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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문학 ③] '사람중심' 토요타의 對韓 100년 계획? 중고생 日연수 + 서울대 17년간 학술지원

관계중심 경영과 사회공헌에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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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5-586호 윤지원⁄ 2018.04.25 13:51:54

북미의 한 토요타 자동차 공장 생산 라인에서 토요타 직원들이 출고 직전의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토요타자동차)

 

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세상에 아이패드를 선보이면서 “애플은 항상 인문학과 기술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는 말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에서 라틴어, 그리스어, 예술사, 심리학과 같은 인문학을 공부했다. IT 혁신을 선도하는 이 두 기업은 이처럼 인문학적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최근 인문학의 중요성에 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CNB저널은 여러 기업들의 인문 경영 현황을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세 번째는 한국토요타자동차이다.

 

한국 속 일본 기업으로서 아시아의 이해와 소통을 후원

 

4월 23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 강연회가 열렸다. 강의 주제는 ‘시진핑 정부 아래에서 중국 외교의 새 시대’였고, 강연을 한 연사는 중국 난징(南京)대학교 국제관계연구원장 주펑(Zou Feng, 朱鋒) 교수였다. 주 교수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와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소장을 역임하기도 한 중국 내 대표적인 미·중 관계 및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날 강의에서 주 교수는 지난해 10월 18일 열린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를 기점으로 중국 외교 정책의 새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외교 현안과 정책들에 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면서 중국이 원하는 것은 변화하는 세계 정세에 발맞추는 것이라는 기조를 유지했다.

 

이날 주 교수의 강연은 서울대 국제대학원이 주최한 ‘아시아와 세계’ 공개 강연회의 일부로, 이날은 2018년 세 번째 시간이었다. 지난 4월 9일에는 안호영 전 주미 대사가 ‘한-미 동맹, 도전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으며, 올해 첫 프로그램이던 3월 26일 강연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의 한반도 평화’ 주제로 펼쳤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지난 3월 26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이 주최한 '아시아와 세계'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아시아와 세계’ 공개 강연회는 2004년부터 벌써 15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월 2회 정도씩 세계 각국에서 학계를 비롯한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수준 높은 강연회다.

 

이 강연회가 15년간 변함없이 진행되면서 매월 수많은 유명 연사들을 초청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지속적인 후원 덕분이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아시아 정세를 조망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상호 이해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매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 수천만~1억 원씩을 후원해 왔다. 한국토요타자동차와 서울대 국제대학원은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후원을 이어왔고, 지난해 9월에는 2020년까지 매년 7000만 원씩 총 2억 1000만 원을 후원하기로 협의했다.

 

타케무라 노부유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이 강연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주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한층 더 높은 식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며 “한국토요타자동차의 후원이 아시아 각 나라의 상호 이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아시아와 세계' 프로그램에 3년간 2억 1000만 원을 후원하기로 약정했다. (사진 = 한국토요타자동차)

한일 상호 이해 위해 문화·교육·학문적 사회공헌에 집중

 

토요타는 잘 알려진 것처럼 하이브리드 브랜드 ‘프리우스’로 대표되는 친환경 자동차 전문 기업이다. 따라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중에서도 특히 환경과 교통안전 관련 사업을 많이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토요타자동차 역시 국내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과 교통안전 관련 사업보다 문화·교육·학문 관련 사업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최근 사회공헌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 회사가 사회공헌 사업에 사용한 금액은 총 11억 4600만 원인데, 이중 환경·교통안전 관련 사업에 4억 1400만 원을, 문화와 교육 관련 사업에는 7억 22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펼친 환경과 교통안전 관련 사업이 ‘토요타 환경학교’ 행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2010년대에 새롭게 기획된 반면, ‘YFU 한일 교환 장학생 프로그램’, ‘토요타 병원 자선 콘서트’ 같은 문화와 교육 관련 사업들은 대부분 토요타의 한국 진출 초기인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되었다.

 

토요타는 1980년대부터 일찌감치 ‘기업 시민’이 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 아래 자국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역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며 환경 보호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를 위해 노력함으로서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한국토요타자동차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의 자동차 기업이라는 위치에서 기업과 고객의 관계를 한국과 일본의 관계, 나아가 아시아 여러 공동체들 간의 관계로 확장해서 바라보고 있다. ‘아시아와 세계’ 강연회 후원 취지에서도 드러나듯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여러 사회공헌 사업에서 이러한 관계에서의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구성원간의 ‘소통’과 ‘학습’에 중점을 둔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장학 사업은 단순히 특정 분야의 우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 간의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한 취지의 장·단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토요타는 매년 4명의 장기 장학생과 7명의 여름방학 단기 장학생을 선발, 일본 연수 및 홈스테이 기회를 제공하고 학자금 및 체류비용 전액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총 166명의 학생들이 일본 유학을 체험했다.

