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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차기 로또사업자 동행복권 ‘갑질’ 논란 ②] 복권위는 오로지 제주반도체 편?

오이지소프트 “개발계획, 입찰제안서와 달라져” vs 복권위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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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4호 정의식⁄ 2018.09.03 12:02:27

 

로또 판매업소. 사진 = 연합뉴스

지난 3월 차기 복권 사업자로 선정된 동행복권 컨소시엄(제주반도체컨소시엄)이 오는 12월로 예정된 정식 서비스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핵심 기술을 보유한 개발사가 컨소시엄에서 퇴출돼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 개발사의 부재로 동행복권 컨소시엄이 입찰 당시 약속했던 여러 개발계획이 사실상 무산됐고, 자칫 12월 정식 서비스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복권사업의 주무부처인 복권위원회는 제주반도체 측 입장만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있어 이런저런 의혹만 깊어지는 분위기다.

 

복권위원회 홈페이지. 사진 = 복권위원회

지난 10일 본지는 단독보도([단독] 차기 로또사업자 '동행복권' 컨소시엄, 정식 서비스 아직인데 벌써 ‘삐걱삐걱’ - [이슈 ①] 핵심개발사 오이지소프트 퇴출… 제주반도체 '갑질' 때문?)를 통해 차기 복권사업자 ‘동행복권 컨소시엄’에서 핵심 개발사 오이지소프트(대표 지승훈)가 퇴출되는 등 내부 분쟁이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오는 12월로 예정된 4기 복권사업 준비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알렸다. 

 

이후 복권사업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 사무처(이하 복권위)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취재했으나,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복권위 담당자가 동행복권 측과 공통된 시각을 가졌다는 사실 뿐이었다. 

 

쟁점 1. 오이지소프트의 컨소시엄 탈퇴, 자발적? or 강요된 선택?

 

우선 복권위는 입찰 당시 컨소시엄의 핵심이었던 개발사가 퇴출돼 컨소시엄 구성이 달라진 것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복권위 발행관리과 이대균 과장은 오이지소프트 퇴출에 대해 “예전에 개발 경험이 있다 뿐이고, 최대 주주도 아니다. 스스로 먼저 나가야 한다고 해서 나간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앞서 지승훈 오이지소프트 대표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이후 제주반도체가 임원 임명부터 제안서 내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무시하고 다시 선정하겠다는 무리수를 두면서 컨소시엄 내부에서 반발이 심했고, 유일하게 복권 개발 경험을 가진 우리를 일방적으로 로또 개발 부문에서 제외하더니, 블록체인 및 전자복권 부문에서도 제외하기로 했다고 통보 당했다”고 말한 것과 상충된다. 

 

그는 “제주반도체 측의 압박에 의해 역할이 축소된 상태에서 자칫 서비스 오픈이 지연이라도 되면 억울하게 지체보상금만 공동 부담해야 할 상황이라 더 이상 주주사로 남아있을 수 없었다”며 “탈퇴를 강요 당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과연 복권위의 답변처럼 오이지소프트가 자발적으로 탈퇴한 것이 맞을지, 아닐지는 공평한 제3자의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 2. 이지웨이 업그레이드 계획, 입찰제안서에 없었나?

 

오이지소프트의 컨소시엄 퇴출로 이 회사가 개발하고 현재 나눔로또가 운영 중인 온라인복권 및 전자복권 발행 시스템 ‘이지웨이(EZway) 3.0 Light’를 ‘이지웨이 4.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입찰제안서에 명시된 복권 시스템 업그레이드 개발계획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에 대해서도 복권위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과장은 “현재 나눔로또에 구축된 시스템(이지웨이 3.0)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검증도 안 된 것을 단지 개발사가 4.0으로 명명했다 해서 올릴 수는 없다. 복권위는 검증되고 운영 경험이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며 “애초에 입찰제안서에는 그런 내용 자체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과연 동행복권의 입찰제안서에는 이지웨이 업그레이드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오이지소프트 측은 “입찰제안서에 이지웨이 4.0 관련 내용이 없다”는 복권위 측 지적에 대해 “제안서에는 ‘기 개발되어 납품된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명시했으며, 별도의 페이지를 통해 ‘이지웨이 4.0의 적용’을 명시했다”고 해명했다. 

