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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LH의 이상한 계약서…뜨거운 ‘10년공공임대 논란’

분양계약서에 법정상한액 명시, 고분양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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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4-625합본호 도기천 기자⁄ 2019.01.28 09:59:38

11월 3일 세입자 단체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공공임대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경기도 성남시 판교지구의 부동산 시세 폭등에서 비롯된 ‘10년공공임대 사태’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관련 규정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아 혼란을 키운 사실을 CNB가 단독 확인했다. 이로인해 같은 공공주택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민간공공임대와 LH공공임대의 분양전환가격 기준이 서로 달라 당장 내년 분양전환을 앞두고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10년공공임대는 10년간 월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감정평가금액 이하’로 분양받는 주거제도다.

건설원가와 감정가액의 평균치로 분양받는 5년공공임대는 통상 주변시세의 70% 선에서 분양가가 형성돼 상대적으로 민원이 덜한데 비해, 10년공공임대는 ‘감정평가금액 이하’라는 모호한 기준 탓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판교신도시의 경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유한 전국의 10년공공임대 단지들 중에서 최초로 분양전환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09년 입주해 내년에 10년이 되는 2700세대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분양전환이 이뤄진다. 전국적으로는 2030년까지 약10만여 세대가 분양전환될 예정이다.

성남시는 최근 판교 운중동 산운9단지노블랜드의 분양전환가격 책정을 위해 감정평가사 2곳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10년전 입주 때에 비해 시세가 3배 가까이 급등해 세입자들이 폭등한 금액에 분양을 받거나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 이들은 서명운동, 1인시위, 청와대·국회청원, 대규모 집회를 열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최근 임대기간을 8년 더 연장해주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세입자들의 반발은 오히려 이전보다 커진 상황이다. 분양전환가격을 낮춰주지 않는 이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감정평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위)과 ‘감정평가금액으로 분양가를 정한다’는 LH공사의 계약서(아래). LH가 사실상 법정상한액을 분양가로 명시한 것이라 내년부터 판교지구 10년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이 실시되면 큰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는 분양전환주택에도 분양가상한제 방식을 적용해 분양가를 제한하는 법안(자유한국당 윤종필·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안)과 5년공공임대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자는 법안(민주당 민홍철 의원안)이 각각 발의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10년공공임대의 분양전환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앞서 분양전환 된 세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법개정에 반대하며 이달 중 임대기간연장과 금융지원 등을 담은 대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기류로 인해 법개정 논의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최고가…서민주거안정 ‘무색’

따라서 지금대로라면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분양가를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최대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NB 취재결과, LH공사가 관계법령을 세입자와의 계약서에 적용할 때 사업자(시행사)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문구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법개정이 무산돼 현재 법령으로 분양전환이 이뤄질 경우, 계약서와 시행규칙의 차이가 커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제26조에는 “10년공공임대의 분양전환가격은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CNB가 입수한 LH공사와 세입자들 간의 계약서에는 “2인의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당해 주택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한 금액으로 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감정평가액으로 분양가를 책정한다는 얘기다.

LH는 이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세입자들은 ‘감정평가액 이하’라는 법규정에 맞게 분양가를 내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LH공사 관계자는 CNB에 “계약서는 법령과 달리 명확해야 한다. 논란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정평가액으로 한다고 명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이하 연합회)’ 김동령 회장은 CNB에 “서민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LH)이 건설사의 이득을 최대화해주기 위해 법정상한액을 계약서에 적용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같은 입장 차이는 국토부 업무지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훈령 제1047호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공공주택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 만료 후 감정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토부 업무지침(감정가격으로 매각)이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감정평가액 이하로 분양전환)과 달라 이 같은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LH와 민간건설사의 분양가 산정방식이 각기 다른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부영건설 등 민간사업자들은 시행규칙에 의거해 분양전환가를 ‘감정평가금액 이하’로 정하고 있다. 주로 건설원가에 적정이윤을 가산한 확정분양가를 선호하고 있는데, 통상 감정평가액 보다 10~20%가량 낮다. 연합회 측에 따르면 그동안 전국적으로 약2만 세대가 확정분양가를 적용받았다.
 

11월 17일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전국의 10년공공임대 세입자 수천여명이 분양전환가격 산정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LH가 부영보다 못하다?

심지어 임대계약 때 10년 뒤 분양가를 미리 확정해둔 건설사도 있었다. A건설사는 2006년 10년공공임대 544가구를 분양할 당시, ‘10년 뒤에도 초기분양가 그대로 적용 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또 민간건설사의 경우, 10년공공임대라도 5년 이상 거주하면 분양전환 할 수 있다는 법규정에 따라 그동안 전국적으로 수만 세대를 중도에 분양전환 했다. 중간분양전환은 부동산 상승기에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의미에서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하지만 LH는 이를 계약서에 적용하지 않았다.

부영 관계자는 CNB에 “민간건설사들은 시장 상황과 세입자 민원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이 발생하면 결국 건설사가 손해를 입기에 적정한 선에서 분양가를 정한다는 것.

반면 LH 관계자는 CNB에 “민간건설사보다 낮은 임대료를 10년간 적용해주고 있는 만큼 분양전환가를 감정가액보다 낮게 책정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또 거주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중간분양전환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LH가 ‘감정평가액 분양’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법 개정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선 판교에서부터 분양가 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달 안에 대책을 내놓겠다지만 분양가 산정방식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 세입자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들은 오는 22일 청와대 앞에서 여섯 번째 대규모 전국단위 집회를 열 계획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정책제안 활동을 하고 있는 염오봉 꼴찌없는글방 대표는 13일 CNB에 “분양전환제도가 공기업 입장에서는 부채 탕감을 위한 수단으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시세차익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시장논리가 아니라 서민들이 집 걱정 없이 주거권을 보장받는 쪽으로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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