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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 아이다호·네바다] 광대한 미국 서부는 ‘대국기질’ 배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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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7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7.08.07 09:31:10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19일차 (아이다호 포카텔로→ 네바다 리노)

흉해진 내 모습

포카텔로에는 비가 온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날이 선선하니 운전하기에는 오히려 좋은 날씨다. 아침에 거울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햇볕에 그을려 양쪽 볼 부위 살갗이 벗겨질 정도이다. 오랜 운전 때문에 눈도 몹시 피곤하다.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일정을 강행한 결과이다. 도시를 떠나기 전 약국에 들러 피부 보습제와 안약을 샀다. 공장 굴뚝, 비료 공장, 유니온 퍼시픽 철도 등이 또 다른 미국 서부 풍경을 선사한다. 바람이 드세어 작은 차가 휘청거린다. 주변에는 풍력 발전 터빈이 수백 개 늘어서 있다.

끝없는 감자밭

아이다호 주 남부를 지난다. 감자밭, 옥수수 밭이 끝이 없다. 한국에서 우리가 먹는 씨 굵은 감자가 산출되는 곳이다. 네바다 주가 가까워지면서 주변은 황무지 사막 풍경으로 바뀐다. 93번 도로로 주 경계를 넘자마자 나오는 네바다 첫 마을 잭팟(Jackpot)의 카지노 간판들이 먼저 환영한다. 사막에 모래 바람이 일자 세이지 브러시(산쑥)가 도로 위에 마구 뒹군다. 무지막지한 사막이다. 그런 사막을 하루 종일 달려야 오늘밤 숙박지 리노(Reno)에 닿는다. 다행히 네바다 북부는 라스베이거스가 위치한 네바다 남부보다는 훨씬 덜 더워서 크게 고생하지 않고 지난다. 

에미그런트 패스

웰즈(Wells)에서 I-80 고속도로에 오른다. 여기서 리노까지 서쪽으로 340마일(544km) 남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대륙에 사는 사람들의 기질을 형성하는 데는 바로 이러한 공간 개념도 한 몫을 할 것이다. 리노로 이어지는 I-80 고속도로는 긴 고개를 여러 번 넘는다. 그중에서도 에미그런트 패스(Emigrant Pass, 이민자 고개)가 유독 길다. 19세기 중반 골드 러시 때, 우마차를 끌고 고개를 넘던 먼지 범벅 서부 개척자들의 고행이 눈에 선하다. 힘겨워 하는 우마를 위하여 무게 나가는 값진 세간을 버려가며 넘던 모습은 영화에서도 보았던 장면들이다. 끝없는 사막 길에서 우마가 쓰러지면 나도 쓰러지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정든 닛산 소형차 애마를 에어컨도 맘껏 켜지 못하고 운전하는 중이다. 미국 서부는 그렇게 개척된 것이다. 

▲에미그런트 패스(Emigrant Pass). 황량한 언덕 사이로 도로가 끝없이 뻗어 있다. 사진 = 위키피디아

▲네바다 리노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작은 도시”라고 쓰여있다. 사진 = 김현주

라스베이거스 vs. 리노

드디어 리노다. 150년 넘은 유서 깊은 도시다. 시내에는 ‘The Biggest Little City in the World’라는 스케일 큰 환영 간판이 붙어있다.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산맥 기슭에 자리 잡은 아늑한 도시다. 도심은 서부 시대 풍경을 간직하고 있고 라스베이거스 같은 번잡함이 없으니 오히려 한적해서 좋다. 역시 카지노 도시지만 규모가 작고 한산한 편이다. 라스베이거스가 남가주(특히 LA)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라면 여기는 캘리포니아 주도(州都) 새크라멘토(Sacramento)와 샌프란시스코 등 북가주 사람들을 노리고 영업 중이다. 여유롭게 며칠 지내기에는 어떤 의미로는 라스베이거스보다 나아 보인다.

▲바람 드센 아이다호에는 곳곳에 풍력 발전소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 김현주

▲아이다호에서 93번 도로로 주 경계를 건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는 네바다 첫 마을 이름이 잭팟이다. 사진 = 김현주


20일차 (리노 → 로스앤젤레스)  

사막을 옥토로

이제 로스앤젤레스(LA)로 돌아가 귀국 행 비행기에 오르는 일만 남겨 놓고 있다. 그래도 리노에서 LA까지는 530마일(848km)의 먼 길이다. 아침 9시, 리노를 출발하여 새크라멘토에서 I-5 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캘리포니아를 종단한다. 여기 또한 험한 사막이지만 관개 덕분에 거대한 과수원과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수박, 토마토, 포도, 딸기, 양파, 피스타치오, 아몬드까지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농작물이 산출된다. 딸기 등 몇몇 작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람 손 없이 기계만으로 뿌리고 거두는 방식이다. 

일주일동안 5천 km

쉬엄쉬엄 여유롭게 달려 LA공항 알라모(Alamo)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하니 밤 9시, 오늘은 12시간 운전했다. 서부 일주 자동차 여행이 무사히 끝난 것에 안도한다. 네바다, 애리조나, 유타, 아이다호, 와이오밍, 캘리포니아까지. 정확하게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서부인지 개념은 분명치 않으나 미국 서부 국립공원은 거의 다 들른 셈이다. 그러느라고 일주일 동안 3300마일(5280km)을 달렸다. 유류비는 70 갤런(265 리터)에 168 달러 들었다. 연비 좋은 일제 소형차 덕분이다.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한 애마에게 미안하다. 

▲미국 서부 풍경. 사진 = 김현주

▲LA 가는 길. 이 고개만 넘으면 LA다. 사진 = 김현주

미국 서부 vs. 중국 서부

제대로 하려면 한 달로도 모자랄 거리를 일주일에 해치웠으니, 그것도 전 구간 혼자 운전했으니, 몸이 성할 리 없다. 얼굴은 그을려 피부가 벗겨지고, 눈은 만성 충혈 상태를 면치 못했다. 피부 영양 보습제와 안약으로 달래가며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서부의 발견, 아니 미국의 재발견이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중국 서부도 깊숙이 다녀 봤지만 두 나라의 서부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방대한 땅에 도로와 통신, 도시 기반, 공원 등 인프라는 인간의 섬세한 손길이 가꾸어 놓은 미국이 절대 우위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거대함에 새삼 놀랐다. 그중에서도 서부는 미국의 자산이고 힘의 상징이다. 솔직히 부러운 마음을 감출 방법이 없다.
  

21일차 (로스앤젤레스 → 도쿄)

귀국 대신 일본 행

새벽 1시 20분, ANA 항공기로 LA를 떠난다. 몸도 성치 않으니 곧장 집으로 돌아가고도 싶지만 모처럼 기획하고 준비했으니 일본 혼슈(本州) 일주를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다짐한다. 주로 열차를 타고 하는 여행이니 미국 알래스카나 서부 여행 같은 고단함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 코앞까지 와 있으니 심리적 부담 또한 훨씬 작을 것이다. 이륙하는 항공기에서 LA의 야경을 내려다본다. 불가사의한 도시이다. 

(정리 = 김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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