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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전시] 젊은 작가 4인이 주목한 ‘소리’

김영은·안정주·오민·진기종 작가, 송은 아트스페이스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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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7호 김금영⁄ 2017.12.22 09:32:23

▲김영은, '총과 꽃' 설치 전경. 2017.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전시장에 저마다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위험을 경고하는 듯 쿵쾅대는 소리가 들려 가슴이 쿵쿵 뛰나 싶었더니 또 다른 공간에서는 노래 소리가 갑자기 귀에 꽂혀 ‘이 노래가 뭔가’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소리가 가득하다가 아무 소리 없이 정적이 흐르는 곳도 마주한다. 제17회 송은미술대상전이 열리는 송은 아트스페이스에 젊은 작가 4인(김영은, 안정주, 오민, 진기종)이 모였다. 이들은 2018년 2월 10일까지 각자의 ‘소리’를 풀어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김영은의 공간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설치된 스피커가 눈길을 끈다. 소리도 시간차를 두고 마구 뒤섞여 들린다. 작가는 비물질적인 성격을 가진 소리와 이와 관련된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접한 청각적인 사건들은 그의 작업에 중요한 소재였다. 이번에 그가 주목한 것은 ‘소리와 폭력의 관계에 대한 탐구’다.


▲김영은, '총과 꽃'. 확성기 스피커, 드로잉, 4분, 가변설치. 2017.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총과 꽃’ ‘발라드’ ‘여리고의 나팔’ 작업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소리가 본래의 성질과는 다른 의도로 쓰였다는 것. ‘총과 꽃’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사용되는 사랑 노래들을 다뤘다. 작가는 “본래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노래가 이와는 전혀 다르게 선전의 도구로 쓰인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며 “소리는 몸에 상처 등 물리적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사람들의 인식을 세뇌시키는 무기로서 활용될 수 있다. 달콤하게 들리지만 사실 이면에 폭력성을 내재한 소리들에 특히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작품 ‘발라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영국군의 대치 상황 중 병사들이 불렀던 사랑 노래 ‘애니 로리’를 끌어냈다. 과거엔 군사 통신 장비였지만 현재는 대중음악 악기로 널리 사용되는 보코더를 통해 노래를 변조, 재생한다. ‘여리고의 나팔’은 전쟁을 소재로 한 교향곡에 등장하는 나팔 소리들의 첫 음을 모은 작업으로, 전쟁 행위를 독려해 온 나팔 소리의 역할을 상기시킨다. 소리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쓰이는 방식과 맥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느낄 수 있다.


▲안정주, '영원한 친구와 손에 손잡고' 설치 전경. 2016.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안정주의 공간에는 독특한 경고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 상영되는 영상에서 새빨간 불빛이 나와 위급 상황을 연출하는 느낌이다. 그 또한 소리가 지닌 이면성을 파고 들어간다. 김영은이 소리 본연 자체를 들려주는 데 집중했다면, 안정주는 이미지와 소리를 통해 현실의 이면을 파헤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영원한 친구와 손에 손잡고’와 ‘사이렌’을 선보인다. 먼저 마주하게 되는 ‘영원한 친구와 손에 손잡고’는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이미지, 그리고 두 올림픽 주제가를 리믹스해 아홉 대의 브라운관 TV에 분절된 형태로 제시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바르셀로나에 지난해 체류했는데 올림픽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한국 또한 88년 서울올림픽 때 활기를 띠며 세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급진적인 개발 및 관광화는 젠트리피케이션 등 문제 또한 야기했다. 화려한 줄만 알았던 올림픽의 열기 뒤 발생했던 이면의 문제들을 소리와 이미지를 통해 따라간다”고 말했다.


▲안정주, '사이렌' 설치 전경. 2017.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3채널 영상작업 ‘사이렌’은 고속도로나 교차로, 터널 끝 등에서 작가가 마주했던 안전 유도 로봇의 움직임을 담았다. 소리는 그리스 신화에 근원을 두고 만들었다. 작가는 “본래 사이렌은 안전을 위해 설치됐지만 귀에 꽂히는 위협적인 소리와 빨간 불빛은 정반대로 기괴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기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킨다는 그리스 신화 속 정령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둘 다 상반된 이면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리가 현실에 만들어낸 이면의 이야기들


▲오민, 'Five Voices(5성부)'. 3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6분. 2017. © All rights reserved by the artist © Min Oh

오민의 공간에도 영상과 소리가 함께 펼쳐진다. 오민은 내면의 수많은 감정 중 불안의 감각에 관심을 갖고 이를 소리가 섬세하게 결합된 퍼포먼스 및 영상을 통해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건 긴장감 속 팽팽한 ‘관계’다.


3채널 영상 작업 ‘5성부(Five Voices)’에는 각자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한 여자는 옆의 사람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듯 손을 반복적으로 흔들고, 옆에 있는 여자는 뒤돌아 앉아 있는 모습이다. 한 손은 무언가를 계속 쌓고 해체하기를 반복하고, 이 모든 한가운데 한 여자가 앞을 향해 앉아 있다. 그리고 영상에는 독립적인 여러 개의 선율이 수평적으로 흘러가는 다성음악(polyphony)의 원리를 사용한 소리가 흘러 나온다. 각각의 소리는 영상에 등장하는 다섯 캐릭터들(몸 전체, 얼굴, 손, 물체, 소리)의 대응을 시도하고 이들의 관계를 주시한다.


▲오민, 'Five Voices(5성부)'. 3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6분. 2017. © All rights reserved by the artist © Min Oh

이렇게 각자 행동하고 소리를 내는 것 같았던 현장이 조금씩 하모니를 이루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작가는 “각각의 소리와 행동은 수평적인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직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한 시도를 한다. 영상에서 이 다섯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움직임과 태도, 이야기와 안무로 관계를 맺고 긴장감을 형성하며 다양한 층위의 수평적 결합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기종의 공간은 조용하다. 이 조용한 공간에서 작가가 직접 소리를 내는 건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 관한 이야기. 작가는 첫 개인전 ‘온 에어’에서 본인이 만든 소규모 촬영 세트장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보여주면서 미디어의 조작이나 축소, 과장에도 불구하고 이를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현 사회에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진기종, '자연모방의 어려움'.(사진=김금영 기자)

이번엔 ‘진짜’와 ‘가짜’ 이야기를 끌어 들여왔다. ‘자연 모방의 어려움’ 작업은 작가의 취미 중 하나인 플라이 낚시를 하기 위해 작가가 준비해야 하는 모든 것들을 설치, 영상 등으로 보여준다. 특히 곤충 모양의 가짜 미끼로 물고기를 잡아낸다는 것에 작가는 주목했다.


작가는 “가짜로 실제를 얻어내는 행위가 끊임없는 관찰을 통한 실제의 모방과 재현을 통해 다시 예술작품으로서의 실제가 탄생하는 예술 행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디까지 구분 지을 수 있는지 플라이 낚시의 전반적인 과정을 통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진기종, '캐디즈 플라이 어덜트'. 혼합매체, 3 x 1.2 x 1cm. 2017. © All rights reserved by the artist © Kijong Zin

한편 송은미술대상은 (재)송은문화재단이 재능 있는 젊은 미술가들을 육성하고자 2001년 제정한 상이다. 매년 예선을 거쳐 신작 1점을 제출해 본선 심사 과정을 통과한 최종 4인이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대상 작가 선정을 위한 최종 심사인 제17회 송은미술대상 전시에 참여해 심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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