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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토이 덕후 ⑧ 웅성] B급 감성과 복고 절묘히 어우러진 ‘올드타운마켙’

소시지 캐릭터 쟈니봉과 하니봉에 특히 젊은 세대가 열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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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2호 김금영⁄ 2017.06.30 09:43:49

아트벤처스로부터 ‘2017 아트토이컬처’ 참여 작가 중 주목 작가를 추천 받아 소개하는 ‘아트토이 덕후’ 시리즈의 여덟 번째 주인공은 웅성 작가다.

▲웅성 작가가 대표작인 쟈니봉과 하니봉을 손에 들었다.(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길거리를 걷다가 목이 말라 물을 먹고 싶을 때, 한밤중 문득 라면이 먹고 싶을 때, 끼니를 간단하게 때우고 싶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편의점이다.

‘2017 아트토이컬처’ 현장에서 편의점 콘셉트로 꾸려진 부스를 발견했다. 그런데 세련된 디자인과 달리 붙여진 이름이 눈길을 끈다. 영어 ‘OLD TOWN MARKET’이 보이고, 한글로도 이름이 적혔다. 그런데 잘못 본 건가? 본래 맞춤법에 따라 읽으면 올드타운마켓인데, ‘마켓’이 굳이 ‘마켙’으로 적혀 있다. 다시 봤는데 역시 마켙이라 적힌 게 맞다. 작가가 실수로 틀린 걸까? 아니면 일부러 의도한 걸까? 의도했다면 뭘 의도한 걸까?

올드타운마켙의 주인장인 웅성 작가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마켙’에 대해 물었다. 이에 작가는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고 답했다.

▲올드타운마켙 앞에 대표 캐릭터인 쟈니봉이 앉아 있는 모습.(사진=올드타운마켙)

“저는 정말 편의점을 많이 가요. 그런데 어린 시절 도심에서 벗어난 변두리 쪽에 살 때 제가 군것질을 하며 놀던 곳은 편의점이 아니라 동네 슈퍼였어요. 지금은 건물 디자인과 먹을거리가 업그레이드 된 편의점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여기저기 정말 많이 보이죠. 그에 따라 동네 슈퍼는 점점 사라지고 있고요. 그런데 저는 그 정겨운 옛 감성이 그리웠어요. 그래서 그 감성을 기억하고 간직하고자 제 작업에 이름을 의도적으로 붙였어요. 옛날 슈퍼는 ‘마켙’이라고 옛날식 맞춤법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잖아요? 올드타운마켙은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이죠.”

빠르고 팍팍하게 변해가는 세상 속 과거 찬란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복고 열풍은 항시 함께 불어온다. 대표적인 게 ‘응답하라’ 시리즈 신드롬인데, 작가 또한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단다. 그리고 이 복고 감성을 자신의 작업에 끌어 들였다. 다만 완전 복고로 가지는 않았다. 현대적인 감성을 지닌 편의점 디자인에 ‘올드타운마켙’이라는 이름을 붙여 과거와 현재의 감성이 함께 교차하는 장소를 만들었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올드타운마켙의 전시 부스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올드타운마켙은 편의점을 콘셉트로 매년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사진=올드타운마켙)

그리고 이 올드타운마켙을 지키는 두 주인공이 있다. 편의점의 대표 먹을거리에 꼭 이름을 올리는 것들이 있다. 삼각김밥, 도시락, 우유, 소시지 등. 이중 소시지가 작가의 손을 통해 쟈니봉과 하니봉이라는 캐릭터로 탄생했다. 가장 먼저 탄생한 건 쟈니봉이다. 

“편의점에 가면 먹을거리가 정말 많잖아요? 그런데 옛날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랑 받는 편의점 음식에서 소시지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옛날엔 천하장사 브랜드의 소시지가 대표적이었고, 이젠 다른 브랜드의 소시지도 많이 생겼죠. 저 또한 소시지를 정말 많이 사 먹었어요. 원래 소시지를 좋아해서 소시지 캐릭터를 그리고 있었어요. 최대한 소시지 상품의 원형을 보존하는 데 집중했죠. 그리고 여기에 올드타운마켙이라는 배경까지 더해지면서 작업에 또 다른 시작점을 맞게 됐어요.”