입찰제안서에 명시된 이지웨이 4.0 관련 내용. 사진 = 오이지소프트

또 “현재 온라인복권(로또)에 사용되고 있는 핵심 소프트웨어인 이지웨이 3.0은 당사가 2007년 개발하여 금융기관 등에 납품했던 제품을 2011년 로또 국산화 계약 시에 복권위 요청에 따라 소스코드를 포함하여 납품한 것으로 OS 업그레이드 등에 따른 취약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업그레이드를 제안한 것이며, 전자복권의 경우 2009년에 개발되어 소스코드의 위변조가 가능한 취약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통카드 시스템 등에 납품하여 검증된 이지웨이 4.0을 제안한 것”이며, “전자복권의 경우 위변조 취약점이 존재함을 복권위원회도 인지하고 있어 RFP(입찰제안 요청서)에도 위/변조 방지를 위한 실시간 감시 기능 및 블록체인 등의 보안 강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 GS인증을 받은 C기반의 미들웨어를 제안서에 명시했다. 기존 납품 제품은 복권위원회의 제3자 검증만 받았다면 이번 4.0 버전은 GS인증까지 받았고 교통카드 시스템 등에 납품되어 검증된 제품이어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건 잘못된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복권위에 이지웨이 3.0의 소스코드까지 제공했지만 이후 복권위가 사후지원 계약 없이 중소기업의 소스코드를 5년간 무상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또 5년 간 사용을 연장하려 하는 건 보안 문제를 도외시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쟁점 3. 복권 시스템, 개발 계획 축소되도 문제없나?  

 

복권위는 CNB에 “현재 나눔로또의 운영시스템을 그대로 운영하는 것을 원한다”고 답변했다. 신규 사업자가 들어왔지만 현행 나눔로또의 복권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것. 복권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바뀌므로 지엽적인 몇 가지는 바뀌지만 큰 틀은 바뀌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초의 계획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1월 15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시된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 입찰 공고에 따르면, 4기 복권 수탁사업에는 온라인 복권 시스템 개발, 전자복권 재개발 등 기존 복권 시스템에 관한 변동 사항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업계에서 “복권 기술업체의 중요성이 전에 없이 커진 입찰”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입찰 공고 당시와 지금의 말이 다른 상황인데,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는 두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하나는 복권위가 원래는 복잡한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 선정된 사업자의 기술력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자 계획을 축소하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애초에 복권위가 별다른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입찰 공고에는 괜히 거창하게 부풀려 기재했을 가능성이다. 둘 중 어느 것이 맞든 정부기관의 신뢰성에 금이 가는 건 피하기 어렵다. 

 

시중의 한 로또 판매점. 사진 = 연합뉴스

 

쟁점 4. 개발 일정, 문제없나? 

 

동행복권 컨소시엄의 입찰제안서에 따르면, 8월말까지 복권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고 이후 2개월 간 검증 테스트가 이뤄진다. 정식 오픈 1개월 전에 이뤄질 제3자 검증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올 경우 계약이 파기되는 조항도 있다. 과연 동행복권 컨소시엄의 개발 일정은 순항 중일까?

 

복권위는 “정상적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8월말까지 개발이 마무리될 예정이며, 9월 10일까지 테스트를 준비해서 9월 중 테스트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제3자 검증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올 경우에 대해서는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동행복권 컨소시엄의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한 SI 업계 관계자는 “(동행복권 관련) 개발이 난관에 봉착했으며, 여러 SI 업체들 사이에서 개발 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제보했다. 

 

문제는 동행복권의 개발이 늦어지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주무부처인 복권위에 의해 무시될 가능성이다. 지승훈 오이지소프트 대표이사는 “이상한 일이지만 복권위원회가 동행복권 컨소시엄과 사실상 한 배를 탄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설사 복권 사업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 해도 외부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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