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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김지희 작가 ‘실드 스마일’, 욕망과 희망의 경계에 서다

초이스아트컴퍼니서 3년 만에 개인전 ‘트윙클 트윙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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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7호 김금영⁄ 2019.04.29 10:54:03

김지희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교정기를 끼고 안경을 쓴 채 어색한 미소를 짓는 김지희 작가의 ‘실드 스마일(Sealed Smile)’이 돌아왔다.

초이스아트컴퍼니가 김지희 작가의 개인전 ‘트윙클 트윙클’을 6월 17일까지 연다. 그간 해외 활동에 집중해 온 작가가 2016년 개인전 이후 국내에서 3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매체적인 측면에서 매우 다양해졌다. 그림을 비롯해 디아섹, 부조, 영상 작업까지 아우른다.

 

전시장 입구 쪽에 자리한 디아섹, 부조 작업.(사진=김금영 기자)

작가는 “다양한 매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공부해야 할 부분도 많고, 인프라도 갖춰야 하기에 작업 초기엔 전공인 한국화에 몰두했다”며 “작업을 변주하고 발전시키는 과정 속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전들을 이어나가게 됐고, 그 결과물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콜라주플러스(장승효, 김용민)와의 컬래버레이션 영상 작품이 눈길을 끈다. 그림으로만 봐 왔던 작가의 ‘실드 스마일’이 움직이는 영상 속에서 더욱 화려하게 빛을 내는 모양새다.

 

콜라주플러스(장승효, 김용민) x 김지희,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울트라 크롬 HDR에 듀폴트 클리어 코팅.(사진=초이스아트컴퍼니)

작가는 “전시를 열어 오면서 콜라주플러스와 인연이 닿는 기회가 있었다. 화려하고 디테일이 많은 미디어 영상 작업과 현대인의 화려한 욕망을 주제로 한 내 작업 사이 개연성을 느꼈고 2년 전 협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며 “보석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의 그림이 미디어로 표현되면 더욱 극적으로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머릿속에만 있던 이 이미지가 이번 작업을 통해 현실에 구현됐다. 그림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마치 배우 오드리 헵번을 닮은 듯한 부조 작품도 작가의 새로운 도전의 결과물이다. 그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호기심을 항상 열어두는 편이다. 미디어도, 부조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정면의 얼굴만 그리다가 입체 형태의 부조를 구현하려니 굉장히 어려웠고 수정도 많이 거쳤다. 특히 치아 교정기 표현이 어려웠다. 하지만 즐거웠다”며 “안주하거나 게을러지지 않고 매체를 넘나드는 도전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희, ‘실드 스마일(Seaeled smile)’. 한지에 채색, 193 x 390cm. 2019.(사진=초이스아트컴퍼니)

이번 전시는 매체적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역시 이 모든 것들의 중심을 이루는 건 ‘실드 스마일’ 시리즈다. 작가는 2008년 전통 재료를 사용한 인물 작품 ‘실드 스마일’ 시리즈를 첫 발표했고 어느덧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내내 똑같은 이야기만 그리는 건 아니다. 현대인의 욕망이라는 큰 키워드 아래 ‘실드 스마일’은 다양한 소주제로 이야기를 펼쳐 왔다. 예컨대 2011년엔 브랜드와 관련된 욕망의 키워드를 읽는 ‘욕망의 컬렉션’을 선보였고, 전통 민화 속 욕망을 탐구하는 작업 또한 선보였다. 욕망을 이루는 상징물로서 사용되는 복 주머니에 집중한 소품 또한 제작한 바 있다.

 

4m 대작의 그림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보인다. 왕관 속 화려한 오너먼트엔 기도하는 소녀의 이미지가 담겼다.(사진=김금영 기자)

 

대립이 아닌 조화로서의 욕망과 희망에 접근

 

화려한 이미지에 놓치기 쉬운 이야기들이 오너먼트 속에 담겼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에 빠진 나르키소스, 여성에 대한 욕망을 상징하기도 하는 제우스 등 욕망을 키워드로 한 신화의 명화들을 그려 넣었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리고 이번 ‘실드 스마일’을 이루는 소주제는 ‘경계’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어떤 요소를 더 많이 이야기할까 고민하다가 욕망과 희망의 경계에 관심이 생겼다. 일반적으로 욕망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희망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구분 짓듯이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무언가를 원하고 바란다는 점에서 욕망과 희망은 서로 맞닿는 지점이 있다. 이분법적으로만 가릴 수 없는 욕망과 희망 사이의 애매한 경계를 이번 ‘실드 스마일’ 시리즈에서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5개월에 걸쳐 그린 4m 대작에 이 경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코발트색은 완전한 밤도, 낮도 아닌 묘한 느낌으로 이 또한 경계를 상징한다. 삐뚤빼뚤 치아를 일렬로 만들기 위해, 즉 세상이 제시하는 욕망의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 압박이 가해지는 교정기를 낀 어색한 미소의 인물이 화면의 중심에 자리한다. 그리고 이 인물을 코끼리, 기린, 백호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상서롭다고 여겨지는 동물들이 둘러쌌다.