소주잔 안에서 얼굴을 발그레 붉힌 쟈니봉의 익숙한 모습?

▲쟈니봉 일러스트. 편의점의 인기 품목인 소시지를 캐릭터화한 작품이다.(사진=올드타운마켙)

그런데 이 쟈니봉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터진다. 얼굴을 발그레 붉힌 채 소주잔에 들어가서 웃고 있다. 거하게 한 잔 걸친 모양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차가운 도시 남자처럼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하고 있다. 꼭 “나의 고독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게 허세를 한껏 내뿜더니, 어떤 장면에서는 방구석에서 쭈그려 누운 채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하고 있다. 어쩐지 처량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쟈니봉이 하는 일들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쟈니봉에게 제 모습도 어느 정도 들어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가령 편의점 앞에서 맥주 한 캔을 ‘캬~’ 하며 마신다던가요. 처음 쟈니봉을 그릴 때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크하게 일하는 콘셉트를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자기가 필요할 때만 웃는 거죠. 그런데 이 모습이 현대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공부도 힘들고, 일하기도 힘들고,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서 웃음을 잃은 사람들이 많죠. 그렇게 사무적으로 일하고 웃다가 술을 먹고 긴장이 풀리면 본 모습이 나타나요. 술 먹는 시리즈에서의 쟈니봉 모습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서 널브러진 콘셉트의 쟈니봉도 다 우리 모습을 반영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트토이컬처 전시 때 ‘저건 너랑 똑 닮았다’고 서로 가리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쟈니봉은 B급 감성을 바탕으로 냉소적인 웃음 코드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사진=올드타운마켙)

그리고 혼자여서 쓸쓸했던 쟈니봉에게 친구 하니봉이 생겼다. 하니봉 또한 소시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쟈니봉이 소시지 장품의 가장 기본 형태를 가졌다면, 하니봉은 그 이후로 등장한 치즈맛 소시지 등 업그레이드 형태를 가졌다. 하니봉은 쟈니봉보다는 둥글둥글한 성격을 갖고 있다. 쟈니봉이 힘든 일로 투정을 부릴 때 받아주고, 술을 먹을 때도 쟈니봉 앞에 있어준다. 그렇다고 하니봉이 마냥 착한 건 아니다. “짜증나지만 너니까 참아준다” 식으로 쟈니봉의 곁을 지키는 존재다.

“편의점 음식으로 콘셉트를 잡았을 때부터 모든 캐릭터를 커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야 캐릭터별로 성격도 부여하면서 이야기도 더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소시지 커플로는 쟈니봉과 하니봉이 탄생했죠. 쟈니봉이 술을 먹어 널브러지면 하니봉이 운전을 대신 해주고, 이야기도 들어주는 역할을 해요. 투닥투닥 거리면서도 잘 지내는 커플 느낌이죠.”

▲쟈니봉은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사진은 바디필로우로 제작된 쟈니봉. 시크한 콘셉트가 돋보인다.(사진=올드타운마켙)

그리고 쟈니봉과 하니봉이 가진 코드가 또 있다. 일단 두 캐릭터는 귀엽다. 그런데 귀여움에도 종류가 있다. 순수하고 해맑은 귀여움이 있는가 하면, 무언가 알 수 없는 오묘함이 담긴 귀여움도 있다. 쟈니봉과 하니봉이 그렇다. 웃는 모습은 마냥 해맑기보다는 뭔가 시크함과 차가움도 갖고 있고, 이 가운데 허당미도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사악한 구석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 쟈니봉과 하니봉은 B급 정서가 가미된 귀여움을 갖고 있다.

