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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피리’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가족 오페라로 재탄생

연극과 오페라의 결합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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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0호 김금영⁄ 2017.08.25 09:28:14

▲'마술피리'는 타미노 왕자가 밤의 여왕으로부터 악당 자라스트로에게 딸 파미나 공주가 납치됐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사진=예술의전당)

모차르트의 대표적인 오페라 중 하나인 ‘마술피리’. 이 ‘마술피리’가 예술의전당을 통해 가족 오페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마술피리’는 타미노 왕자가 밤의 여왕으로부터 악당 자라스트로에게 딸 파미나 공주가 납치됐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타미노는 마술피리를 받아 새잡이 파파게노와 함께 공주를 구하러 간다. 파파게노의 도움으로 공주와 만나지만, 그곳에 여러 가지 고난과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또 후반부에는 반전도 기다린다.


‘마술피리’는 예술의전당이 가장 많이 제작한 오페라 작품이다. 1993년 오페라하우스 개관 이후 현재까지 2001~2009년 토월극장에서 9회, 2015~2016년 오페라극장을 포함하면 총 11회의 오페라 ‘마술피리’를 제작한 바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해온 오페라 제작 노하우를 총 집약해 이번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오페라로서 ‘마술피리’를 선보인다.


▲타미노 왕자는 마술피리를 받아 새잡이 파파게노와 함께 공주를 구하러 간다.(사진=예술의전당)

기존과 달라진 프로덕션 구성이 눈길을 끈다.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지중배 지휘자와 2010년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장영아 연출가의 진두지휘 아래 독일과 국내 유수 오페라 무대에서 연주를 선보여온 젊은 실력파 성악가들이 모였다. 과거 2013년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오페라 ‘투란도트’에서도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지중배 지휘자와 장영아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도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준다. 여기에 테너 김세일·최용호, 소프라노 양귀비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오페라를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오페라 아리아를 독일어로 부르는 부분은 다른 공연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노래 이후 이어지는 대사는 한국어로 번역했다. 공연시간 또한 2시간 이하로 압축해 간결한 구성을 취했다. 어린이 관객이 공연을 지루하지 않게 느끼고,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 쓴 부분이다.


▲무대 전면에 영상을 활용하며 공연에 역동성을 준다.(사진=예술의전당)

큰 무대에 간결한 세트 설치도 눈길을 끈다. 복잡하게 이것저것 집어넣지 않고 상징적인 장소를 부각시킬 수 있도록 깔끔하게 무대를 구성했다. 여기에 영상도 활용했다. 초반에 타미노 왕자가 뱀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뱀의 섬뜩한 눈동자가 전면에 영상으로 크게 부각되고, 측면에 뱀이 움직이는 영상이 흘러나와 무대에 역동성을 준다. 타미노 왕자가 파미나 공주의 사진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서도 영상을 적극 활용했다. 무대에서 멀리 자리한 관객이라도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밤의 여왕의 아리아로 잘 알려진 오페라 ‘마술피리’엔 시공과 세대를 초월한 모차르트 특유의 감성과 유쾌함이 담겼다. 예술의전당 측은 “‘마술피리’가 오랜 시간 큰 사랑을 받아 온 이유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간주곡과 아리아,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중창과 진지한 종교음악 등이 모두 녹여져 있어 오페라의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모차르트마저 매혹됐던 오페라의 현대적 구성


▲한국어로 번역된 대사가 중간중간 이뤄져 '마술피리' 속 캐릭터가 부각된다.(사진=예술의전당)

이탈리아어로만 오페라 공연이 만들어지던 시기, 1791년 모차르트는 ‘마술피리’를 징슈필(Singspiel : 연극처럼 중간에 대사가 들어있는 독일어 노래극)로 만들어 서민에게도 쉽게 다가갔다. 이번에 예술의전당이 ‘마술피리’를 가족 오페라 버전으로 선보이게 된 취지도 여기에 맞닿았다는 설명이다.


예술의전당 측은 “마술피리가 ‘우리가족 첫 오페라’라는 수식어에 걸맞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독일어로 원곡을 소화해 아리아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하면서도 한국어로 대사를 처리해 부담 없이 공연을 감상하도록 하면서 징슈필로써 극의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번 오페라에 연극이 살짝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은 것도 모차르트의 징슈필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어로 번역된 대사가 친근하게 다가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대 위의 캐릭터도 보다 부각된다. ‘공주를 구하는 왕자의 모험담’ 안에는 선한 줄 알았지만 악인이었던 밤의 여왕, 악인인 줄 알았지만 현자인 자라스트로 등 흥미로운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마술피리'는 아이들에게는 동화 같은 이야기, 성인에게는 모차르트의 사상과 철학에 대한 질문을 안겨준다.(사진=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측은 “이번 무대에서는 시공을 초월하는 동화적인 배경 안에 종종 묻히곤 했던 ‘마술피리'의 다양한 캐릭터들에 초점을 맞췄다. 각 등장인물이 지닌 본연의 갈등과 인간적인 모습 역시 섬세하게 그려낸다”고 밝혔다. 이어 “각 캐릭터의 입체적인 구현을 위해 출연자들은 노래 이외의 대사와 연기, 움직임에도 더욱 신경을 쏟았고, 이에 전 출연진과 제작진의 상상력이 더해져 판타지와 감동을 무대에 동시에 풀어낸다”고 덧붙였다.


타미노 왕자가 타미나 공주를 구하러 가는 긴 여정에 함께하는 유쾌한 새잡이꾼과 신기한 마술피리, 밤의 여왕과 지혜의 자라스트로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꼭 동화 같다. 여기에 수수께끼처럼 숨겨진 모차르트의 철학과 사상은 성인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모차르트는 음악적 구조에 적용했던 ‘3’이라는 구도를 스토리 안에도 적용, 각 인물 간에 큰 틀의 삼각 구도를 형성한다. 세 시녀, 세 천사, 세 가지 시련, 세 개의 문 등 오페라 전반을 숫자 ‘3’이 이끌도록 하면서 그 안에 자유, 평등, 박애 등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을 녹여냈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로 알려진 ‘마술피리’. 초연 극장에서만 100회 넘게 공연되며 그의 오페라들 중 가장 훌륭한 흥행성적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공연 시작 두 달이 채 안 되어 병상에 눕게 됐고, 작품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던 작곡가는 밤마다 시계를 쳐다보면서 “아, 지금은 파파게노가 등장할 시간이야” 하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모차르트마저 매혹됐던 ‘마술피리’의 매력은 예술의전당에서 8월 24일~9월 3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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