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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기업에는 ‘독’, 서민에는 ‘약’…저유가의 역설

건설·조선·수출기업 ‘경고등’…기름값 추락 ‘득실’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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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3호 손강훈 기자⁄ 2017.07.10 10:02:48

▲저유가로 유류 및 공산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서민들의 실질구매력이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강훈 기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과 소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이 맞서고 있다. CNB가 오르내리는 기름값에 울고 웃는 현 상황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12월 이후 꾸준하게 1배럴당 5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40달러 대로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44.74달러, 두바이유는 46.44달러, 브랜드유는 47.31달러를 기록했다.   

6월 평균 유가도 WTI 45.24달러, 두바이유 47.3달러, 브랜드유 45.24달러를 기록, 50달러가 무너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가 비회원국이 올해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9개월간 원유감산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미국 셰일오일 증산과 막대한 원유재고로 인해 국제유가는 30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 산업계는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국내 경제를 이끌어왔던 수출이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5월 한국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4% 증가했는데, 이중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출상품 단가 인상 기여도가 13.2%포인트에 달했다. 

지난해 말부터 국제유가가 50달러를 돌파하자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 제품의 단가가 올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대형 수출기업이 얻은 이익이 크게 늘었다. 이 부분이 국내 수출 호조의 주된 원인이란 뜻이다. 

이는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어 수출단가가 줄어들면, 수출액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으로 이어진다. 실제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6월 평균 수준인 44달러 선을 유지한다고 해도 수출증가세는 큰 폭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수주로 먹고사는 건설·조선업에게는 그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의 한 축인 중동 산유국들의 오일머니가 쪼그라들면서 중동발(發) 발주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였던 올 상반기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건설사의 중동 지역 수주액은 89억9417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47억1807만달러)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올 하반기 수주를 노리는 오만 두쿰 정유공장, 바레인 밥코 시트라 정유공장, 아랍에미리트(UAE) REE 화재 개보수 등 굵직한 중동 공사들에 대한 지연·취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부동산 규제 강화 등 국내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해외수주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업계와 더불어 조선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올해 5월까지 수주액 38억 달러를 기록하며 작년 최악의 수주절벽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저유가는 해양플랜트(해저에 매장된 석유·가스 등을 탐사·시추·발굴·생산하는 장비) 수주에 악영향은 주는 것은 물론, 이미 만들고 있는 해양플랜트의 인도 연기로 남은 돈을 제때에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해양플랜트 중 원유를 채굴하는 시추설비의 경우, 선박 인도 시점에 잔금 절반 이상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 돼있어 인도를 하지 못할 경우 유동성 악화와 보관 및 관리비용 증가 등의 피해를 받게 된다.   

올해 수주액 증가를 이끈 ‘초대형유조선’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유가가 낮아지면 원유 물동량이 늘어 유조선 수요가 늘어나긴 하지만 이미 충분한 물량은 수주한 상황이라 더 이상 계약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내수 진작 ‘청신호’ 될 수도 

반면 이번 국제유가 하락세가 소비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에 저유가는 원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 처지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업 입장에선 유가가 내리면 공장 가동 등에 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으로 물건 값이 떨어져 소비 주체인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커진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선순환하게 된다는 것.

이는 내수경기가 침체된 현 상황에서 상당히 청신호가 될 수 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내려가고 석유화학 제품 및 공산품 물가가 하락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줄어, 여기서 생기는 가처분소득(실제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특히 과거 기름값 폭등으로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OA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은 석유를 무기화하는 감산(減産) 전략을 발동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가 석유 부족에 직면했으며 단기간 동안에 4배 가까이 원유가격이 급등한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이때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유가 하락이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국제유가가 35% 하락할 경우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5조2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35만원 정도 가계지출이 줄어든다.  

실제 한국은행은 5월 생산자물가는 102.26으로 전달보다 0.2% 떨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내림세다. 석탄 및 석유제품이 4월 대비 3.6% 낮아지며 물가하락을 이끌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6월 29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445.36원, 경유는 1235.36원으로 지난 3월29일부터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가 하락을 글로벌 경기 하강 신호로 볼 수는 없다”며 “원유 수입국인 한국에서는 경상수지흑자, 물가 상승압력 둔화 등으로 경기확장 국면이 연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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