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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인천공항면세점 흑역사…‘황금알’이 ‘계륵’된 사연

바람 잘날 없는 면세업계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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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4호 도기천 기자⁄ 2018.04.23 10:25:06

인천공항에 입점한 에스엠면세점, 엔타스듀티프리, 시티플러스, 삼익악기 등 중소중견 면세점 4개사 직원들이 지난달 21일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앞에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업계가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데다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갈등을 비롯,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일면서 화려했던 봄날은 겨울이 된지 오래다. 다시 춘삼월이 올 수 있을까? CNB가 영욕(榮辱)의 ‘면세점 40년사’를 조명했다.

 

‘닭의 갈비’라는 뜻의 계륵(鷄肋)은 ‘큰 쓸모는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이르는 고사성어다. 면세점이 딱 그 처지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터를 잡은 면세점들은 4개월째 집주인인 인천공항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인천공항에 제2여객터미널이 오픈하면서 대한항공·델타·에어프랑스·KLM 4개 항공사가 기존 1터미널에서 2터미널로 옮겨가자 1터미널 내 면세점들은 수익감소에 따른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공항공사와 임대료를 타결했지만, 롯데면세점은 결국 방을 뺐다. 


중소면세점들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4개 중소·중견면세점 가운데 삼익면세점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사업자(에스엠·엔타스·시티플러스)는 공항공사가 제시한 인하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공항공사는 1터미널 면세점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27.9% 인하하고 6개월마다 실제 이용객 감소분을 반영해 재정산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일부 사업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임대료 낮추기 전쟁 “왜”


더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들 간의 임대차계약이 불공정하다며 공항공사 측에 시정권고 조치를 내리면서 사태가 더 꼬이고 있다. 공정위는 계약서에 명시된 ‘임대료 조정 불가’ 조항이 민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감액청구권(경제사정 변동에 따라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제한하고 있다며 ‘무효’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임대료 분쟁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처럼 갈등이 계속되는 이유는 단순히 공항 이용객 일부가 1터미널에서 2터미널로 옮겨갔기 때문만은 아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면세업계의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 때문이다. 한중 관계는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가 사드배치를 발표하면서 급속히 얼어붙었다. 중국 정부는 한국기업에 대한 제재에 나섰고, 급기야 작년 3월 15일에는 한국여행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한한령’을 발동했다. 


이후 한국을 찾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반 토막이 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중국인은 417만명으로 전년보다 48.3%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약 5조원 감소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더구나 기획재정부는 작년부터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매출액 대비 0.05%에서 매출액 규모별 0.1∼1.0%로 최대 20배 인상했다. 


이러다보니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6년 3301억원보다 99.2% 감소한 25억원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내점 영업이익은 2450억원이었으나 공항점에서 192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임대료를 둘러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점 사업자들 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물류단지의 롯데면세점 물류센터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CNB에 “사드 위기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및 특허수수료 증가로 인해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허가 남발…한치 앞 못봐  


면세점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점도 실적악화의 원인이 됐다. 


정부는 2000년 이후 신규 면세점을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15년 만인 2015년에 한화갤러리아, HDC신라, 두산, 신세계, SM(하나투어) 등 서울시내 신규사업자 5곳을 선정했다. 2016년에는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면세점(센트럴시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등 4곳을 추가로 허가해줬다. 현재 서울에서만 13개의 면세점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수익은 악화되고 경쟁은 치열하다 보니 웃지못할 일도 있다.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동화면세점을 둘러싸고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호텔신라가 서로 ”가져가라”며 송사를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2013년 동화면세점 주식 19.9%(35만8200주)를 호텔신라에 600억원에 매각하면서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이 지난 후 호텔신라가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풋옵션은 특정 시기에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다. 호텔신라는 김 회장이 풋옵션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김 회장의 동화면세점 주식 30.2%를 담보 설정했다. 이후 날짜가 도래해 2016년 6월경 호텔신라는 예정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주식 재인수 여건이 안된다며 담보 설정된 주식 30.2%를 가져가라고 대응했다. 호텔신라는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갚으라’며 재차 채무 상환을 요구했고, 김 회장이 거부하자 소송과 가압류를 진행, 지금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면세점 불황이 깊어지면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최대 20배 오른 특허수수료 ‘난관’ 


과거에도 면세점이 지금처럼 위기였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은 100만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다보니 문닫는 면세점이 줄을 이었다. 제주도내 최초의 시내 면세점인 한진관광 면세점은 운영 20년 만인 2003년에 문을 닫았다. 2007년에는 신라호텔이 제주 면세점을 철시하기도 했다. 


이러다가 한류 바람이 불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5년 이후 59년 만에 1400만명을 넘어섰다. 이중 중국인 방문객이 600만명을 돌파했다. 2015~2016년에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1500만명을 넘어서며 절정에 이르렀다. 당시 면세점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하지만 사드 배치와 북핵 이슈 등으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1300만명 수준으로 줄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중국의 한한령 해제가 임박하면서 면세점업계에 다시 봄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특허수수료율 체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관광객이 늘더라도 큰 이윤을 볼 수 없는 구조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CNB에 “매출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특허수수료 산정 방식은 영업이익이 줄어도 매출이 증가하면 특허수수료가 증가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정부가 이 점을 개선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면세점 제도개선 TF를 꾸려 이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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