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2019.02.27 15:59:07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업계의 가장 큰 화제는 '접는 디스플레이'의 등장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최근 나란히 자사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모델을 공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는 4월 출시를 예고해 세계 최초의 상용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기록되었고, 이 새로운 시장의 도래에 세계 각국의 매체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CNB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연 삼성 갤럭시 폴드의 첫인상에 대한 외신의 다양한 반응을 살펴봤다.
전에 없던 '폴더블 폰'이라는 개념 펼쳐
삼성전자가 지난 2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Bill Graham Civic Auditorium)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Unpack) 2019' 행사를 열고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 라인업과 함께 디스플레이를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공개했다.
갤럭시 폴드는 '세계 최초의 상용화된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주목받는다. 4일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9(MWC19)에서는 화웨이가 '메이트X'라는 아웃폴딩 방식의 8" 폴더블 폰을 공개했지만,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는 인폴딩 방식을 구현하고도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게 한 갤럭시 폴드 쪽이 더 높이 평가받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삼성은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애플에 맞서 지난 10년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면서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로 자리매김 한 브랜드다. 이러한 브랜드가 이례적으로 MWC19 일정보다 먼저 언팩 2019 행사를 열고, 폴더블 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여는 갤럭시 폴드를 공개했을 때, 전 세계의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이를 주목하고,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다 똑같은 폰? 갤럭시 폴드는 '진화' 아닌 '혁신'"
먼저 '더 가디언' 지는 갤럭시 폴드 공개 직후 '삼성의 2000달러짜리 갤럭시 폴드가 스마트폰 경쟁의 판도를 바꾸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눈물 날 정도로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한계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그만한 가치가 있다"라며 "지금의 정체된 스마트폰 산업에 필요한 혁신이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 가디언은 갤럭시 폴드의 혁신적인 측면을 얘기하면서 2년 전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X(텐)과 비교했다. 그는 양사의 두 모델이 각각 자사의 스마트폰 생산 10주년을 기념하는 뛰어난 모델이지만, "갤럭시 폴드에 비하면 아이폰X은 혁신적이라기보다 진화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어 "다른 스마트폰들은 죄다 생긴 것이 똑같고, 매년 내세우는 변화도 답습을 반복하는 수준이면서 가격만 점점 더 비싸지고 있으니, 사람들의 폰 교체 주기는 점점 길어지고, 혁신은 죽었다는 한탄만 나온다"며 "지금 가진 폰에서도 모든 것이 여전히 잘 돌아가는데, 그리고 차세대 야심작이라고 해도 딱히 더 흥미롭지도 않고, 더 싸지도 않은데, 왜 그걸 굳이 새로 사겠는가?"라고 기존 스마트폰 시장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리고는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고동진 사장이 언팩 2019 무대에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들, 안전벨트 단단히 메시라. 미래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갤럭시 폴드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기술 산업계 전체의 미래를 걸고 내놓은 제품이라고 평했다.
이밖에도 여러 주류 매체들이 갤럭시 폴드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블룸버그는 "삼성의 브랜드와 인기, 기술적 우수성이 갤럭시 폴드를 일반 시장에서 가장 진보된 폴더블 폰으로 만들 것"이라며 "최근의 스마트폰 매출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는 마치 12년 전 애플이 첫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에 필적할 대대적인 변화를 선도했다"며 "폴더블 폰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요소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CNN은 "한 화면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자 하거나 게임을 더 즐기기 위해서 더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갤럭시 폴드의 독특한 콘셉트에 끌릴 것"이라고 평가하고는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라인의 성공을 통해 대화면 스마트폰의 넉넉한 수요를 입증한 바 있다"고 덧붙였고, CNN비즈니스는 "시간이 지나면 이처럼 접는 형태의 폰은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디자인 방식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께·전면 디스플레이 크기 등 아쉬워"
경제 매체 혹은 정론 매체들이 이처럼 갤럭시 폴드의 의미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일부 테크 전문 매체들은 갤럭시 폴드의 기술적인 한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 역시 갤럭시 폴드에 탑재된 현존 최고 사양의 다양한 첨단 기술에 대해서는 찬사 일색이다. 대표적으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를 완벽에 가깝게 접었다 펴는 구조로 만든 점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음매의 화질 저하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경쟁 모델인 메이트X나 플렉스파이보다 월등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PC월드닷컴(PCworld.com)은 언팩 2019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갤럭시 폴드를 체험할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아쉽다고 지적하고, 신제품에 대해 몇 가지 풀지 못한 의문을 풀어 놓았다.
