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갤러리 서울은 3월 6일~4월 17일 황수연 작가의 개인전 ‘허밍 헤드(Humming Head)’를 연다. 황수연은 지난해 공모를 통해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 작가로 선정돼 이번 개인전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 두산레지던시 뉴욕에 입주하고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황수연은 다양한 재료들이 가진 고유한 개성에 관심을 갖고, 그 성질을 변화시키거나 강조하는 작업을 보여줬다. 가볍고 흩어지는 성질의 모래를 본드와 섞어 형상을 만들 수 있도록 단단하게 만들고, 연약하고 팔랑거리는 알루미늄 호일을 뭉치고 망치로 두드려가며 무겁고 견고한 물질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여러 색의 파스텔을 칠한 벽이 카메라를 통해 흑백으로 전환해서 볼 때에는 모두 같은 톤으로 보일 수 있도록 겹겹이 색을 칠해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황수연이 최근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물질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고 친숙한 재료인 종이다. 얇고 구부리거나 접거나 구기는 것도 가능한 성질을 갖고 있는 종이로 황수연은 ‘종이 얼굴’과 ‘종이 몸’을 만든다.
처음 종이얼굴은 “얼굴만한 조각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의해 제작됐다. 정해진 부피 안에서 종이를 재단하고 접고 붙이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형상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마치 생명체와 같이 하나하나의 인상을 갖는 얼굴이 됐다. 신체에 맞는 옷을 짓기 위한 재단자로 만든 종이조각은, 사람의 몸을 닮았고 계속 만들어지면서 각자 서로의 형상을 닮아가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종이조각들이 마치 진화하듯 조금씩 변화해 나간다. 어떤 종이조각들은 키가 커졌다. 혹은 종이의 연약한 성질을 극복하려는 듯 형태는 유지한 채, 더욱 단단한 것으로 몸을 바꾸기도 한다. 큰 것, 작은 것, 넓적한 것, 날씬한 것, 다양한 형상의 종이 몸과 종이 얼굴들은 눈이 닮고 코가 닮은 것처럼, 왼쪽이 오른쪽을 닮기도 하고, 위쪽과 닮기도 한다.
마치 가족들처럼, 혹은 하나의 새로운 종(種)처럼 서로서로 조용히 이어지는 종이조각들은 각자의 닮음과 차이를 바라보게 한다. 쌓아 올리거나 깎아내어 만들어지지 않고, 힘을 주면 바스러질 듯이 비어 있는 내부를 감싸고 있는 조각들은 그 모양이 어디로부터 왔을지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