 

전시장 2층엔 빈티지한 느낌의 공간에 김지희 작가의 작품을 조화롭게 배치해 놓았다.(사진=김금영 기자)

삶과 죽음, 화려함과 허무, 희망과 욕망, 찰나를 사는 미물과 영원하다고 믿는 보석을 수없이 대치시킨 형태가 이 작품의 특징이다. 하지만 이 대치를 대립적인 관계로 풀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 화면에서 조화를 이루는 형태로 구성했다. 다른 것과의 단절로서의 경계가 아닌, 두 가지 관점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경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경계는 바로 그 지점이다.

 

그래서 ‘실드 스마일’의 미소가 마냥 냉소적이거나 허무한 것은 아니다. 작가는 “궁극적인 ‘실드 스마일’의 미소는 생-욕망-죽음의 허무한 찰나 속에서도 어떤 의미를 찾는 삶에 대한 희망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현대인의 욕망’을 주제로 하는 ‘실드 스마일’ 시리즈.(사진=김금영 기자)

기법적인 측면에서는 밀도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멀리서 봤을 때와 가까이에서 봤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큰 그림만 봐서는 왕관, 안경 등만 보이지만, 여기에 배치된 오너먼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이야기들이 발견된다.

 

기도하는 소녀의 이미지를 비롯해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에 빠진 나르키소스, 여성에 대한 욕망을 상징하기도 하는 제우스 등 욕망을 키워드로 한 신화의 명화들을 그려 넣었다. 꼭 우리네 삶과 같다. 멀리서 봤을 땐 잘 보이지 않아 놓칠 수 있는 여러 욕망들, 하지만 심연에 존재하고 있는 그 이야기들을 작가는 빼놓지 않고 수면 위로 끌어냈다.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이어 온 김지희 작가의 작품들이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경계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작업 세계에도 반영되는 듯하다. 서울, 뉴욕, LA, 홍콩, 워싱턴, 퀼른, 마이애미, 런던, 도쿄, 오사카, 베이징 등 국제적으로 200여 회의 전시를 가지며 활발히 활동해 온 작가는 홍콩 뉴월드그룹 대형 쇼핑몰 디파크와 컬래버레이션을 했고, 중국 화장품 리미, 스톤헨지, 이랜드, 크록스, LG생활건강, 미샤, 그룹 소녀시대 의상 컬래버레이션 등 갤러리를 넘어 다양한 문화 전반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특히 컬래버레이션 작업에서는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반영해 눈길을 끌었고, 그의 작업을 ‘팝아트’라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었다.

관련해 작가는 “나의 작업을 설명할 때 스스로 선을 긋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때마다 표현하고 싶은 주제 의식을 담는 데 중점을 둔다. 때에 따라서는 대중적인 요소들이 많이 반영되기도 하고, 동양적 기법에 집중할 때도 있다. 이에 동양적 팝아트, 한국식 팝아트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며 “이런 평가를 특별히 거부하지 않는다.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이뤄질 수 있고, 여기에 하나의 정답만 정하는 식으로 경계를 긋고 싶진 않다. 그보다는 작업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지희,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장지에 채색, 100 x 100cm. 2019.(사진=초이스아트컴퍼니)

그렇다면 ‘실드 스마일’을 그려 온 작가를 현재 이끌어가고 있는 원동력, 즉 그의 욕망은 무엇일까? 작가는 “사람은 살아가는 데 희망과 욕망을 필요로 한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하고, 그렇기에 욕망과 희망을 품으며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가로서의 나는 건강하게 꾸준히 좋은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은 욕망이 크다. 매체적으로도, 주제적으로도 게을러지지 않고 작가로서 좋은 작업을 계속 해나가는 것, 그것이 내 욕망이자 희망”이라고 답했다. 전시명처럼 반짝반짝 눈을 밝히며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욕망 그리고 희망을 묵묵히 따라가고 있었다.

 

김지희,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FRP, PLA, 우레탄 페인트, 스틸. 2018.(사진=초이스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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