그는 우선 갤럭시 폴드를 소개할 때 라이브 화면을 중계한 시연 영상에서 언뜻 이음매 부분의 화질이 매끄럽지 않게 보인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 점은 컴퓨터월드(Computerworld)의 칼럼에서도 이 부분의 경계가 뚜렷하게 보였다고 지적하는 등 몇몇 매체가 언급한 부분이다.
갤럭시 폴드의 휴대성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왔다. 삼성이 갤럭시 폴드의 공식 제원을 공개하지 않고, 언팩 현장에서 체험 기회도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행사 무대와 화면만으로 판단했을 때는 접었을 때의 두께가 주머니에 휴대하기에는 불편할 정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컴퓨터월드'는 이 폰의 두께가 "사실상 2개의 스마트폰을 겹쳐 놓은 크기로 어쩔 수 없이 두꺼워질 것"이라며, "요즘 나오는 얇고 매끈한 디자인의 스마트폰들과 비교해 '더 나아진'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많은 매체가 지적한 또 한 가지 단점은 접었을 때 앞면에 위치하는 디스플레이의 사이즈였다. 시판 중인 가장 작은 고급형 스마트폰의 화면이 5.8"~6.1" 정도인 것과 비교해도 갤럭시 폴드의 4.6" 디스플레이는 지나치게 작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기 자체의 크기가 그만큼 작지 않기 때문에 베젤 면적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PC월드닷컴은 "전면 디스플레이는 이상하게 둥둥 떠 있는 모양새"라며 "위아래는 물론 좌우의 공간이 쓸모없이 낭비 된다"며 이런 점이 출시를 코앞에 둔 제품의 완성도를 의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점들은 갤럭시 폴드가 폴더블 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서 처음 공개된 모델인 만큼 향후 얼마든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큰 단점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200만 원 넘는 가격이 시장 확장의 걸림돌"
가장 많이 지적받은 점은 1980달러(한화 약 221만 원)라는 비싼 가격이다. 이는 갤럭시 폴드의 혁신성을 높이 평가했던 매체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화웨이가 공개한 메이트 X는 이보다도 비싼 2600달러 선에서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어 갤럭시 폴드가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여전히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들보다는 월등히 비싼 가격이기 때문에 전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보이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소비자가 2000달러에 달하는 제품을 수용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며 "스마트폰 시장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고, CNBC는 삼성의 고가 전략이 "애플과 똑같은 실수"라고 평가하며 "이 점은 애플과 삼성이 양분하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와 샤오미가 급성장할 수 있던 배경"이라고 꼬집었다.
엔가젯(Engadget)은 "혁신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갤럭시 폴드는 누구나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씨넷(Cnet)은 "애플 아이폰 XS Max의 1099달러가 비싼 폰인 줄 알았나?"라고 비꼬았다.
특히 이번에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를 주력 모델인 S10 라인업과 동시에 내놓은 차별화 전략에 대한 문제도 함께 지적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이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며 갤럭시 S10 시리즈를 가격과 기술면에서 차이를 둔 4개종으로 출시했다"면서 "이는 애플의 실수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는 비싼 기종 대신 저가의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고, 아예 구매를 꺼릴 수 있다"며 "지난 해 애플이 출시한 3개 모델 중 가장 싼 아이폰 XR의 판매량은 기대 이하였다"고 밝혔다.
