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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유학비용 부양의무? 1차와 2차 부양의 차이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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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3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7.09.18 09:26:00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부양(扶養)은 국어사전에 ‘혼자 살아갈 능력이 없는 사람을 돌봄’이라고 그 의미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고,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부양(各自扶養)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가족, 친족 등의 특수한 관계에서는 ‘혼자 살아갈 능력이 없는 사람’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 돌봐 주어야 합니다. 이를 부양의무라고 하는데, 우리 민법은 법률상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부양료와 관련하여 흥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자녀가 자신의 유학비용을 부모에게 부양료로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결입니다. 부양료를 청구한 사람은 성년의 자녀로, 현재 미국에서 대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이 자녀는 자신이 대학교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자력으로 또는 근로에 의해서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아버지를 상대로 유학 비용 상당의 부양료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을 보고 유학 비용을 부양료를 청구한 자녀를 곱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의 생활비를 벌고,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고, 공부까지 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했던 시절에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과연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른 사람의 부모가 자식의 유학 비용을 줬다고 해서 우리 부모가 나에게 유학 비용을 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부모는 어디까지 자식을 부양해야 할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부양의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법에 규정된 부양의무

먼저 우리 법 규정을 보겠습니다. 우리 민법 제974조에는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간,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 간의 부양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826조에서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990년 이전의 민법에서는 호주와 가족 간의 부양의무도 규정되어 있었는데, 이는 삭제됐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와 부모와 성년의 자녀, 그 배우자 사이의 부양의무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는 부부생활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본질적 의무입니다. 내가 생활에 여유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내 남편(부인)의 생계를 서로 책임지는 관계입니다. 나 혼자만 잘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이를 제1차 부양의무라고 합니다. 

반면에 부모와 성년의 자녀 및 그 배우자 사이에서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고, 부양을 받을 자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즉 내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상대방이 생활유지가 어려울 때 도와줘야 하는 의무가 발생합니다. 이를 제2차 부양의무라고 합니다.

부부간의 제1차 부양의무가 무조건적인 반면, 부모와 성년의 자녀 간에 발생하는 제2차 부양의무는 조건부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성년의 자녀가 부모에게 부양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재산이나 근로에 의해서 자신의 생활비를 충족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부모 또한 먹고살 만해야 합니다. 

그럼 성년의 자녀가 부모에게 어느 정도의 금액을 부양료로 청구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의 생활필요비입니다. 이 사건과 같이 유학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인정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양료의 청구인인 자녀는 둘째 자녀입니다. 아버지는 첫째 자녀는 유학을 보내고 유학비용을 지원했는데, 둘째 자녀가 유학을 가겠다고 하자 반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둘째 자녀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 유학을 갔고, 아버지는 첫째와 달리 둘째 자녀에게 유학비용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성년의 자녀라도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큰 게 현실이다. 특히 자녀가 부모의 도움 없이 대학을 마치거나 비싼 유학 비용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성년의 자녀에게 최소한의 생활필요비 이상의 대학 등록금, 유학비 등을 지급하는 것은 부모의 무조건적인 부양 의무가 아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함. 사진 = 연합뉴스

요약하자면, 자녀가 부모의 의사와 관계없이 미국 유학을 가서 아버지에게 유학비용을 달라고 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양료 청구를 한 자녀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청구인은 아직 젊고, 건강하며,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달라진 경제 상황, 달라진 부양 형태

우리나라는 자녀가 성년이 된 이후에도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큰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부모가 경제력이 없는 자녀를 부양하고, 자녀는 부모의 노후를 부양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기 어려워지고, 부모도 자식에게 기대하는 것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자식이 노년의 부모에게 지원하는 부양비는 이미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부모가 성년의 자녀에게 지원하는 돈도 곧 줄어들 것입니다. 성년의 자식에게 주는 돈은 부모의 노후 생활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구의 가족 형태처럼 성년의 자녀와 부모는 각자 경제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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