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세기와 20세기 미술에서 정원이 담당한 역할을 연구해 온 결과물로, 인상주의 화가들이 정원에 대해 지녔던 애정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인상주의의 태동과 발전, 이후 전파 과정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이 재현한 정원 그림을 원예 설명서, 꽃말 안내서와 보들레르, 뒤랑티, 졸라 등 당대 문화예술인이 남긴 문헌과 연관 지어 새롭게 해석했다.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모리조, 커샛, 마네, 카유보트 등 우리에게 친숙한 화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인상주의를 추종한 프랑스와 여타 국가의 화가들의 작품을 살펴본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린 정원은 개인 정원과 가족 정원부터 도시의 공원, 사교적 정원, 채소밭과 시장 판매용 정원, 그리고 화가의 정원까지 다양한 범위를 아우른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정원을 그린 건 꽃과 나뭇잎, 공원이나 정원에 있는 여인들의 드레스에 비친 햇빛, 마네가 ‘튀일리 정원의 음악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당대 사람들의 여가와 사교 활동, 소박한 채소밭의 새로 파헤친 흙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이들은 그림의 모티프로서, 혹은 인간의 다양한 행위와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로서 정원 자체를 사랑했다. 또한 여성 화가들에게 정원은 산책하고 바느질하고 책을 읽고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실제 생활을 그림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 책은 인상주의 회화의 주제로서 정원이 지닌 특성을 살펴보고, 인상주의 화가들이 야외의 햇빛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를 그린 작품 250여 점을 소개한다.
클레어 A. P. 윌스든 지음, 이시은 옮김 / 3만 5000원 / 재승출판 펴냄 / 408쪽