"획기적 기술은 인정. 하지만 과연 혁신일까?"
갤럭시 폴드는 분명 세상에 없던 형태의 스마트폰이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매체들은 기술적으로 아직 완벽하지 않은 1세대 폴더블 폰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여전히 침체된 산업에 새 바람을 일으킬 혁신적인 제품이며, 2020년대 스마트폰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폴더블 폰의 혁신성에 관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갤럭시 폴드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매체들도 있었다.
영국 매체 위치?(Which?)는 '삼성 갤럭시 폴드: 우리한테 접히는 전화가 정말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스마트폰을 접어 쓰는 것이 평범한 스마트폰을 휴대하는 것보다 과연 우월한 경험일까?"라고 질문했다.
위치?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위한 '킬러 앱'은 없을 것 같으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자답하며, 폴더블 폰의 한계를 주장했다.
스마트폰은 세상에 나온 직후부터 인류의 일상을 지배하고, 문화와 산업 등 삶의 전반을 바꿔놓았는데, 이 정도의 혁신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SNS, 지도(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가공, 전자지갑 등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한 킬러 앱과 콘텐츠들이 등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위치?는 폴더블 폰이 과연 최초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삶의 전반에 영향을 줄 킬러 앱의 등장을 이끌만한 플랫폼 역할을 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동 중에도 게임을 즐기거나, 새롭고 강력한 방식의 멀티태스킹 작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갤럭시 폴드는 완벽하게 적합한 제품이라고 소개했지만, 이에 대해 위치?는 "태블릿보다 작고 스마트폰보다 큰 기기로 멀티태스킹을 한다는 발상은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폴더블 폰은 결국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중간 정도 역할, 기껏해야 기존의 태블릿에 근접한 수준의 역할밖에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러한 경험은 "단지 조금 더 편리한 것일 뿐"이라며, "1980달러라는 갤럭시 폴드의 가격이면 기존에 나온 가장 나은 수준의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각각 하나씩 구매하고도 남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GQ 역시 "접히는 스마트폰이 아니면 해결하지 못할 골치 아픈 문제를 기존 스마트폰에서 겪었던 사람이 누가 있었는가?"라며 "이제껏 아무도 필요하다고 여긴 적 없는 기능이라는 사실은 천재가 아니어도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GQ는 "(접히는 기능이 없는) 평범한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도 스크린은 이미 6.1인치로 꽤나 큼직하다.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 왓츠앱, 넷플릭스 같은 앱을 실컷 즐기기에 충분한 크기"라며 "출근길에 찾아보는 귀여운 반려견 동영상을 더 실감나게 볼 방안을 모색하는 사람은 이제껏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GQ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1961년 인류를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의회에서 했던 말을 인용했다.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갈 것입니다. 이 일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의 기술적 진보를 정당화 한 방식이 이와 똑같은 '과장법'이라고 주장했다.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 뭔가 새롭고, 멋지고, 전에 본 적 없는 기술을 팔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평가는 또 달라질 것…'그 다음'도 생각해야
이처럼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갤럭시 폴드의 혁신성에 관한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는 점이다. 4월에 갤럭시 폴드가 출시되고 여러 소비자와 개발자들의 경험을 거치고 나면 지금의 여러 평가와 의견들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이후에도 폴더블 폰은 지금까지의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경쟁과 실패를 통해 여러 차례 진화 과정을 거칠 것이고, 어떤 시점이 되면 "더 이상 새로운 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완벽에 가깝게 발전해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모두가 폴더블 폰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 벌써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총괄책임자인 정의석 부사장은 “’갤럭시 폴드’를 만드는 과정은 하나하나 장벽을 허무는 것과 같았다"며 "또한 이제 다음이 무엇일까 라는 흥미로운 생각이 밀려온다. 접는 방식, 돌돌 말아서 보관할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방식, 화면을 늘릴 수 있는 형태(stretchable)까지 더 이상 미래 얘기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것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차세대 스마트기기 개발에 계속해서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