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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정 평론가의 더 갤러리 (15) 2018 유니온 아트 페어] “미술작가가 살려면 ‘연대’ 필요하니 유니온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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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1호 이문정(미술평론가, 컨템포러리 미술연구소 리포에틱 소장)⁄ 2018.10.29 09:37:55

(CNB저널 = 이문정(미술평론가, 컨템포러리 미술연구소 리포에틱 소장)) ‘유니온 아트페어(Union Artfair)’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 만드는 예술 장터이자 축제’이다. (기획자의 설명에 따르면) 작가들의 전시가 작품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 정보 공유의 필요성, 혼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젊은 작가들의 어려움에 대한 대안으로 유니온 아트페어가 기획되었다. 

 

실제 유니온 아트페어의 모습 역시 예술 장터에 가까웠다. 이는 꽤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차별화와 방향 잡기로 보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장터(시장)에서 떠올리는 것은 시끌시끌하면서도 밝은 분위기, 다양한 볼거리와 놀이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흥정하는 사람들이다. 낯선 사람과도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함과 친근함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시장은 특정한 소수가 아닌 다수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들어가는 장소다.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특히 주목받는 장터의 중요한 역할은 만남과 소통이다. 만남과 만남이 이어지면 정보 교류가 일어나고, 자연스럽게 문화와 문화가 연결되어 새로운 또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장터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자유분방한 유니온 아트페어의 디스플레이 방식 역시 공감 가능하다. 


작년과 올해를 지나면서, 유니온 아트페어는 상당한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최두수 디렉터의 말처럼 이제 세 번 그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캔버스를 만들고 물감을 준비한 정도다.” 이는 유니온 아트페어가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중에 있으며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보완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앞으로 유니온 아트페어가 다양성이 최대한으로 드러날 수 있는 유연한 예술 장터, 미술계 안팎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어떻게 실행해나가는지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2018 유니온아트페어 ⓒ최두수 

“컬렉터는 큰 기쁨 느끼는데…새 유통 플랫폼 필요” 
최두수 디렉터와의 대화

 

최두수 디렉터 ⓒ최두수

- 2016년 시작한 유니온 아트페어가 올해 3회를 맞았다. 3회 만에 많은 이슈를 낳았다. 미술계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그 이름을 확실히 알린 것 같다.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유니온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었나?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겠다.    


“나, 이완 작가, 전시 기획자 서준호 오뉴월 대표가 함께 모여 작가들이 중심이 된 플랫폼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우리나라에서 어포더블 아트페어(Affordable Art Fair)가 열린다는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 국내에도 해외 중저가 미술 시장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약 4년 전의 일이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유니온 아트페어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기획들을 시도했었지만, 공식적인 이름을 갖는 단체를 만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유니온이라는 이름은 서준호 대표가 제안한 것이다. 당시 여러 이름들이 나왔는데 최종적으로 ‘연대, 연합’이라는 의미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장 유사한 태도를 함축한다고 판단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 대안공간을 몇 차례 운영했었는데 쉽지 않았다.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을 찾아야 했다. 또한 세 사람 모두 (젊은) 작가들은 함께 연대하지 않으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런 생각들이 유니온이라는 이름에 담겨 있다.” 

 

- 지금은 그러한 생각의 경계가 많이 흐려졌지만, 일반적으로 -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작가의 인지도가 생기기 이전까지는 특히 - 실험적이라 평가받는 작품은 상업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전업 작가라면 작품을 판매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다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고들 한다.  


“젊은 작가들 대부분은 파트타임 작가다. 엄밀히 말해 전업 작가가 아니란 뜻이다.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만 되고 판매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상황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미술을 편안하게 즐기는 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 유니온 아트 페어의 근간에는 ‘예술가적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질문 던지기’가 있다.”   

 

- 올해 유니온 아트페어의 일정은 원래 8월 중순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일정과 장소 모두 변경됐다.


“올해 초부터 8월에 진행되기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예정되었던 공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10월로 연기했다. 장소도 바뀌었다.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많은 작가들이 함께 하는 장터이자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 무한정 그 규모를 키울 수만은 없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는가? 또한 모든 신청 작가를 참여하게 하는 방식이 앞으로 계속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시점이 된 것 같다.   


“올해 유니온 아트페어의 규모가 작년보다 2배 정도 늘어났다. 주어진 시간 안에 설치, 전시, 철수를 완료해야 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좋은 작품들이 계속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작가가 참여하고, 더 많은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작가들이 더 치열하게 작업할 수 있다. 또한 작가들에게는 다른 (많은)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다. 전시의 규모를 확장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물리적인 확장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규모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유니온 아트페어의 매출에 관심을 갖는다.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작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3회까지 이어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니온 아트페어는 장터와 같다. 장터에서 매매의 행위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만남, 정보 공유와 같은 소통이 함께 한다.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연스럽게 연대를 형성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참여 작가들과 갤러리 관계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더 많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유니온의 최종 목표다. 해를 거듭하면서 큐레이터와 기획자들의 노고를 많이 느끼고 있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배워가는 중이다.”

 

2018 유니온아트페어 ⓒ최두수 

- 3회에는 지명도 높은 중진 작가들도 참여했다.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미술 관계자들에게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알고 있다. (이 역시 고정관념일 수 있지만) 중진 작가들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그 분들의 작품은 분리된 섹션에서 전시했다. 또한 중진 작가들은 격려와 응원의 의미에서 참여해준 것이다. 서로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으니 그 노력에 마음으로 응원한다는 의미로 참여한 후원 작가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작가들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 개인적으로 올해 유니온 아트페어에서 예상 밖의 섹션은 2층의 ‘유니온 키즈(Union kids)’였다.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미술 행사가 되는 데에 일조했다고 본다. 관객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나?   


“유니온 키즈를 기획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예술을 누구에게 보여주고, 누구에게 추억을 만들어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아이들을 떠올렸다. 말 그대로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전시장을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미술 교육, 미술 현장, 미술 시장이 모두 분리되어 있는 것 같다. 미술학원에 가는 것만으로는 미술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전시장이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 자신의 지향이나 생계 수단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 많은 젊은 작가들이 파트타임 미술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 역시 다양한 어린이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주변의 많은 젊은 작가들이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기도 했다(웃음).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생한 미술의 현장에 아이들을 초대하고 싶었다.”   

 

- 작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삶 속에서 미술을 즐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집에 거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것을 이루려면 단기간 열리는 행사로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10일 동안 진행되는 행사를 위해 주최 측은 1년 동안 준비한다. 그런 차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근원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앞서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아직 미술을 삶 속에서 즐기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반드시 작품을 구입하고 집에 걸어야 미술을 즐긴다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연대가 더 중요하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상상들을 하고 있다. 모두에게 통용될 수는 없겠지만, 이번에 작품을 구입한 컬렉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그 어떤 것을 갖게 되었을 때보다 기쁨이 크다는 것이었다. 미술 작품은 작가(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창작물이자 엄청난 데이터의 종합이다. 내가 몇 년 이상 공부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들을 누군가가 이미 해놓은 것이 작품이다. 그런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경험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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