“저 자체가 키치(kitch: 진지함과 거리가 있는 가볍고 저속한 취향)한 문화를 좋아해요. 이 문화는 특히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것 같아요. 메신저 이모티콘을 봐도 귀여운 가운데 어둡고 냉소적인 모습을 담은 것들이 많고요. 키치한 문화를 바탕으로 병맛(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어이없는 상황을 뜻하는 단어) 콘셉트도 유행했죠.”

머리를 비우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쟈니봉이 하는 행동은 현대인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사진=올드타운마켙)

정상적이고 진지한 것에서 벗어난 병맛이라는 단어는 처음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조롱하는 말로 주로 쓰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 병맛을 주요 콘셉트로 내세운 콘텐츠들이 예기치 못한 웃음을 자아내면서 인기 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 살아가는 것 자체가 상식에서 벗어난 불합리한 상황을 맞을 때가 많은데, 병맛 코드는 이 자체를 어이없는 웃음 코드로 소화하며 오히려 공감을 이끌었다.

대표적으로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 ‘무한도전’의 몸개그, 웹툰 ‘SM플레이어’ 등이 있다. 최근 개막한 좀비 뮤지컬 ‘이블데드’는 아예 공연 홍보 문구를 ‘조낸 퐝당한 뮤지컬’이라고 내세웠다. “병맛인데 중독된다” 등 B급 감성을 무기로 내세운, 이른바 ‘어이없지만 재미있는’ 즉 매력적인 콘텐츠를 칭하는 말에도 쓰이게 됐다. 이 감성을 입은 쟈니봉과 하니봉은 그래서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스마트폰을 열심히 들여다 보는 쟈니봉의 모습.(사진=올드타운마켙)

작가는 두 캐릭터를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미대를 졸업한 뒤 제품 디자인을 했던 경험을 살려 인형도 만들었고, 마그네틱, 핸드폰 케이스, 엽서, 목베개, 피규어 등을 만들었다. 친근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자는 생각이다.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두 캐릭터에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보여줬어요. 특히 ‘단순하게 접근해보자’는 생각이 잘 통한 것 같아요. 쟈니봉과 하니봉의 캐릭터 형태는 매우 단순하고, 이 캐릭터의 이야기도 이해하기에 복잡하지 않아요. 세상 사람들은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느라 스트레스에 시달려요. 하지만 머리를 비우고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도 꼭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쟈니봉과 하니봉이 공감과 웃음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쟈니봉의 친구인 하니봉(오른쪽)도 올드타운마켙의 대표 캐릭터로 등장했다.(사진=올드타운마켙)

앞으로는 올드타운마켙에 쟈니봉과 하니봉의 친구들이 늘어날 예정이다. 작가는 “2016~2017년 시즌의 대표 캐릭터는 소시지 커플인 쟈니봉과 하니봉이었다”며 “앞으로는 시즌별로 새로운 캐릭터들을 추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드타운마켙에 새 식구들을 늘려가고 싶어요. 대상은 편의점의 다양한 물품들이 되겠죠? 역시 소시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케찹과 마요네즈도 생각 중이고요. 우유나 삼각김밥 등 편의점 대표 음식도 좋지만 ‘편의점에 이런 게 있었어?’ 싶을 정도로 소외당한 물품들 또한 캐릭터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내년에 새 캐릭터를 선보이는 게 목표인데요. 1년에 하나라도 제대로 된 전시를 하자는 마음을 굳세게 먹고 있어요. 가늘더라도 길게 가보자는 생각이에요. 꾸준히 작업을 하면서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이요.”

▲마그네틱(위) 및 핸드폰 케이스로 제작된 쟈니봉과 하니봉.(사진=올드타운마켙)

또 작가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고 싶은 바람 또한 밝혔다. 점차 작가들과 기업들 사이의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대다. 작가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작업을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제가 이야기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좀 더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시장도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컬래버레이션이 이뤄져야겠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작가의 작업과 컬래버레이션 대상의 이야기가 모두 어우러지는 형태요.”

인터뷰가 끝나고 작가는 다시 작업을 위해 떠났다. 쟈니봉과 하니봉의 새로운 친구를 만날 날이 기대가 됐다. 올드타운마켙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질까. 그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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