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킷, ‘슬픈 미소의 울림’이 설치된 전시장.(사진=아트선재센터)

아트선재센터는 3월 1일~4월 28일 홍콩 작가 리킷의 국내 첫 개인전 ‘슬픈 미소의 울림(Resonance of a sad smile)’을 연다.

1978년 홍콩에서 태어나 1980년대와 90년대의 복잡한 홍콩의 지정학적 변화를 겪은 리킷은 현재 타이베이에 머물며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 작업을 이어 왔다. 제 55회 베니스 비엔날레 홍콩관 대표 작가로도 선정된 바 있는 그는 아시아, 북미, 유럽 지역을 옮겨다니며 최근 워커아트센터(2016, 미니애폴리스, 미국), S.M.A.K(2018, 겐트, 벨기에), 하라미술관(2018, 도쿄, 일본) 등에서 개인전을 가지는 등 국제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이번 전시에서 리킷은 걷기, 숨쉬기, 음악 듣기, 누군가와 말하기와 같은 평범한 경험과 거기서 파생된 감정들을 영상, 페인팅, 빛 그리고 음악이 결합된 복합적인 설치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전시 장소가 위치한 도시에 대한 경험과 관찰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매 전시마다 다른 작업, 다른 구성의 조합이 이뤄진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작가는 지난 2년간 여러 차례 서울을 방문했고, 매일 서울 곳곳을 걸으며 도시와 이곳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했다. 서울에 대한 작가의 관찰과 경험이 작품에 배어 있다.

리킷의 작업에는 천과 플라스틱 상자와 같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물들이 사용된다. 여기에는 평범한 사물을 ‘예술적인 것’으로 격상시키려는 의도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존중하는 작가의 관점이 투영된다. 이 사물들은 마치 방금 전까지 사용했던 물건인 듯 놓여 있으면서도 낯설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리킷은 이 일상의 사물들을 텍스트와 연결시킴으로써 사물을 어떤 심리적 상황으로 옮겨 놓는다. 리킷은 캔버스를 채우듯 빛과 색, 글자와 감정으로 공간을 분할하고 연결해 공간을 구축한다. 여백, 마치 덜 마무리 된 듯 윤곽이 희미한 그림과 영상 설치, 연한 빛과 그림자 등은 리킷의 작업에 있어 특징적인 요소다.

일상적인 사물, 노래의 가사, 투명한 빛에 가까운 색들로 인해 그의 작업은 일견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날카롭고, 위태롭다. 이는 현대의 일상 속에 잠재된 긴장과 모순에 대한 그의 비평적인 메시지와 연결된다. 홍콩의 연구자인 앤서니 융은 리킷의 작업을 두고 “풍성함과 텅 빔, 정확함과 성김. 불투명함과 투명함, 밀도와 열림, 진실과 거짓, 특수성과 일반성, 용서와 화, 의도와 사건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고 평했다.

아트선재센터 측은 “리킷의 작업은 보통 우리의 감정 변화가 그렇듯 모순적이고 복잡 미묘한 상태를 반영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만들어 낸 이 도시의 그림자 같은 공간 속을 걷고 멈춰보는 충분한 시간을 즐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