 

특히,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경우 1989년 설립된 국제학생 민간교육교류 비영리단체인 한국 YFU(Youth For Understanding)와 제휴를 맺고 있다. 국제 YFU는 1951년 미국에서 창설되어, 현재 전세계 70여개 국가에 회원단체가 있으며, 지금까지 15만 명 이상의 중·고·대학생의 국제 교환학생 및 홈스테이를 진행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현재 한국YFU의 한일 장·단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18년째 후원하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한일 양국의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서로를 잘 이해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싶어, YFU를 통한 한일 교류의 장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타케무라 사장은 지난 2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된 YFU 한일 연간 교환학생 환영·환송식에서 "상호이해의 시작은 서로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며 "이번 교환학생의 기회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학생들에게 좋은 양분이 되었으면 한다.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며 한일 양국의 튼튼한 가교로 성장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8년 YFU-토요타 연간 교환장학생 환영 및 환송식. 뒷줄 왼쪽 세번째부터 에나쓰 게이꼬 일본YFU 회장, 타케무라 노부유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김성수 한국YFU 이사장. (사진 = 한국토요타자동차)

사회공헌사업의 출발은 인문학 지원

 

한국토요타자동차는 국내 진출 초기부터 사회공헌을 강조했다. 2001년 2월 렉서스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토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이 방한했을 때, 토요다 회장은 한국의 인문학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토요다 회장은 “기업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토요타의 철학”이라고 강조했으며, 박건우 당시 한국토요타 회장은 “한·일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역사학 및 일본학 등을 포함한 인문학의 발전이 전제돼야 한다"며 "토요타의 인문학 지원 프로그램이 한국 인문학 위기의 극복을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일본학 및 인문학을 전공한 국내 박사과정 수료자들에게 연구비용을 지원한다. 발표 당시에는 1년에 6명씩 3년간 24명에게 약 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실제로 첫해에 8명의 박사 연구원들을 지원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 토요타 그룹의 토요타자동차재단은 2005년 도쿄에서 설립된 ‘동아시아 출판인 회의’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동아시아 출판인 회의는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의 출판인·편집자들이 상호 교류와 독서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결성한 단체다. 초대 대표를 역임한 가토 게이지(加藤敬事) 전 미스즈 서방(書房) 사장은 “동아시아 전역의 출판인, 편집인이 결집하지 않으면 동아시아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문서 출판의 위기를 뛰어넘을 수 없다”며 이 회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토요타자동차재단은 5년 동안 동아시아 출판인 회의의 재정을 지원했다. 토요타의 지원에 힘입어 동아시아 출판인 회의는 매년 두 차례 콘퍼런스를 열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나 중국 정부 등 다양한 유관기관 및 단체의 지원을 받기도 하고, 회원사들이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출판인 회의는 동아시아의 인문학적으로 중요한 100권의 책을 선정해 각 나라 언어로 번역하는 ‘동아시아 100권의 책’ 사업을 5년에 걸쳐 진행하고, ‘동아시아 출판 공동기획’ 포럼을 통해 3개 언어권의 공동 기획·집필 도서를 출간하는 등 의미있는 사업을 펼쳐 왔다. ‘동아시아 100권의 책’ 사업의 경우, 각 도서의 타 언어권 번역은 한국어권만 따져도 5억 원에 이르는 큰 사업이다.

 

2009년 10월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제9회 동아시아 출판인 회의 콘퍼런스. (사진 = 연합뉴스)

‘인간 존중’ 경영 철학이 토요타 성공 원동력

 

이처럼 토요타는 구성원 및 주변과의 관계와 상호 이해를 중시해 왔는데, 이는 토요타의 성공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토요타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사 분규가 일어나지 않은 기업으로 유명하다. 최고경영자들은 종신 고용을 가장 중요한 경영 목표로 생각하고 있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 평균 임금을 근로자 평균 임금의 3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2000년대 초반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자 2004년 토요타 노조는 자발적으로 기본급 동결 및 보너스 2만 엔 삭감안을 사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간에 대한 존중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노사 관계는 토요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밑거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타케무라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역시 토요타가 세계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가는 배경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토요타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대비 2% 늘어난 1035만 대를 기록해 5년 연속 1000만 대 이상 판매를 이어갔다.

 

한 재계 관계자(MBA 자격)는 토요타가 직원을 비용이 아닌 주요 자산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직원에게 성실하게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토요타가 세계 최강의 생산성과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원동력은 ‘가이센(改善)’이라는 말로 유명한데, 이 가이센 역시 단순히 설비나 시스템의 완성이 아니라 종신 고용이 주는 노동자의 안정감이 핵심”이라며 “노동자가 사측을 신뢰하면 스스로 효율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게 되고, 설비나 시스템의 개선 역시 노동자라는 핵심 자산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된다”고 설명했다.

 

북미의 한 토요타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이 작업 시작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 = 토요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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