보다 재미있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어요. 어떤 작업을 할 때 보다 발전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개발하고 도전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처음 작업할 때와 비교해 작업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아트토이 장르로 작업을 볼 때도 있고, 그냥 인형 캐릭터도 보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묻자 작가는 오히려 긍정적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손지영 작가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이어 왔다. 델리토이즈 윕(Dellytoys Ouip) 토이에 자신의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도 선보였다.

“‘인형이 무슨 예술이야?’ 하는 반응도 있어요. 저는 여기에 ‘아니에요’라고 반박하진 않아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인형일 수도, 아트토이일 수도, 아트돌일 수도 있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열심히 작업을 하고, 이 작업에 제 생각을 넣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좋은 감정, 또는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와 생각이 맞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있다. 작가는 올해 2월 팝엔팝이엔티 소속으로 들어갔다. 팝엔팝이엔티는 재능 있는 팝아트 작가를 발굴 및 지원하는 데 목적을 뒀다. 손지영 작가를 비롯해 코마, 델로스, 찰스장, 서미지 작가 등이 소속됐다.


윤종석 팝엔팝이엔티 상무이사는 “대중이 쉽게 접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맥락에서 팝아트와 대중음악이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손지영 작가의 작업 또한 이 점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 느껴 함께 하게 됐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팝엔팝이엔티는 소속 작가들에 대한 전시 지원 및 홍보,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팝엔팝이엔티와의 만남은 15여 년 동안 많은 길을 거쳐 온 작가에게도 새로운 출발의 시작점이 됐다.


▲손지영 작가의 인형들. 패브릭 작업을 거쳐 완성된 캐릭터들은 30여 가지에 달한다.

“미술계에서는 1인 기업 개념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많아요. 그런데 어려운 환경 속 온전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죠. 이 가운데 팝엔팝이엔티가 지닌 이념이 저와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회사의 특성상 앞으로 작가들의 작업이 음악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작업들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묻자 작가는 “제대로 작업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작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작가가 정체되지 않고 계속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올해 처음으로 타이페이 토이 페스티벌에 나가게 됐어요. 외국 작가들과 컬렉터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요. 가서 공부 많이 하고 오려고요. 그리고 그간 많이 그리지 못했던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싶어요. 작업실을 만들어서 50호 이상 크기의 그림도 그리고, 토이 작업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티어리 이야기도 영상이든, 책이든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발전시키고 싶고요. 그리고 이 작업들을 내년 개인전에 선보일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손지영 작가와 미피 그리고 G마켓]


▲손지영 작가, 미피, G마켓이 만나 탄생한 작품.

작가는 다양한 전시를 열어 왔다. 2008년 메디콤토이 x 커피빈 베어브릭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1등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커스텀 아트토이(Custom Art Toy)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0년 델리토이즈 윕(Dellytoys Ouip) 토이에 자신의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을 선보였다.


기존 원형에 다양한 개성을 입혀 자신의 취향대로 바꾸는 커스텀은 토이뿐 아니라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작가는 커스텀 토이 작업을 할 때 기존 원형 토이를 먼저 파악하고, 자신의 작업과 맞닿아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중 특히 작가가 즐겁게 했고, 주목받았던 작업이 2016년 진행된 미피, G마켓과의 콜라보 전시다.


당시 탄생 61주년을 맞은 미피가 전 세계의 작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며 순회 전시를 가졌다. 국내에서는 롯데가 주관한 가운데 다양한 국내외 기업이 참여했다. 작가는 ‘패션 브랜드와의 만남’ 섹션에 참여했다. 국내외 27개 브랜드와 미피의 만남이 주요 콘셉트였는데, 작가는 G마켓과 호흡을 맞췄다. 미피 모양의 조형물에 작가의 손길이 닿았다. 작가 작업에 드러나는 특유의 맑은 눈망울과 하트 모양의 입이 조형물에 칠해졌고, 동화 같은 색감은 더욱 분위기를 산뜻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정말 해보고 싶은 작업이었다. 당시 스케줄에 무리가 있었음에도 밤새 작업해 완성했다. 작업을 할 때 미피와 G마켓, 그리고 내 작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했다. 그 결과 생각한 게 택배 박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G마켓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택배 상자를 기다린다. 그리고 초인종이 띵동하고 울리면 설레는 마음으로 나간다. 그 택배 상자에서 행복을 전해주는 이미지가 빵 튀어나오는 듯한 이미지가 좋을 것 같았다. 그 결과 배송 온 택배 박스에 둘러싸인 미피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앞으로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기대감도 비쳤다. 작가는 “콜라보 작업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만 튀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작업 스타일을 잃지 않되, 함께 하는 기업 등 파트너의 이미지를 잘 살려주는 게 중요하다. 그를 위해서는 작가 또한 공부해야 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앞으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의 장이 펼쳐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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