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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AI에 올인하는 3가지 이유

“반도체 호황의 끝을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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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1호 도기천 기자⁄ 2018.10.29 09:54:13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월 20일 오후 서울 경복궁 주차장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삼성전자가 채 1년이 되지 않는 기간에 세계 곳곳에 인공지능(AI) 연구센터 7곳을 설립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은 포화상태에 이른 반도체 시장의 돌파구로 바이오, 전장, 5G와 함께 AI를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내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 상태다. CNB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빅픽처’를 들여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캐나다 몬트리올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세웠다.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를 시작으로 올해 1월 미국 실리콘밸리와 5월 영국 케임브리지·캐나다 토론토·러시아 모스크바, 지난달 미국 뉴욕에 이은 7번째 글로벌 AI 연구센터다.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몬트리올은 세계적인 첨단 IT 기업들이 미래기술 연구센터를 개설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AI 기술 연구의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몬트리올 AI 연구센터는 머신러닝, 휴먼로봇 인터랙션(HRI)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맥길대 그레고리 듀덱 교수가 센터장을 맡아 머신러닝과 음성인식 분야 연구를 주도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경영에 복귀한 뒤 글로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3월에 유럽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5월 중국과 일본, 6월 홍콩, 7월 인도, 8월 유럽 등을 둘러본데 이어, 이달에는 캐나다와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 방문 때마다 각국의 AI 현황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은 2020년까지 1000여명의 AI 인재를 확보한 다는 목표 하에 글로벌 거점을 넓히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처럼 인공지능 분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삼성이 미래먹거리로 선언한 바이오, 전장(전자장비), 5G(5세대 이동통신)의 기반기술이 AI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것이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전자·통신·의료·사물인터넷 등 여러 산업분야에 빠른 속도로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지 않는 기업들은 10년 내에 도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는 반도체, 뜨는 인공지능


AI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반도체 쏠림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이 속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크다. 올해 상반기 전체 이익에서 DS의 영업이익(23조4500억원) 비중은 76.9%로 지난해 상반기(72.1%)보다 커졌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반도체 굴기(屈起)’를 선언한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20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퀄컴과 브로드컴,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추격세도 예사롭지 않다. 


이미 D램(반도체 기억소자) 가격은 3분기에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추세다. D램은 스마트폰, PC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부품으로 그간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장기 호황을 누려왔지만 지금은 세계 주요국들이 생산에 나서면서 공급과잉 우려를 낳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D램 가격이 올해보다 15∼2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3분기 사상최고 실적에도 불과하고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17조5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고 잠정 발표했지만 증권가 분위기는 정반대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목표주가를 6만2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미래에셋대우증권은 6만4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KB증권은 5만8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각각 내렸다. 

 

지난 18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삼성전자 ‘몬트리올 AI 연구센터’ 개소식에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소장 이준현 전무, 몬트리올 AI 연구센터장 그레고리 듀덱 교수, 삼성 리서치 조승환 부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AI는 시너지의 바탕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연기금도 삼성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올해에만 1조4천억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액면분할 후 첫거래일인 지난 5월4일 5만1900원으로 출발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4만3000원대로 20% 가까이 추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NB에 “연기금은 성격상 장기투자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AI 투자를 사업구조 재편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삼성그룹은 한때 삼성전자를 분할해 ICT계열사들의 지주사로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렸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계열사들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백지화 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의 삼성전자는 고유의 사업에만 열중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TV와 가전 등 주력 4축을 기반으로 일부 사업은 매각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확장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삼성전자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실적을 발표한 삼성그룹 계열사 12곳의 영업이익 총합계는 32조6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5%(30조5112억원)에 이른다. 


이는 삼성전자가 위기에 처하면 그룹 전체가 위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부회장이 미래먹거리를 찾아 전세계를 다니고 있는 동기가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것. 


재계 관계자는 CNB에 “삼성전자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들이 시너지를 내야 하는 구조인데, 지금의 반도체나 스마트폰으로는 성장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바이오, 전장, 5G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핵심기반이 AI이다보니 이 부회장의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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