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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세대교체’ 삼성전자, 이재용 빈자리 메울까

후발주자 거센 공세…‘꿈의 실적’에도 못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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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5호 도기천 기자⁄ 2017.12.11 10:34:51

▲한때 삼성그룹 구조개편의 중심축이었던 삼성전자는 지금은 고유의 사업에만 열중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사진 = CNB저널 자료사진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통해 ‘안정 속 변화’ 기조를 뚜렷이 내세워 주목된다. 과거 이맘때면 그룹차원의 사업재편과 구조개혁을 둘러싼 여러 종류의 큰 그림들이 나왔지만, 올해는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해체와 지주사 전환 포기, 오너의 부재 등으로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소리 없는 혁신’에 돌입한 삼성전자의 달라진 모습을 들여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1일, 11월 2일, 11월 16일에 각각 사업부문장, 사장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눈에 띄는 점은 60대 연령대가 뒤로 물러나고 50대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 전부 내부승진을 통해 진용을 재정비했다. 

특히 삼성전자 사장 승진자 7명 전원이 50대로 교체되면서 완전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평균 나이가 57세로 전임자 평균 나이 63.3세보다 6.3세 젊어졌다.

이처럼 세대교체는 이뤘지만 조직 개편은 거의 없었다. 임원 인사에서 221명이 승진하면서 체질 변화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전자는 CE·IM·DS 등 3개 사업부문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인사를 발표하면서 ‘안정’ ‘최소화’ ‘소폭’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전략실 인사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이 최근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수장으로 복귀한 것을 두고 미전실 부활, 지주사 전환 재추진 등의 해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NB에 “이번에 구성된 TF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부서일 뿐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임원 10여명, 실무진 20여명 등 총 33명으로 구성된 사업지원TF는 삼성SDI·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들 간의 사업조율과 전략, 투자, 인사 등의 업무를 맡을 전망이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삼성전자는 세대교체와 조직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말 그대로 ‘안정 속 변화’를 택한 것.

“미전실 부활? 소설 같은 얘기”

삼성전자의 이런 분위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직전인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삼성의 경영혁신은 2013년 연말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면서 시동을 걸었다. 2014년엔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삼성SDI 등 핵심계열사들이 줄줄이 합병·이전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2015년에는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등 4곳을 한화에 매각한 데 이어 삼성SDI의 케미컬 부문 등 3곳을 롯데에 넘기는 등 방위·화학 사업을 정리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도 성사시켰다.  

이후의 큰 그림은 삼성전자 중심의 전자 계열사와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 계열사, 그룹 차원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분야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이런 계획은 완전히 철회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이 해체됐으며, 이후부터는 회사별로 제각기 살길을 찾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각 사별로 전문CEO들이 회사실정에 맞게 투자와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으며, 예전 같은 계열사 간 업무조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한때 삼성그룹 구조개편의 중심축이었던 삼성전자는 지금은 고유의 사업에만 열중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TV와 가전 등 주력 4축을 기반으로 일부 사업은 매각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확장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 부문이 핵심이다. 지난 3분기 꿈의 영업이익률인 50%를 달성한 반도체 분야가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이번 임원 인사에서 전체 승진자 221명 중 반도체(DS) 부문에서 역대 최대인 99명을 승진시켰다. 2015년엔 58명, 2016년엔 57명, 2017년엔 41명에 그쳤던 점에 비춰보면 약 2배 가량 승진자가 늘어난 셈이다. 

특히 사상 최대 실적의 밑바탕이 된 R&D(연구·개발) 분야에서 승진 임원의 50% 이상이 배출됐다. 정해진 승진 연한을 다 채우지 못했는데도 1∼2년 앞당겨 승진한 발탁 승진자도 12명이나 된다. DS 부문에서 발탁 승진된 임원은 2015년 10명, 2016년 8명, 2017년 4명에 그쳤다.

반도체 효자 노릇 언제까지? 

하지만 이런 성과 잔치가 계속될 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반도체 사업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을 맞아 사상 최대 실적을 연거푸 쓰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추격세가 예사롭지 않다. 

4300억 달러(약 470조원) 규모의 세계 반도체 시장을 두고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1, 2위를 다투고 있는 가운데 퀄컴과 브로드컴, SK하이닉스 등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시너지를 앞세워 선두그룹을 추격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정부는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산업을 일으킬 계획이다. 이는 자체 생산을 크게 늘리겠다는 것으로 세계시장에서 공급과잉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 부회장의 부재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지난 3년간 계열사 사업재편과 매머드급 M&A 등 쇄신을 주도해왔다. 특유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세워 삼성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비디오앱 서비스 개발업체 ‘셀비’ 인수를 시작으로 미국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업체 ‘프린터온’, 미국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발회사 ‘스마트싱스’,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소프트웨어 업체 ‘프록시멀 데이터’ 등을 사들였다.

이듬해에는 브라질 최대 프린트 서비스 업체 ‘심프레스’,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 미국 상업용 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업체 ‘예스코일렉트로닉스’ 등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최대 전장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것을 비롯,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와 캐나다 디지털광고 스타트업 ‘애드기어’를 사들였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에 5100억원 상당의 지분 투자를 했으며, 삼성전자 프린트사업부는 미국 HP(휴렛팩커드)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 이후에는 눈에 띌만한 M&A와 대형 투자가 거의 없었다. 회사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다보니 과감한 투자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사업패턴이 바뀌었다. 

ICT업계 관계자는 “내년 반도체 시장은 후발주자들의 공세로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라 과감한 인수합병과 공격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있지만 이런 때에 최고결정권자가 부재 중이라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라며 “사업지원TF가 이런 공백을 얼마만큼 메워줄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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